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심가득] "돌봄청년에게는 '함께하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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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심가득] "돌봄청년에게는 '함께하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생계, 진로, 돌봄 모두 책임지는 돌봄청년…일반청년보다 우울감 7배 더 크게 느껴
복지지원제도 이용시간은 대부분 낮 시간대…돌봄청(소)년, 조퇴하거나 연차 써야만 해
지적장애 아버지로 인해 지원받는 건 아버지 교통비뿐…"내가 버는 돈이 유일한 안전망"
  • 2024.04.14 15:30
  • by 이새벽 기자

 고령화 및 출생률 감소, 1인 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잡해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돌봄 수요는 다원화되고 있다. 그러나 돌봄에 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충분히 강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가정과 개인에게 돌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라이프인은 돌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24년 한 해 동안 '사회적 돌봄'을 주제로 돌봄 현안 파악 및 문제진단, 해결책 모색 등을 논의하는 '사(社)심가득' 기획을 진행한다. '社심가득'이라는 제목에는 사사로울 사(私) 자가 아닌 모일 사(社) 자를 사용하여, 온 사회가 마음을 모아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사회 구성원 누구도 돌봄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궁극적으로 '사(社)심가득' 기획을 통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안전장치로서 돌봄의 가치를 되새기고, 돌봄 제공자의 삶을 보장할 방법을 모색하며, 돌봄이 공적 영역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편집자 주]

 

라이프인이 사회적돌봄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社)심가득한 대화' 두 번째 시간으로 '영케어러(Young carer)는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12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초대 손님으로는 조기현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와 n인분에 속한 돌봄청년 강하라 씨가 참석했다.
 

▲ 조기현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라이프인
▲ 조기현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라이프인

조기현 n인분 대표는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 '가족돌봄청년'보다 외국식 표현 '영케어러(Young carer)'를 더 선호했다. 그 이유로 "'가족돌봄청년'이라는 말은 돌봄의 무게를 가족에게 지우는 것 같다"며 "다른 표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 기사에서는 가족돌봄청년, 영케어러 대신 '돌봄청년'이라고 표현한다.)

조 대표는 돌봄청년들이 생계, 진로, 돌봄을 동시에 하게 돼 또래 청년 사이에서 고립되며 그들이 느끼는 우울감은 일반 청년의 7배가 된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조 대표 또한 아버지가 쓰러진 이후 7년 동안 그 사실을 외부에 이야기하지 못했다. 돌봄청년들은 자신이 겪는 상황을 외부에 설명하기가 어렵고 듣는 사람 또한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돌봄청년에게 '철들었다', '효자다' 등 책임을 강화하는 말들을 지양해야 한다며 "돌봄 책임감을 많이 느낄수록 죄책감을 많이 느낀다. 돌봄을 사적 영역에 가두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라고 돌봄청년에 대해 흔히 하는 말들을 지적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돌봄청년에게 자기돌봄비 연 2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돌봄청년만 지원하는 게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면서 "지자체에서 하는 정책이 체감도가 높다"며 서울시와 광주광역시 서구의 정책 사례를 공유했다. 서울시는 2023년 8월부터 가족돌봄청년 전담기구를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는 읍동 단위에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부터 지원사업까지 연계하고 있다.

한편 조 대표는 복지지원책의 문제점으로 '이용 시간'을 꼽았다. 이용 시간은 기관 운영 시간인 낮  시간대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돌봄청년이 복지지원책을 이용하려면 학교를 조퇴하거나 휴가를 써서 일을 빼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돌봄청(소)년 발굴이 어렵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복지체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역으로 질문해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돌봄청년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함께하는 어른"이라고 말했다. "돌봄청(소)년은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대부분 복지상담에서는 상황을 잘 설명해야 그나마 어떤 서비스를 신청해 보라는 등의 제안을 받는다"며 "돌봄청(소)년의 상황을 인식하고 해석해 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에서 자주 지각하거나 졸거나 숙제를 해오지 못하는 모습들은 돌봄청년의 신호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 돌봄청년 멘토 양성과정 '영영케어'. ⓒn인분
▲ 돌봄청년 멘토 양성과정 '영영케어'. ⓒn인분

돌봄청(소)년에게 '함께하는 어른'이 되어주기 위해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에서는  영영케어(영케어러가 영케어러를 돌봅니다)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돌봄청년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다. 조 대표는 "남성이 돌봄청년이 되면 외부와 교류를 잘 안 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조모임을 오랫동안 했는데도 여성은 셀 수 없이 만났으나 남성은 2명 만났다"고 밝혔다. 

"돌봄이 극도로 힘들다고 하는데 지금 상황은 나아졌나? 고비가 있거나 적응이 되는 차원인가?"라는 청중의 질문에 지적장애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강하라 씨는 "돌봄 대상자가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싸움이기에 돌봄 당사자의 마음 컨트롤이 중요하다"며 "아버지에 거는 기대 등 그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 돌봄청년 강하라 씨. ⓒ라이프인
▲ 돌봄청년 강하라 씨. ⓒ라이프인

강하라 씨가 받는 정책적 지원은 아버지 교통비뿐이다. 강 씨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제도를 신청했는데 모든 규정은 신체장애인 위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용하지 못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아버지에게 집을 증여했는데 이로 인해 집안 내 민사소송이 제기됐다. 지적장애인이 국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것은 형사 소송뿐이어서 변호사 선임 비용 또한 강 씨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강 씨는 "아버지가 무주택자로 할머니 집에 얹혀살고 있어도 부모 집에 살고 있으므로 재산으로 처리돼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며 "정부제도는 아버지가 가족과도 단절돼 혼자 살고 내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등 완전히 고립된 상황에서만 국가가 도와줄 수 있더라"고 전했다.  

강 씨는 현재 건강상의 문제로 수술을 받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는 돈을 버는 것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조 대표는 강하라 씨가 쓰러진 상태에서 "내가 버는 돈이 유일한 안전망"이라고 말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조 대표는 "정부가 기존 복지체계를 반복하면 안 된다. 청소년기, 청년기의 가족돌봄 합의점을 만들어야 한다. '예산을 올렸다'며 재정 그래프를 보이면서 합리적인 태도인 것처럼 합리적이지 않은 삶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누구나 아픈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당사자 정책 확대가 아니라 작은 지원만 계속한다면 사회적 효용이 없는 상황만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 대표는 '돌봄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일례로, 요양보호사가 가정에 방문해 할머니를 돌보지 않고 있는 돌봄 청소년에게 잔소리하고 혼내자 그가 가출한 경우를 공유하면서 "(돌봄청소년이)돌봄을 하지 않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돌봄을 얼마나 하고 있느냐 보다 돌봄 상황에 놓여있다는 상황자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돌봄청년들에게 힘든 것 중 하나는 돌봄 대상자가 중증 상태일 때 요양보호사가 떠나는 것"이라며 "그 경우 가까스로 한 취업도 포기하거나 휴직하게 된다"며 "돌봄 노동자가 대상가정과 함께할 수 있도록 임금을 충분히 보장해 줘야 안정적인 돌봄 분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돌봄청년의 현실을 들은 청중들은 후원을 자처하며 n인분의 후원계좌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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