고령화 및 출생률 감소, 1인 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잡해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돌봄 수요는 다원화되고 있다. 그러나 돌봄에 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충분히 강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가정과 개인에게 돌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라이프인은 돌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24년 한 해 동안 '사회적 돌봄'을 주제로 돌봄 현안 파악 및 문제진단, 해결책 모색 등을 논의하는 '사(社)심가득' 기획을 진행한다. '社심가득'이라는 제목에는 사사로울 사(私) 자가 아닌 모일 사(社) 자를 사용하여, 온 사회가 마음을 모아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사회 구성원 누구도 돌봄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궁극적으로 '사(社)심가득' 기획을 통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안전장치로서 돌봄의 가치를 되새기고, 돌봄 제공자의 삶을 보장할 방법을 모색하며, 돌봄이 공적 영역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편집자 주]
혼밥, 혼술 등 혼자 사는 사람들로 인한 용어가 생겨날 만큼 1인가구가 많이 증가했다.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회적 고립가구 또한 늘고 있으며, 고립상태에서 자살, 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발견되는 '고립사'도 늘고 있다.
라이프인은 '고독사, 돌봄의 사각지대'라는 주제로 '사심가득한 대화'를 열고 1인 가구 및 사회적 고립 등을 연구하는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원을 초대했다.
송인주 선임연구원은 "고독사는 사망 후 발견되는 특성으로 시신의 부패여부를 기준 삼아 고독사로 분류해 통계 내고 있다"면서 "고독사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건 중장년 남성"이라고 밝혔다. 최초발견자는 이웃, 지인, 집주인 등 사적관계망(55.3%)이 많으나 최근에는 공무원,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공적관계망(42.3%)도 많아지고 있다. 질병현황으로는 복합만성질환 다음으로 암, 치매, 알코올중독, 간질환, 심장질환 순으로 나타났고, 생활문제로는 건강악화, 경제적문제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송 선임연구원은 사회적 고립의 원인별로 마련해야 할 지원책에 대해 아래와 같이 나열했다.
고립 당사자는 더러운 환경에서도 가사를 하지 않는 등 자신을 돌보지 않는 자기방임 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그들을 지원하는 사회서비스 개발과 성년후견제도의 임의후견 및 민사대리인지정을 통한 서비스 및 치료결정 지원이 필요하다.
빈곤을 통해서도 고립이 발생한다. 단기적인 문제로 빈곤에 진입한 '일과성(一過性) 진입형' 단계에서 상담 및 교육을 비롯한 생계비, 자기관리, 취업준비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해 재기(再起) 가능성이 낮아지는 빈곤의 ‘순환형’, ‘정체형’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생애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망 1~2달 전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식사를 줄이고 사람을 꺼리는 등 주위환경으로부터 물러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공급이 부족하다면 지역사회 통합돌봄 차원에서 운영하는 방문진료사업을 활성화하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돌봄SOS센터 등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23년 김포 아파트 화재로 숨진 모자 사건 등 가족 전체가 고립되는 다인가구 고립문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 또한 1인가구 고립과 마찬가지로 자기방임, 빈곤, 질병 등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송인주 선임연구원이 진행한 '1인 고립가구 생활경험조사(2023)'에 따르면, 1인 고립가구는 대체로 혼자(83.4%), 집안(68.5%)에 오래 머무르며, 소극적 여가(51.1%)로 시간을 보내고, 생산활동(6%)을 적게 한다. 비고립가구와 정서경험을 비교할 때, 부정정서 경험의 차이는 적으나 긍정정서 경험의 차이가 컸다. 비 오는 날과 폭염인 날엔 더 집안에 머물렀으나 집 밖으로는 근무지, 마트, 복지관, 병원 등에 방문했다.
송 선임연구원은 집안에서 혼자 소극적인 여가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행동활성화치료 ▲심장질환 예방목적의 실내운동활성화 ▲소셜 큐(Social-Que) 제공 ▲자기돌봄활동 개선교육 지원 등을, 비가 오거나 폭염일 때 더 집안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대피공간을 안내하는 등 알림 서비스 고도화 ▲지역사회 주민 공간 운영 및 활용 ▲주거취약지역 안전 확인 등 안전분야 자원봉사 활성화, 집안에서 집 밖으로 생활공간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공공편의점 및 공공부동산 확대 ▲공공일자리 등 사회적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활동 지원 ▲옥상텃밭 등 집합주거 주민관계망 지원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개인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느슨한 사회적 연대를 구성하는 새로운 관점의 정책 및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지역이 각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선임연구원은 "고독사에 관한 통계를 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언론의 주목을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사망이 거의 병원에서 일어나다 보니 집에서 사망하는 것이 낯선 일이 됐는데 그 경우가 처참한 모습일 때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던 것 같다. 나 또한 저렇게 될 수도 있겠다고 공감하면서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고 심리적 측면으로 설명했다.
고독사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그다음 부산 순으로 1인가구 비율이 높은 지자체에서 많이 발생했다. 시·군에서는 도심지역에 많이 나타난다. 고독사가 제일 적은 지자체는 전남이다. 전남은 1인가구 비율이 높긴 하나 도시가 아닌 농촌이기에 고독사와 관련이 적다.
송 연구원은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코드로 '술병', '은둔생활'을 꼽았다. 서울시에서는 사회적 고립 가구를 찾아내는 '이웃살피미'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립가구의 동태를 살피고 연결망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공편의점'과 '공공부동산'도 등장했다고 공유했다.
그는 "고독사 빈출 지역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이전에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재개발이 고독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재개발에 따른 철거민의 투쟁 등 다양한 이슈들이 검토된 적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독사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면 고독사 문제는 더 음지로 들어가게 된다"며 "없애야 한다는 시선을 거두고 가볍게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공간과 사람이 많아져야 더 현명한 예방 및 대응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자로서의 의견을 건넸다.
이하 '사(社)심가득한대화, '고독사, 돌봄의 사각지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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