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사회문제 해결의 투자자가 되는 날, '2025 사회적가치투자대회'가 열린다. 희망제작소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설계하는 이들을 '소셜디자이너'라 부르며, 이 무대를 통해 그들의 도전을 시민과 함께 응원한다. 라이프인과 희망제작소는 대회에 참여하는 15명의 소셜디자이너를 만나, 각자의 실험이 품은 질문과 변화를 기록한다. '소셜디자IN'은 세상을 바꾸는 설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사회적 상상력을 깨우는 여정이다. [편집자 주]
해조류가 사라지면 바다는 금방 표정을 잃는다. 울진과 포항의 연안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침묵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어민도 정부도 아닌, 바다를 사랑하는 청년들과 시민들이었다. 오션캠퍼스는 "사막이 된 바다를 다시 숲으로 만들려면 결국 함께 들어가야 한다"는 믿음으로, 시민과 함께 해조류를 심고 돌보는 바다숲 복원 모델을 만들고 있다.
오션캠퍼스는 울진·포항 연안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무절석회조류 제거, 성게 개체수 조절을 병행한 뒤 다시마·미역·모자반·감태 등을 이식한다. 이 모든 과정을 어민·시민·청년이 함께 한다. '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실질적 복원·과학적 연구·시민 참여가 동시에 돌아가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바다에서 시작된 문제, 바다에서 답을 찾다
그 출발은 2019년 대학생 연합 스쿠버 동아리였다. 석다현 이사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포항 연안에 들어갔고, 같은 포인트를 2014년과 2021년에 촬영한 사진에는 10년이 채 되지 않는 동안 해조류 군락이 백화된 모습이 선명했다. 어민들에게는 생계가 무너지는 문제였다.
초기 몇 년은 해양폐기물 수거에 집중했지만 '쓰레기를 줍는 것만으론 바다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태풍 마이삭 이후 울진 앞바다에 가라앉은 노란 박스만 2천 개. 쓰레기를 치우는 손에서 해조류를 심는 손으로 확장하기 위해, 이들은 2024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해조류 이식은 '맨땅에 헤딩'에 가까운 실험의 연속이었다. 해외 방식은 국내 해역과 맞지 않았다. 울진·포항 연안을 반복해서 잠수하며 암반에 구멍을 뚫고 앵커를 고정해 모종을 이식하는 현재의 방식을 만들었다. 포자 주머니 방식도 시도했지만 착생률이 낮아 보완 중이다.
오션캠퍼스는 이식 전 무절석회조류를 제거하고, 성게 개체수를 조절하며 바닥 환경을 복원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협력해 포항·울진 연안 88ha에서 복원 사업을 진행하며 탄소 흡수력과 생태 회복력을 정량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실제 데이터를 쌓아야 시민도, 정책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기준이다.
해양복원가 양성과 반려 해조류
복원 모델의 또 다른 축은 시민 참여다. '해양환경복원가' 양성과정은 스쿠버 교육, 해양학, 수중 기술, 이식·모니터링을 통합적으로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약 100명이 참여했고 일부는 인턴·상근자로 이어졌다.
시민참여 프로그램 '바다농장'은 해조류 군락을 입양해 '반려 해조류'의 성장과 탄소흡수량을 공유받는 모델이다. 해외의 반려 산호초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오션캠퍼스는 최근 공익법인 지정을 통해 후원을 받을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오션캠퍼스는 포항 방석리·울진 직산리 어촌계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석다현 이사장이 20년 가까이 같은 바다에서 잠수해온 경험은 지역 신뢰를 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해양폐기물 수거, 마을 행사 지원 등을 꾸준히 이어오며 어촌과 함께 복원 모델을 만들고 있다. 바다숲이 되살아나면 어획량 회복, 관광·교육 콘텐츠 개발 등 지역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쓰레기에서 비료까지, 자원 순환의 실험
지금까지 약 8만kg의 해양폐기물을 수거했다. 쓰레기를 부양백으로 띄우고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복원 과정에서 나온 성게 4000kg은 액상 비료로 개발해 농가에 시제품을 제공했다. 우니는 해녀들에게 돌려보내고, 성게껍질은 비료·화장품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해양폐기물을 활용한 공예품은 버려진 자원이 지역경제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같은 팀은 망하면 안 됩니다." 오션캠퍼스는 지금까지 여러 기관의 지원으로 운영돼 왔으며, 앞으로는 시민 후원과 제품 개발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이들은 "바다를 되살리는 일을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하나의 업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세 팀장은 하루를 마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한다. 잠수 후 안전정지 시간에 서로를 바라보는 감각, 해넘이를 보며 항구로 돌아오는 길이 그들이 버티는 이유다. 전형훈 팀장은 "내 손으로 심은 해조류가 자라는 걸 보는 게 가장 재밌다"고 말한다. 대구 집에서는 "언제 오냐"는 소리를 듣지만 울진 작업장 숙소에서 함께 먹고 자며 바다를 오가는 생활이 자연스러워졌다.
"우리가 하는 일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에요. 오늘 한 포기 심고, 내일 또 들어가는 일이죠. 그 꼼지락꼼지락이 쌓여 바다가 정말 달라집니다."
울진과 포항의 바다 밑에서 시작된 이 복원의 손길은, 바다를 다시 사람들의 삶 속으로 데려오고 있다. 반려 해조류가 자라는 바다숲, 바다를 공부하고 잠수하는 시민들, 함께 올라온 팀원들의 눈빛. 오션캠퍼스가 만드는 것은 결국 바다·사람·지역이 서로를 살리는 새로운 관계망이다. 하루 한 걸음씩, 바다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