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함께하는 그날은 모두가 해방되는 날
상태바
[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함께하는 그날은 모두가 해방되는 날
  • 2023.09.08 12:55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생리대가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도우려고 시작했죠.' 
'월경은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한라아이쿱생협 노형동 마을모임에서 면생리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월경하는 '그날'로 지었다가 같이 하자는 뜻으로 '함께하는그날'로 했어요.'
'2021년 매출 9억 원, 2022년 6억 9천만 원, 2023년 상반기는 2022년보다 조금 더 됩니다.'
 

▲ 함께하는그날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 '지구별가게'에서 판매하는 면생리대.
▲ 함께하는그날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 '지구별가게'에서 판매하는 면생리대.

2016년 시작한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이 하는 사업은 세 분야다. 먼저 면생리대를 비롯하여 속옷 등 다양한 다회용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고 온라인과 매장에서 판매한다. 이 분야 제품의 브랜드는 소락(小樂)이다. 다음으로 제로웨이스트숍으로 '지구별가게'를 운영한다. 리사이클링 제품,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 등을 판매한다. 마지막으로 쓰레기 배출량 감소와 같은 환경교육과 여성의 월경 및 자궁 건강 관련 교육 사업이다. 이렇게 규모 있는 협동조합의 출발이 마을모임이었다니 놀라웠다. 

2014년 4월 세월호는 마을모임에 오는 조합원들에게 큰 충격

한라아이쿱생협도 보통의 지역 조합과 같이 마을모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발생한 2014년 세월호 사건은 제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 충격이었다. 제주를 향해오던 배가 침몰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망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오던 청소년들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을모임에서도 단순히 조합의 정보와 일상의 이야기를 주로 나누다가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책을 보면서 토론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조합원들과 광장에도 나갔다.

신발 깔창이나 휴지로 생리대를 대신하거나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 결석하는 10대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고민하던 중인 2016년 초, 신발 깔창이나 휴지로 생리대를 대신하거나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여학생들이 있다는 믿기 어려운 보도가 나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 또는 부모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이었다. 마을모임에 오는 조합원 모두가 여성이기에 더 크게 다가왔다. 마을모임에 참석한 조합원 모두 생리대가 없어서 고통받는 10대 소녀들에게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 제품 브랜드 소락 / 일회용 생리대와 면생리대의 비교 분석.
 ▲ 제품 브랜드 소락 / 일회용 생리대와 면생리대의 비교 분석.

생리대를 전달해 주자고 했다. 그런데 일반 일회용 생리대는 사용하는 사람의 건강에도 좋지 않고 환경도 문제가 있으니 면생리대를 보내고자 했다. 일회용 생리대 자연 분해 기간이 300년 이상 걸리고 여성 한 사람이 일생 소비하는 생리대만 11,100여 개, 우리나라 한 해 발생하는 생리대 쓰레기가 20억 개 이상이라는 현황을 알게 됐다. 더구나 일회용 생리대를 소각한다면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어렵더라도 면생리대를 택한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기금, 후원금 방식보다는 직접 사업을 하여 돕자고 결정

다음은 방법이었다. 기금이나 후원금을 모아서 면생리대를 구입하여 보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편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지속적으로 하려면 사업을 통해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면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다시 면생리대를 만들어 보낸다는 것이었다. 즉, 사업을 하여 수익금으로 해야 외부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고 논의했다.
 

 ▲ 면생리대를 만드는 공장 내부.
 ▲ 면생리대를 만드는 공장 내부.

면생리대로 사업을 하겠다는 결정은 했지만, 면생리대를 만들려면 몸에 해롭지 않은 친환경 원단을 사서 재단을 하고 재봉틀로 봉제 등 가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만든 후에는 인터넷, 매장 등을 통해 판매해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 하나하나 모든 것이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시작은 생협 사무실에서 몇 달을 했다. 그런데 기존의 '반찬 사업하는 협동조합'과 같이 있다보니 어려웠다. 면생리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먼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큰 도움이 된 마을기업 지원

그래서 이경미 이사장의 집으로 옮겨서 사업을 하다가 굿네이버스에 빈 곳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제주시가 공동체나 동아리를 지원한다는 정보도 알게 되었다. 5백만 원을 지원받아 공업용 재봉틀 등 필요한 것들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시청의 한 공무원이 그런 사업이면 공동체, 동아리보다는 마을기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조언을 했다. 마을기업을 하면 초기에 최대 5천만 원까지 지원이 되는데 임대료, 인건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어 초기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 창립총회
▲ 창립총회

이에 마을기업에 대한 공부와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법인을 창립했다. 2017년 3월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이 세상의 문을 연 날이다. 9명의 조합원들이 1천만 원을 출자하여 창립했다. 마을모임에 오는 조합원만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특히, 현재 공장에서 제품 생산을 총괄하고 있는 오은하 국장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것은 큰 힘이 되었다. 오 국장은 전에 한복을 하던 사람으로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의 취지도 좋았지만 이사장의 설득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온라인 판매를 준비한 것이 코로나19 시기에 주효함

2017년은 법인을 설립하고 설비를 갖추고 사람을 모아서 사업을 시작하는 해였다. 그리고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했다. 제품을 만드는 일에는 문제가 없었다. 판매가 문제였다. 지역 생협을 비롯하여 전국의 많은 곳을 뛰어다녔다. 직접 찾아가거나 교육하러 가서 사업의 취지와 제품의 우수성 등에 대해서 설명하면 20명 정도씩 찐팬들이 생기면서 매출도 조금씩 늘었다. 제주의 시장이 좁기때문에 전국을 대상으로 해야 했고 온라인 판매에 더욱 힘을 쏟았다. 
 

▲ 교육을 하면서 체험도 함께 / 온라인몰의 면생리대
▲ 교육을 하면서 체험도 함께 / 온라인몰의 면생리대

2019년에는 아이쿱생협이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협력하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이때 선정이 되어 다른 11개의 기업과 같이 입점할 수 있게 됐다. 이어서 네이버 온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18년 매출 6천만 원이었던 매출이 2019년 1억 2천만 원 그리고 2020년 5억 원, 2021년 9억 3천만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템이 신선했고 비대면 온라인 판매를 준비했었기 때문이다. 

작년 매출은 2021년에 비해 줄어든 6억 9천만 원인데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한다. 하나는 친환경 면생리대 등 소락과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업체들이 생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온라인이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판매 매장이 두 개인 상태에서 온라인의 감소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흐름을 보고 2023년에는 교육과 캠페인 등을 강화했다. 그랬더니 2022년 상반기에 비해 2023년 상반기 매출이 늘었다. 
 

▲ 전국에서 세 번째, 제주에서 처음 연 지구별가게(2019년 문을 열고 2023년 현재 위치로 이전).
▲ 전국에서 세 번째, 제주에서 처음 연 지구별가게(2019년 문을 열고 2023년 현재 위치로 이전).

제로웨이스트숍 '지구별가게'를 오픈

제로웨이스트 매장 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했다. 생소하여 전국에 불과 3곳 정도 있을 시기였다. 당연히 제주에서는 처음이었다. 이름은 '지구별가게'다. 이 지구별 가게에는 소락의 생활용품 외에 친환경 비누, 행주, 키친타월, 소창으로 만든 커피 필터, 커피 티백, 텀블러 등을 판매한다. 주방세제는 제주의 다른 사회적경제기업인 꽃마리협동조합이 만든 제품이다. 또 한 코너에서는 자신이 입던 옷을 깨끗이 세탁해 와서 다른 사람이 내놓은 옷과 교환해 가는데 수수료 만 원을 내면 된다. 
 

▲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 '지구별가게'
▲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 '지구별가게'

한편, 함께하는그날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이 다른 제로웨이스트숍과 다른 점은 제품을 직접 만든다는 것이다. 다른 곳은 대부분 제조업체가 만든 것을 판매하는 것이 중심이지만 함께하는그날은 직접 생산도 하여 다른 제로웨이스트숍에 납품을 한다. 일종의 도매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함께하는그날이 만들지 않는 제품을 파는 소매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활용하여 재생하는 사출기계를 매장에 설치하여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만족을 높이고자 한다.
 

▲ 최근에 셋팅을 준비 중인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는 기계.
▲ 최근에 셋팅을 준비 중인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는 기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격과 품질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가격과 품질 경쟁을 위해서는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가 특허, 상표, 디자인 등의 산업재산권을 소유하는 것이다. 이런 준비도 하여 현재 4개의 상표를 등록하였고 둥글게 마감 재봉을 할 수 있는 재봉틀 기계에 대한 기술특허를 냈다. 이외에도 원단에 대한 것도 특허 가능성을 변리사와 논의 중이다.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

올해 들어와서 강화한 것이 교육과 캠페인이다. 교육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위탁사업을 받아 초중고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은 주로 강의와 체험 실습을 하는데 강의는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의 사례 발표', '제로웨이스트, 환경 문제' 그리고 체험은 '밀랍랩 만들기', '튤립백 만들기' 등을 한다. 캠페인은 제주의 특급 호텔 로비에서 부스 등을 이용한 전시, 홍보, 판매를 한다. 2023년에는 제주 롯데시티호텔을 시작으로 제주신화월드(서머셋, 랜딩), 씨에스호텔앤리조트,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SK핀크스(디아넥스) 등 10개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 / 호텔에서 하는 캠페인
▲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 / 호텔에서 하는 캠페인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젊은 직원들이 오랫동안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사업이 단순히 우리 시대에 마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려면 직원들이 오래 근무해야 한다. 지난 8년 동안 직원 면접 본 사람들이 무려 50명이다. 특히, 젊은 직원들이 1년을 넘기지 못한다. 지역이 보수적이다 보니 제주가 고향인 청년보다는 외지에서 제주도에 살려고 들어왔던 청년들이 직원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청년들이 1년 이상 살지 못하고 다시 돌아간다. 

청년들이 제주에 1년을 넘어 10년, 평생 살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

이유는 주거비, 식비 등 생활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월세는 한 달에 50만 원이 들고 식비는 한 끼에 1만 원이 넘어간다. 제주라는 관광지의 특징이다. 외지 청년들이 제주에 들어와서 살기 어려운 이유이자 제주가 고향인 청년이 독립하여 살기 힘든 이유다. 청년들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주거 공간 그리고 식사를 관광객과 달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회주택이나 협동조합 주택 그리고 공유주방, 질 좋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도시락 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주 한 달 살기가 일 년, 그리고 일 년을 넘어 10년, 평생 살 수 있을 것이다.
 

▲ 청년 주거 중심 민달팽이협동조합(홈페이지) / 전남 해남군 청년을 위한 공유주방
▲ 청년 주거 중심 민달팽이협동조합(홈페이지) / 전남 해남군 청년을 위한 공유주방

이렇게 쉬지 않고 달려온 지금 조금 아쉽거나 보완하고자 하는 것들이 있다. 첫째는 소비자들에게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과 지구별가게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동안 캠페인을 많이 하다 보니 제조하고 판매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방문 소비자들이 많았다. 사업 조직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둘째, 경영, 사업 능력의 강화다. 아무래도 주부로서 살다가 사업을 해서 회계, 마케팅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셋째,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폭넓은 개방성과 연대, 협력이다. 자기 조직의 독자 브랜드가 아니라도 사회적 가치가 있는 브랜드에 대해 포용적으로 취급했으면 좋겠다. 넷째, 직원들이 평생 있을 직장으로 인식하게 하려면 현재의 규모로는 부족하다. 직원들이 30~50명 정도 근무하는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부가가치를 높여서 급여도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

마을기업을 넘어 협동조합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야 청년 직원들에게 비전 제시 가능

이제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은 조합원 10명에 출자금이 1억 원이고 일하는 직원은 정직원 9명, 아르바이트 3명이 됐다. 제주시 노형동 마을모임에서 시작했지만, 어느덧 제주와 기재부에서 모범적인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상을 받을 만큼 성장했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성장과 성숙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네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경전의 문구로 응원한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원각 객원기자
정원각 객원기자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