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통합돌봄, 사회연대경제의 역할과 과제' 포럼이 지난 1일 오후 3시, 서울시청 별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돌봄, 왜 사회연대경제에 주목하는가'라는 부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서울사회연대경제돌봄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했다.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마련된 이 자리는 학계와 현장 활동가,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모여 돌봄 정책의 비전과 실행 과제를 논의했다.
"공적체계 구축을 넘어 지역이 그려지는 통합돌봄"
첫 발제에 나선 김연아 성공회대 교수는 "서비스 목록은 늘어났지만 지역사회 변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서울형 통합돌봄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짚었다. 김 교수는 박원순 시장 시절부터 오세훈 시장에 이르기까지 서울이 '광역 주도형' 모델을 유지해 왔음을 상기시키며, 최근 5년간 8,700억 원을 투입해 시범 구에서 통합돌봄센터 설치, 돌봄SOS센터 재편, 통합 안내창구와 5대 분야·10개 영역·41개 서비스 연계 등 전달체계를 마련해오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과 지역사회가 실제로 변화를 체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제는 돌봄을 ▲생태계 관점 ▲고령친화도시 전략과의 연결 ▲복합위기 시대 지역 재생력 ▲돌봄 공공성 확대라는 네 가지 틀에서 새롭게 정립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자립 중심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서로 돌보는 상호의존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며, 주민과 사회적경제, 행정이 거버넌스 안에서 공공서비스의 범위를 직접 결정해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한국사회연대경제연구소 김기태 소장은 사회연대경제가 통합돌봄의 엔진이 되려면 '연대'와 '혁신'이 함께 돌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동 단위부터 주민자치·마을공동체·착한 민간자원까지 묶는 컨소시엄을 꾸리고, 서비스 공백을 채워 그 위에서 거버넌스는 '공동토론-공동결정-공동실행-피드백'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제도 설계로는 △자치구 조례 정비(광역-자치구 동시 개정) △참여소득형 조례 도입 검토(타임뱅크·지역화폐 등 주민 참여 비용을 제도화) △통합돌봄 업무 간 행정 연계 조례 마련, 그리고 5년을 바라보는 '인내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연대의 결과물이 매출과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만들고, 시범-확산으로 룰을 바꾸자고 전하며 현장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유여원 전무이사는 은평 지역에서 축적한 주민 주도 1차의료-복지-돌봄 결합 모델을 소개했다. 이는 제도는 적극 활용하되, 제도 밖의 필요는 주민 역량으로 실험해 제도화를 견인하는 전략이다. '서로 돌봄 공간'과 치매 안심 마을, 건강이웃(시니어 일자리) 같은 장치를 촘촘히 늘려 돌봄 생산자의 저변을 확대하고, 집 가까운 생활거점에서 관계를 쌓아 위기 이전부터 함께 움직이게 하자는 것이다.
특히 "끝까지 나답게 살다가, 아는 얼굴들 속에서 죽고 싶다"는 주민의 말을 전하며, 생애말기 돌봄에서 고독사 이전의 고독한 삶(고독생)이 되지 않도록 지역이 함께 돌본다는 관점 전환을 강조했다. 또한 "좋은 돌봄은 전문가의 선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며, 적정 수가와 공정한 보상이 동반될 때만 지속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마지막 발제에서는 민민 네트워크와 민관 거버넌스를 모두 가동해야 한다는 주제가 나왔다. 인정현 노원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2019년 건강안심주택 준비부터 2021년 연합법인 창립, 서비스제공 조직 네트워크, 2024년 '돌봄법 공론장'과 노원 통합돌봄 네트워크(20개 기관) 구성으로 이어진 현장형 거버넌스의 축적을 공유했다. 월 1회 정기회의로 자원조사와 공백 대응, 현장 기반 정책제안, 구청과의 조례 공동검토까지 이어가며, 통합돌봄 TF의 회의 내역을 의회에 공유해 행정의 책임성을 높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앞으로 법 시행 이후 '민간 네트워크의 동력'을 어떻게 유지할지, 틈새 돌봄을 누가 메울지가 관건"이라며, 민간이 통합지원과 서비스 제공에 역할 분담으로 참여하고, 동시에 시행과정 모니터링을 주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가 오갔다. 이종환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은 지원센터를 돌봄과 사회연대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규정하며, 네트워크 출범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비전과 혁신을 실현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은주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주거와 돌봄의 불가분 관계를 짚으며, 서봄하우스 사례를 통해 "주거가 곧 돌봄"임을 보여주고 공간과 관계망이 통합돌봄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송영숙 강북나눔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역시 돌봄노동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과중한 노동과 열악한 처우 속에서는 돌봄의 질 역시 담보할 수 없다며 돌봄 제공자의 노동조건 개선이 지속가능성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뒤이어 이경주 서울강북지역자활센터장은 자활 현장에서 축적된 '암묵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자활은 언제나 돌봄의 사각지대를 메워왔다"며, 이 경험이 제도 설계 과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정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선임매니저는 네트워크 조직화, 서비스 표준화, 정책 피드백 체계 마련을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행정과 현장을 잇는 코디네이터로서 지원센터의 역할을 강조했다.
포럼에서 발제와 토론을 관통한 결론은 분명했다. 법 제정은 출발선일 뿐, 질 좋은 돌봄을 지속시키는 것은 실행력이다. 실행력은 거버넌스, 생활권 기반의 관계망, 돌봄노동의 공정한 보상이라는 세 기둥에서 나온다. 여기에 데이터와 제도학습을 더해 빈칸을 빠르게 메우는 틈새 돌봄 역량을 갖출 때, "끝까지 나답게 사는" 돌봄생태계가 현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