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세대를 일컫는 말로서 '베이비붐'(Baby Boom) 세대라는 표현이 있다. 국내에서는 보통 한국전쟁 이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을 '베이비부머'라고 지칭한다. 이들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주역이자, 경제 고도성장기 및 정보화 시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기로 이어지는 경제·사회적 격변의 산증인이다. 이렇게 민주주의 발전과 산업 성장을 이끌었던 이들이 이제는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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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는 지난 2월 출간한 자신의 저서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를 통해 베이비부머 당사자로서, 노년이 된 베이비붐 세대 삶의 경험을 파국, 전환, 응시, 경로, 탐구, 도서관, 육아, 성숙, 연명, 존엄, 마을 등 마흔 개 열쇳말로 풀어냈다. 동시에 베이비붐 세대가 만들어 갈 새로운 노년 문화를 상상하고 '잘' 나이 듦이란 무엇인지 모색했다.

29일 오후 진행된 '갈대의 별책부록-저자와의 만남'에서는 해당 책의 내용과 김 교수의 경험, 그리고 참석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돌봄과 존엄한 죽음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국내 베이비부머 규모는 700만여 명.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인구 규모가 큰 만큼 사회적 영향력 또한 크다. 또한, 상술했듯이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세대적 유대가 탄탄하다. 김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을 설명하며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한 세대가 함께 역사를 바꾸고 윗세대를 바꾼 경험(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했다. 산업화 세대에 저항하면서 '우리는 민주화 세대'라는 뚜렷한 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세대는 자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앞세대가 늙어 가는 방식으로 늙어 가려고 하지 않는다. 역사를 바꿔 온 경험이 무의식에 굉장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부연했다. 더욱이, 베이비부머들은 앞세대와 역사·문화적 경험이 다를 뿐 아니라 소득 수준과 학력 또한 향상됐기에 이들이 만들어 갈 노년 문화는 지금까지와 달라질 것이다. 김 교수가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됐다'는 현상에 주목한 이유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또 다른 생각할 거리는 바로 '돌봄 부담' 문제다. 양적으로 거대한 인구집단인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고, 이들이 건강과 일상을 유지하도록 지지할 돌봄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현 한국 사회 인구 구성 변화를 보면 갈수록 가족 구성원은 줄어드는 실정이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며(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34%가량을 차지한다), 출생률이 낮아지니 자녀에게 양친 돌봄을 함께 수행할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도 많다. 가족 공동체 내 돌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2019년 11월을 기점으로 데드크로스(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높은 현상)가 이어지고 있으니, 앞으로 돌봄을 가족 내에서 온전히 책임지기 더욱 어려워지리란 사실은 자명하다.

또한, 돌봄 부담을 이야기할 때 '인력' 문제뿐 아니라 '관계' 문제도 논해야 한다. 김 교수는 현재 자신이 가족과 맺고 있는 정서적 관계가 이후 자신의 노년에 경험할 돌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서적 관계 맺기가 노년으로 이어지는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구용 교수(전남대학교)의 말을 빌려 "노년기에 정서적으로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을 사람이 누구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존중하고 그에게 존중받고 있는가. 존중한다는 것의 핵심은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 겸 라이프인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 겸 라이프인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때의 관계 문제는 비단 가족 구성원 간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우리가 미래에 경험할 돌봄의 모습은 가족 안에 갇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내가 죽기 전에 함께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내가 현재 주변 사람들과 편안하게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이 노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존엄사 및 조력자살의 개념, 특히 조력자살에 따라오는 여러 가지 논점들을 언급했다. 그 뒤 참석자들은 이상과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돌봄,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존엄한 죽음 등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편 사단법인 갈등해결과대화가 진행하는 '갈대의 별책부록'(이하 별책부록)은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이 있는 주제를 선정해 전문가 패널과 참석자들이 함께 대화하는 특강 자리이자 공론장이다. 갈등해결과대화는 코로나19로 인해 해당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했다가, 약 4년 만에 소통의 장으로서 별책부록의 문을 다시 열었다.

별책부록은 올해 비대면 방식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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