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경제기본법 논의가 제도화의 분기점에 도달했다. 11월 20일 오전에는 국회 차원의 관계부처 협의 테이블에서 기본법의 주요 쟁점이 논의되고, 오후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제3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이어지며 제정 논의가 제도 절차 안으로 본격 진입한다. 그간 분산돼 있던 법안과 정책 논의가 하나의 흐름으로 모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정치권·정부·현장 모두에서 제정 필요성은 이미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이며, 이제는 사회연대경제를 어떤 구조로 제도 안에 배치할 것인지를 둘러싼 실제 선택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국회에는 여덟 개의 기본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최근 발의된 김성회·김영배 의원안을 포함해 법안마다 강조점과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사회연대경제를 국가 정책 체계 안에서 정식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설계도를 한자리에 놓고 비교·조율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다.
20일의 두 논의는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오전에는 사회연대경제 입법추진단으로 활동해 온 의원들과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협의가 예정되어 있다. 사회연대경제 정책은 지역·돌봄·고용·재정·금융 등 여러 영역을 걸치고 있어, 기본법이 제정될 경우 부처 간 조정이 어떻게 가능할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행정안전부와 중앙부처 간 협업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가 중요한 관찰 지점이다.
오후에 열리는 행정안전위원회의 제3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기본법 심사의 첫 공식 단계다. 이날 소위 회의 안건에는 황명선, 용혜인, 윤호중, 복기왕, 김동아·최혁진, 정태호, 위성곤, 김성회, 김영배 의원 등 여덟 개 법안이 모두 상정된다. 최혁진 의원실 관계자는 "여러 법안의 차이를 행안위가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의견 청취를 넘어 국회가 법안의 구조와 쟁점을 공식 심사 절차 안에서 다루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며, 제정 논의가 실제 선택의 국면으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제도화의 갈림길에서 드러나는 네 가지 쟁점
20일 논의에서 부각될 핵심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사회연대금융이다. 기금 설치 조항은 대부분의 법안에 포함돼 있지만, 실제 쟁점은 기금의 존재 여부보다 훨씬 깊다. 사회적 가치의 정의, 지역 금융 접근성, 상호금융기관과의 관계,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와의 권한 조정 등 금융 구조 전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기본법의 성격을 결정한다. 현장에서는 금융 생태계의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고, 기금·금융 조항은 기본법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으로 꼽힌다.
둘째는 전달체계다. 각 법안이 전달체계를 조문에서 직접 설계하고 있지는 않다.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중앙·지역 진흥기구의 배치 구조가 향후 전달체계를 사실상 규정하게 된다. 여러 포럼에서도 '중앙 계획과 지역 집행'으로 단순화된 기존 구조가 사회연대경제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반복됐다. 지역 역량과 자원의 분포를 고려한 전달체계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셋째는 한국사회연대경제원(가칭)의 위상이다. 대부분 법안이 진흥기관 설치를 포함하지만, 기구의 성격은 법안마다 다르다. 정책 조정 기능을 중심으로 할지, 집행기관 성격을 가질지, 지역 중간지원조직과 연계된 플랫폼으로 설계할지에 따라 전체 정책 체계가 전혀 다른 구조를 갖게 된다. 사회연대경제원의 위상은 전달체계 문제와도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넷째는 정책 총괄 부처의 역할이다. 최근 논의 흐름은 행정안전부 중심의 분권형 구조로 이동하고 있지만, 사회연대경제정책은 재정·금융·고용·산업 등 여러 부처의 소관과 맞물려 있어 실질적 조정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법 제정 이후 생태계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네 가지는 별개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다. 금융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총괄 부처의 역할이 달라지고, 기관의 위상이 정해지면 전달체계의 형태도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결국 논의의 중심에는 '기본법 이후의 사회연대경제 정책체계를 어떤 구조로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앞으로 입법 절차는
공청회가 끝나면 법안은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사를 거쳐 대안 형태로 정리된다. 이후 행안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국회 본회의 순으로 이어진다. 절차는 분명하지만 실제로 시간이 걸리는 부분은 법안 병합 과정이다. 서로 다른 설계도를 어떤 단일 구조로 통합할 것인지가 핵심이며, 이 선택이 사회연대경제 정책체계의 방향을 사실상 결정짓게 된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 논의는 단순히 새로운 법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앞으로의 사회연대경제 생태계를 어떤 기반 위에서 작동하게 만들지, 그 구조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20일의 논의는 그 첫 관문이다. 제정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서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구조적 선택이 앞으로의 몇 달 안에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사회연대경제의 제도화가 선언에서 실행으로 넘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