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경제의 미래와 연구자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한 제10회 CIRIEC 국제 사회연대경제 콘퍼런스가 2025년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렸다. 이번 콘퍼런스의 주요 주제는 '지역 책임(Territorial Responsibility)'으로, 사회연대경제가 지역과 연대를 통해 나아갈 미래를 그렸다.
개막 세션에서 CIRIEC(공공경제와 사회적경제, 협동조합경제에 관한 국제 연구정보센터) 국제 회장인 베르나르 티리(Bernard Thiry)는 불평등과 환경 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도전 속에서 사회-생태적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주체로 사회연대경제를 강조하며, 이를 실현할 연구자들의 역할을 촉구했다.
이어 첫째 날(27일) 열린 '지역 책임(Territorial Responsibility)' 세션에서는 사회연대경제가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닌 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거시 담론이 제시되었다. 이는 기업으로서의 사회연대경제를 넘어 지방정부, 민간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와의 연대를 통해 지역 내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사회적 변혁을 이끌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한국의 사회연대경제 조직에 관한 연구들이 다수 발표되어 한국 사회연대경제의 역동성과 과제를 조명했다. 한도현(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은 성남시 협동조합 사례를 분석했고, 라연재(목포대 교수)는 경북 농촌지역 협동조합 사례를 발표했다. 장승권(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은 제주 지역 사회연대경제 조직인 이시돌협회의 발전 과정을 탐구했다. 엄형식(ILO)은 1990년대부터 2023년까지 한국 언론 기사 분석을 통해 한국 사회연대경제의 '문법(grammar)'을 제시했다.
프랑스의 에릭 비데(Eric Bidet, Le Mans University 교수)는 한국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제도적 기업가로서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소개했다. 신창섭(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박사수료)은 한국 사회연대경제 기업의 회복탄력성에 관한 시스템 다이내믹스 연구를 발표하며, 기업 거버넌스 내 다양성과 유연성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둘째 날(28일) 이상윤(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은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도입 이후 서울 지역에서 설립된 일반협동조합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셋째 날(29일)은 '생성형 AI 시대(The generative AI era)'를 주제로 한국경영학회와 CIRIEC이 공동 주최한 파트너 세션이 열렸다. 양희동 한국경영학회장(이화여대 교수)은 경영정보시스템의 활용이 향후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실질적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수림(성공회대 미래학부 교수)은 한국 소규모 협동조합의 생성형 AI 사용 경험과 조직문화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하며, 방어적인 조직문화가 구성원의 신기술 수용에 한계로 작용함을 설명했다.
2023년 4월 18일 유엔 총회에서는 '사회연대경제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달성 및 지역화(로컬라이제이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참가자들은 이를 증명하듯 지역사회, 디지털, 거버넌스뿐 아니라 사회연대경제의 통계와 임팩트, 자본조달, 환경문제, 여성과 인종, 빈곤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사회연대경제의 미래 비전을 논의하는 뜨거운 장을 함께 만들었다.
대만에서 온 연구자와 우연히 만남을 갖게 되었다. 한국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거버넌스에 관심을 보이던 그에게 나 역시 질문을 던졌다.
"대만 사회적 기업의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그는 간결하게 답했다. "특별한 건 없어요. 모든 곳의 SSE(사회연대경제)는 다 다르니까요."
그 짧은 답변은 3일간의 여정을 관통하는 하나의 통찰이었다. 사회연대경제는 실천이 쌓이고, 이후 이론이 형성되며 발전해왔다. 각 지역, 국가, 시간마다 변화하는 사회연대경제에는 고정된 기준이 존재하기 어렵다. 그와 나눈 대화는 세션에 참여하고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콘퍼런스는 다양한 국가의 사례들 안에서 새로운 시각을 쌓으며 동시에 사회연대경제 연구자가 공유하는 여러 공통된 감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교수님들을 비롯한 연구자들의 노력과 열정을 가까이서 배울 수 있었다. 콘퍼런스 참석기회를 주신 성공회대학교와 교수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