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식품소비행태조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4)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9년) 대비 이후(2021년 이후)의 가구 외식 비중이 다소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 즉석섭취식품, 밀키트, 신선편의식품의 소비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문할 수 있는 음식 종류가 늘어나는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편의성이 증가하며 배달 음식을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났다. 아울러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청년 1인 가구에는 간편식을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다.
하지만 간편식과 즉석식품, 배달 음식들은 편리한 반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대부분의 간편식은 나트륨과 트랜스지방이 과도하게 쌓여 혈압을 상승시키고 비만, 골밀도 약화 등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일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MZ(밀레니얼 세대+Z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빨리 늙는 '가속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화는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 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불규칙한 생활, 수면과 운동 부족으로 노화가 촉진되고 있다는 의미다.
가속노화의 원인으로는 성공에 대한 기대, 직장 내 과도한 업무, 경제적 부담감 등을 이유로 꼽는다. 그중에서도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이 식습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은 곧 우리 몸을 빠르게 노화시킨다. 청년 1인 가구 비율의 나날이 증가하는 시점에, 청년세대의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유발하는 환경에 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삶 전반에 많은 변화를 남겼다. 식습관 부문에서도 지대한 변화를 불러오며 스스로 노화를 촉진하고 있는 상황 속에, 우리는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편안함'은 곧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저속노화' 개념을 쏘아 올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편안한 불편함'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본래 인간의 본능은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에 놓이길 원한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 빠질수록 우리 몸은 노화 속도를 촉진하고 내재역량(신체‧인지‧정서‧사회적 기능 등을 포함한 삶의 기능들의 총합이자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척도)을 빠르게 깎아나간다. 심지어 우리 몸에 한 번 생겨난 가속노화는 몸에 또 다른 고장을 내고, 고장은 몸 자체의 노화 속도를 점점 더 빠르게 만든다. 헤어 나올 수 없는 노화의 무한 사이클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당장은 지루하고 따분할지라도 눈앞의 쾌락을 쫓지 않고 불필요한 자극을 줄인다면, 여기에 더해 마음 건강까지 살필 수 있다면 우리는 건강을 챙기고 노화 속도까지 늦출 수 있다. 인간의 노화를 결정하는 불가항력적 요소 '시간'과 '유전자'를 제외하고 '삶의 방식'은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는 스스로 가속 노화를 막을 수 있다. 건강하고 느리게 늙어갈 수 있다.
■ 저속 노화의 해결책은 '식단'에 있다!
먼저 식습관을 살펴보자. 위의 MIND 점수표로 간단하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총점이 15점에 가까울수록 노화에 대비한 식습관을 잘 갖추고 있는 것이다.
MIND 식사법은 지중해식(붉은 육류나 설탕 섭취를 제한해 혈관 개선을 돕는 식단)과 DASH식단(포화지방과 염분의 섭취를 줄여 고혈압을 예방하는 식단)의 장점만 모은 것으로, 정 교수의 말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며 체성분과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완벽한 식단이라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도정을 많이 거치지 않은 현미나 보리밥을 먹으며 채소, 된장을 곁들여 먹던 조선시대 서민의 식사법과도 닮아있다. 다시 말해 우리 일상에서도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노화 방지 식사법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정 교수가 제안한 MIND 식사법과 그 효능의 일부이다.
① 술은 와인으로, 최대 하루 한 잔만 마신다.
음주 콘텐츠가 아무렇지 않게 노출되는 시대에 음주 방법의 옳고 그름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나친 음주는 언제나 해롭다. 하지만 소량의 음주 또한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 음주는 가급적 자제하되 마신다면 심장병 예방과 콜레스테롤 수치 유지를 도와주는 와인으로, 한 잔의 소량만 마시는 것이 좋다.
② 렌틸 4 : 귀리 2 : 현미 2 : 백미 2 비율의 혼합 밥을 만들어 먹는다.
흰 쌀밥이나 빵, 면과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소화가 빠르지만 흡수 속도가 느려 우리 몸의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킨다. 급속도로 치솟는 혈당을 평탄하게 만들기 위해 정 교수는 특히 밥에 주목했다. 렌틸과 귀리, 현미, 백미를 혼합해 밥을 지어보자. 120g 기준 하루 세 끼 밥만 섭취해도 49g의 풍부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더불어 모든 미세 영양소와 섬유질 섭취 권장량을 충족하는 데 효과적이다. 단 75세 이상의 고령자나 노쇠 환자, 평소 소화기계에 불편함을 겪는 경우엔 위의 혼합 밥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③ 반찬은 나물이나 채소, 약간의 동물성 단백질로 구성한다.
채소와 과일 섭취의 효능은 MIND 식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녹색 채소의 엽록소 성분에는 발암 물질을 차단하는 항암효과가 있다. 또 활성산소(몸 안으로 섭취된 각종 영양소가 산소와 결합하며 에너지로 바뀔 때 만들어지는 부산물)로 인한 손상을 복구하는 항산화 작용(활성산소에 의한 산화작용으로, 우리 몸의 노화와 손상을 막는 물질)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활성산소가 바로 인간의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녹색 채소는 장내 염증을 개선해 체중 감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일도 좋다. 다만 당분이 많지 않은 베리류(크랜베리, 산딸기, 체리,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치즈나 붉은 고기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동물에게서 얻을 수 있는 단백질)에 대해서는 먼저 오류를 바로잡고 가야 한다. 흔히 알려진 지중해식은 치즈나 육류, 와인 등을 충분히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절제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물성 단백질은 지방 함량이 많은 반면 체내 흡수량이 많으므로 소량 섭취로도 충분하다.
④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
올리브오일에는 일명 ‘착한 지방’이라고 불리는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다. 불포화 지방산은 혈액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주며,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노화 예방은 물론이다. 스페인 세비야 대학교(University of Seville)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올리브유의 7~80%를 구성하는 '올레산(Oleic acid)'이 노년기에 찾아오는 인지 기능 장애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올레산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어 노화 촉진을 방지할 수 있다.
때로는 식습관이 한 인간의 몸을 설명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지금 나의 식습관이 미래의 내 모습을 만든다는 것이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내 삶의 건강 궤적을 다시 돌아보고 살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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