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로컬의 일상을 문화로 정착시켜 브랜드화하려는 ㈜인간과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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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로컬의 일상을 문화로 정착시켜 브랜드화하려는 ㈜인간과공간
  • 2023.11.22 17: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왜 우리는 지역에 천착(穿鑿)하는가?

직장인으로 근무하다가 나이 40세가 되기 전에 사업을 시작해 보고 싶어서 '㈜인간과공간'을 창업하고 사회적기업으로 경영하는 조재형 대표를 만났다. ㈜인간과공간은 경북 구미시에서 지역 사회 공헌을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2018년 4월, 동료 최중철 씨와 함께 각 1천만 원씩, 2천만 원을 출자하여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를 설립한 후 5년 동안 지역에서 문화 공연, 지역 장터, 카페, 빈티지 의류 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역성이다. 그리고 그 지역성은 현재 있는 구미 지역인데 이 지역에서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찾고 그 특성을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아이템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병행한 것이다.
 

▲ '잉여공간연구소'와 '더 스크린'.
▲ '잉여공간연구소'와 '더 스크린'.

창업한 후 처음 시도한 작업은 '잉여공간연구소'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그 연구소가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사용하지 않는 지하실을 리모델링 하여 '더 스크린'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그 이름 앞에 '홍익공간'이라는 단어를 보탰다. 동시대, 같은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함께 공유하는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더 스크린'에서는 지역의 클래식 음악가, 대중 가수들의 공연, 토크 콘서트 그리고 모임 공간대여 등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했다. 

골목 축제 한량파티를 통해 한량마당협동조합이 생겨남 

더 스크린에서 1년 정도 준비와 점검 그리고 네트워크를 만든 다음 시도한 것은 2019년 6월 1일 구미시 금리단길(구미시 원평동에 있는 거리)에서 진행한 지역 골목 축제 '한량파티'였다. 공예가들은 직접 제작한 소품을 가지고 나와 플리마켓을 운영했고 젊은 음악인들로 구성한 팀들은 버스킹공연으로 랩과 노래를 하여 흥을 돋우었다. 아울러 지역 주민들은 맥주, 막걸리 등을 판매하는 한량 주막을 운영했다. 그리고 이 한량파티를 경험으로 한량마당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마켓브레이즈를 열어 또 다른 지역 축제 형태를 시도

한량파티 이후 마켓브레이즈(Market Brase, 약칭 '마브')를 열었는데 일종의 플리마켓 성격이다. 구미를 기반으로 '건강한 먹거리 문화가 되다'라는 슬로건으로 2020년 6월에 시작했다. 브레이즈는 Brand와 Base를 조합하여 만든 단어로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만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참여하는 생산자는 사전에 직접 찾아가서 만나서 설명을 충분히 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1차 농산물 생산자도 있지만 빵과 같은 가공 생산자도 참여했다. 홍보 포스터에는 가능한 참여하는 생산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2020년 6월 처음 마켓브레이즈를 시작할 때 참여하는 팀은 10개 정도였으나 2021년에는 평균 32~35개 팀이 참여할 정도로 활발했다. 이런 사업을 통해 이후 ㈜인간과공간이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의 깊이를 더 할 수 있었다. 일종의 안테나 사업의 성격이다. 
 

▲ 마켓브레이즈(Market Brase).
▲ 마켓브레이즈(Market Brase).

소시지와 맥주의 만남 쏘맥상통

마켓브레이즈에서 특정 아이템으로 특화시킨 사업이 쏘맥상통이다. 쏘백상통에서 쏘맥은 소주와 맥주가 아니라 쏘시지와 맥주의 조합이다. 즉, 수제 소시지를 안주로 하고 수제 맥주를 주류로 하여 마시면서 참여자들 간에 서로 소통하자는 의미였다. 경북에 있는 3개 브루어리와 맥주공방 그리고 살라미, 반햇소, 홍스바베큐 등 소시지 제조사 등 14개의 먹거리 생상자가 참여했다. 여기에 고래밴드를 비롯하여 지역 음악가들이 참여하여 그야말로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길 수 있었다. 축제를 준비한 사람들이나 객으로 참여한 사람들이나 모두 신나는 축제였다. 
 

▲ 쏘맥상통과 막걸리나.
▲ 쏘맥상통과 막걸리나.

7월 쏘맥상통에 이어 8월에는 지역 막걸리 생산자들이 참여하는 '막걸리나'를 열었다. 140년 전통의 경북 칠곡양조장, 김천 백년주조, 단양 도깨비막걸리, 구미 선산탁주 등에서 참여했다. '신동 생막걸리'를 생산하는 경북 칠곡양조장은 무려 4대째인 140년을 이어오는 곳으로 경북의 대표적인 곳이다. 이 신동생막걸리에서는 바나나향이 나는 것으로 유명한데 진짜 바나나를 넣은 것이 아니라 이 양조장의 효모와 미생물 그리고 지하수가 어우러져 나는 향이라고 한다. 그리고 김천 백년주조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는 스파클링 막걸리라는 특징이 있으며 구미 선산탁주는 구미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법으로 막걸리를 제조한다. 경북의 양조장만 아니라 2019년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에서 1위를 한 충북단양의 도깨비양조장도 참여했다. 

정부 지원 없이 자립하는 사회적기업을 위한 노력

오프라인에서는 구미시 봉곡동에 카페 마켓브레이즈(약칭 '마브')를 열었다. 카페 마브에서는 빈티지 의류와 커피, 티 그리고 '봉곡'이라는 수제 맥주를 OEM방식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뿐만 아니라 음악가들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와 공간도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만든 것은 점점 차만 파는 카페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익이 나야 한다. 이익이 나야 직원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다. 조 대표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경영 능력에 있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정부에 기대지 않아야 하고 않기 위해서 B2C사업을 중심으로 한다. 사회적기업으로 인건비 지원을 받은 것은 초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마중물로는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원 사업 기간이 끝나기 전에 자립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원 사업 기간이 지나면 기업의 문을 닫게 된다. 
 

▲ 카페 마켓브레이즈.
▲ 카페 마켓브레이즈.

마브가 생각하는 로컬 사업은 전국 1등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평범한 골목에서 평범한 조건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조금씩 알려지면 어느 순간에는 지역 자체가 브랜드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브만의 문화로 정착하는 것이다. 그래야 혼자, 한 기업이 아니라 그 골목 전체가 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더 골목으로 더 아파트로 더 소비자들에게 찾아가고 들어가려고 한다.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 핵민화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업은 기업의 대표 혼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직원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한때 한창 떴던 기업도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기업과 직원들은 간데없이 대표 혼자 컨설팅하러 다니는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직원들과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기업도 지속 가능하고 직원들도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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