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동물복지와 사람복지는 동전의 앞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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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동물복지와 사람복지는 동전의 앞뒷면
  • 2023.11.01 15: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협동조합 운동 처음으로 동물병원을 협동조합으로 추진

'세계 최초로 동물병원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한다', '조합원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 가입한다' 등등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현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 창립할 때에 매우 신선하여 세간의 많은 관심을 모았었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기 시작했고 방송에서는 반려동물 특히, 개와 고양이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왔다. 반려동물이란 용어가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들에게도 쓰이기 시작한 시기도 그즈음이었다. 그전에는 대부분 애완견, 애완동물이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부수적이고 보완적인, 그리고 장난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애완에서 인간처럼, 인간과 함께 또는 동등의 의미를 뜻하는 반려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포럼에서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가 처음 제안했다고 하며, 국내에서는 2007년 동물보호법에서 반려동물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 2016. 07. 15) 
 

▲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동물병원.
▲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동물병원.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2012년 6월 마포의료생협(현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창립하면서 이후에는 동물병원을 협동조합으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민중의집(대표 정경섭,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을 비롯하여 성미산 주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논의에 참여하고 2013년 1월부터는 본격적인 모임을 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하고 인간과 공존하는 문화를 제대로 자리 잡게 하는 교육, 활동과 함께 반려동물들을 위한 병원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동물병원을 위해서 협동조합이라는 법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동물병원을 고민한 것은 반려동물을 치료하는데 부담이 되는 치료비를 줄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더구나 동물의 경우 같은 질병인데도 치료비가 병원마다 들쑥날쑥이다. 이는 반려동물 치료에 대해 공공의 역할과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2013년 5월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이 출범한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같이 조합원이 되는 협동조합

창립 당시 조합원은 100명이었다.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들만 아니라 없는 사람도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현재는 조합원이 약 2천5백 명이다.) 창립 후에 동물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는데 큰 난관을 만났다. 그 난관은 동물병원을 설립하려면 수의사 개인이 하거나 비영리법인만이 할 수 있다는 법적 규제였다. 일반 협동조합인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은 설립할 수 없었다. 다시 논의에 들어갔다. 결국 사회적협동조합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2014년 7월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했다. 잠시 두 협동조합이 존재하다가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이 총회를 열어 조합의 모든 자산과 권리, 채무 등을 사회적협동조합에 양도양수한다는 결의를 했다. 이로써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으로 동물병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2014년 7월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창립 총회 / 2015년 2월 우리동생사협 인가증
▲ 2014년 7월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창립 총회 / 2015년 2월 우리동생사협 인가증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창립한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사협')에 대해 주무관청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인가를 바로 내주지 않았다. 이유는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전례가 없는 것이 당연했다. 동물병원을 협동조합으로 한 사례는 한국 역사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정치권이 움직였다.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한명숙, 정의당 국회의원 심상정 등이 적극 지지해 주었다. 아울러 아이쿱생협 등 기존의 협동조합도 우리동생사협이 인가받을 수 있도록 서명 등 협력, 지원했다. 그 결과 창립총회를 한 지, 약 7개월이 지난 2015년 2월이 돼서야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는 속에서 창립 초기인 2014년 1월에 실무자로 일을 시작하여 현재 실무 총책임을 맡고 있는 김현주 상무이사를 만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동물병원을 운영할 수의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우리동생사협이 동물병원을 열려면 수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수의사를 구할 수가 없었다. 조합원 중 수의사가 있어서 자문을 해주어 2014년 가을부터 동물병원을 준비할 수 있었다. 동물병원의 실내 구조와 필요한 의료기기, 동선 등에 대해 자문했고 2015년 동물병원을 개원하면 일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2015년 문을 열어야 하는 시점에 우리동생사협에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시 수의사를 찾아야 했다. 일정은 급하고 사람은 없고. 임시방편으로 현업에서 은퇴한 수의사가 구인 공고를 내주고 명예 원장 형식으로 도와주었다. 구인 공고를 통해 수의사가 들어왔다. 그런데 4개월 만에 다시 그만두었다. 다시 조합원 중에 수의사가 4개월 그리고 동물보호단체 소개로 만난 수의사가 8개월 진료를 했다. 

2016년 10월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무려 4명의 수의사가 거쳐 갔다. 이사회에서는 '안정적인 수의사가 확보될 때까지 개원한 지 몇 달 안 된 동물병원의 문을 닫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렇게 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조합이 처음 하는 사업으로 인력을 준비하지 못하는 등 업무에 서툴렀던 것이 가장 컸다. 둘째, 사람들이 이용하는 병원과 달리 전 국민 의료보험 등의 제도가 없는 전혀 다른 의료 서비스 영역인데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셋째,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다. 동물병원을 하는 이유에 대해 반려동물 문화, 인식 등은 놔두고 자꾸 동물 치료비에 집중하여 기존의 수의사, 다른 동물병원과 대립 구도를 만든 것이다. 반려동물 치료비의 문제는 싸다, 비싸다는 것으로 단순화시킬 수 없는 문제인데 그렇게 보도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자극적으로 보도하여 우리동생사협과 협력을 어렵게 했다. 마지막으로 정부 역할의 부재다. 농림수산식품부, 기재부, 서울시 등 반려동물에 대한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 세상은 애완견, 애완묘에서 반려견, 반려묘로 변하고 있는데 정부의 시각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고 동물 치료비 등에 대해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2010년 12월에는 동물 치료비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 시작하여 소비자들의 부담을 증가시켰다.

▲ 반려동물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반려인들.
▲ 반려동물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반려인들.

수의사의 안정적인 진료를 통해 조직이 안정되기 시작

우여곡절 끝에 2016년 11월, 현재 원장으로 있는 수의사가 합류했다. 우리동생사협의 조합원이 다니던 동물병원의 수의사였다. 처음에는 수의사를 소개시켜 주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본인이 하던 개인 동물병원을 접고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우리동생사협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동물병원이 주 사업인데 동물을 치료할 수의사가 불안하니 조직 전체가 안정되지 않았는데, 치료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니 하나하나 자리를 잡아갔다. 수의사와 진료가 안정되니 2018년부터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희소식이 생겼다. 우리동생사협이 기재부에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된 것이다. 이런 제도적 성취는 조직의 안정과 활성화에 큰 힘이 되었다.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는 외부 단체와 협력 사업, 기부금 모집을 활발하게 할 수 있게 됐다.
 

▲ 우리동생사협이 진행하는 사업.
▲ 우리동생사협이 진행하는 사업.

 

우리동생사협이 하는 사업은 크게 다섯 가지다. 동물의료기관 운영, 외부 동물들에게 하는 의료나눔, 반려동물 문화교실 등 교육사업, 조합을 알리는 홍보사업 그리고 다른 조직과 연대사업 등이다. 먼저 동물의료기관 운영은 주 사업이자 가장 일상적인 사업으로 조합원인 반려동물들이 치료 대상이다. 물론 조합원이 아닌 반려동물 치료도 한다. 조합원 반려동물들의 치료에는 일부 할인 혜택이 있다, 둘째, 의료나눔 사업안에는 다시 네 가지 사업이 있다. ①유기동물, 길고양이 등 조합원 구조 동물 의료 나눔 ②협약을 한 단체들과 동물 의료 나눔 ③은평구, 협약 단체들과 길고양이 중성화 ④취약 계층 주민의 반려동물 양육을 지원하는 통합 복지활동 등이다. 

반려동물 보험, 반려동물 장례문화 확산

셋째, 교육 협동사업으로는 봄맞이 집 정리정돈 챌린지, 마포구 반려동물 문화 교실, 노인 대상 반려견과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개(犬), 사회복지사와 함께하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통합복지 사례 관리 교육, 반려견과 건강하게 더불어 살기 등이 있다. 이외에 언론 홍보 그리고 마포지역에서 다른 협동조합,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와 협력 사업을 진행한다. 한편 우리동생사협은 반려동물 치료 중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치료에 대해 2018년부터 KB손해보험과 반려동물 보험을 하고 있고 반려동물 장례문화를 위해 반려동물 장례식장, 화장시설을 운영하는 펫포레스트와 협약을 맺어 조합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한편 2020년에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2호 동물병원(청담점)을 세웠다. 당시 건물주였던 조합원이 보증금 없이 월세도 싸게 더구나 내부 인테리어까지 해주면서 제안했다. 조합에서는 2호점을 고민하던 시기였기에 우리동생사협의 활동 지역 확장을 위해 흔쾌히 응했다. 그런데 바로 코로나19가 와서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에 오는 반려동물들이 줄지는 않았지만, 지역사회에서 사람 조합원을 만나면서 활동해야 하는데 사람 만나는 활동을 거의 할 수가 없었다.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에 건물주가 건물을 매각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새 건물주와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이 청담점 운영 종료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시장 조사와 지역 조합원들의 활동력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교훈이 되었다.

반려동물 복지를 통해 반려인 복지를 강화

우리동생사협이 하는 사업 가운데 취약계층 반려동물 의료지원 사업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그것은 동물복지와 사람복지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회에는 독거노인 등 혼자 사는 취약계층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 중의 하나로 반려동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동생사협은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2017년부터 취약계층 주민들의 반려동물들을 위해 의료나눔을 하고 있다. 동물의 치료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인들이 생활 속에서 잘 돌볼 수 있도록 동물 돌봄에 대한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 복지는 결국 가정에서 돌보는 사람복지와 상호 연결되어 있으므로 사람과 동물을 함께 돌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지역에서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희망한다.
 

▲ 동물 치료 나눔 활동 / 반려동물 문화 교실.
▲ 동물 치료 나눔 활동 / 반려동물 문화 교실.

그래서 우리동생사협이 취약계층 주민의 반려동물 양육지원을 진행할 때는 가정방문을 통한 환경조사 및 교육도 진행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돌봄 활동가들과 함께 협업해서 진행한다. 지역사회에서 통합복지의 관점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2019년 서울시 시민 참여예산 사업으로 제안되어 2020년 시범사업을 하고 2021, 2022년 본사업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2023년부터는 서울시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의 여러 지자체들이 독거노인 등이 키우는 반려동물 치료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하다 보니 우리동생사협이 하던 가정방문과 지역의 여러 단체와 협업 등을 통해 사각지대 발굴과 통합복지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부재한 것이다. 이런 부분은 가능한 빨리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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