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우리밀 살리기와 취약계층 고용, 두 마리 토끼 잡는 천년누리 전주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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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우리밀 살리기와 취약계층 고용, 두 마리 토끼 잡는 천년누리 전주빵
  • 2023.07.06 12: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재미동포도 방문하는 '천년누리 전주빵'

"어디서,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저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살아요. 이모가 전주에 사는데 여기 빵이 맛있다고 해서 왔어요"
"사진 찍어도 되나요?"
"예 같이 온 우리 동생이랑 함께 찍어주세요."

장윤영 대표를 오전 10시에 본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전주한옥마을점의 직원이 갑자기 출근을 못 해서 급히 그쪽에 가 있다고 하여 이동했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6~7명의 관광객이 우르르 매장으로 들어왔다. 그중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람이 있어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이 다녀간 후에도 어르신들 그리고 청년들이 더 왔다.

▲ 미국에서 온 동포 청소년들 / 매장에서 빵을 고르는 어르신들.
▲ 미국에서 온 동포 청소년들 / 매장에서 빵을 고르는 어르신들.

"매출이 어느 정도 되는지요?"
"2022년 매출이 14억 원 정도예요?"
"제과제빵에서는 괜찮은 건가요?"
"그럼요. 직원들이 저를 포함하여 12명인데 1인당 1억 원이 넘으니 좋은 거죠""그럼 사업을 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겠네요?"
"아유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 무지 어렵죠. 빵에 들어가는 밀만 아니라 팥 등 다른 부재료도 모두 국산 농산물로 해서 원재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다른 제빵 기업보다 1인당 매출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원재료 비용이 많아서 수익이 낮음 

장윤영 대표가 설명하는 사회적기업 천년누리가 지향하는 사회적 미션은 노인 등 취약계층 고용과 우리 밀 살리기를 통한 기후 위기 극복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경영에 치여서 한 가지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것도 버거운데 두 가지 미션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매출, 생산성으로는 부족하다. 생산성도 더 높아야 하고 매출도 더 많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 시설 확장 그리고 홍보, 마케팅을 강화하고자 한다. 
 

▲ 생산하는 제품과 특징.
▲ 생산하는 제품과 특징.

기업의 출발은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시작했다. 사회복지법인 "나누는사람들"이 노인 일자리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2012년, 지분 100%를 소유하는 자회사로 ㈜천년누리를 만들었다. 전통술, 빵, 과자 등의 제조와 판매 그리고 숙박을 제공하는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처음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누군가 책임을 지고, 경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2014년,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가르치던 장윤영 대표가 대학 강의를 그만두고 경영에 뛰어들었다. 사회복지법인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인수했다. 그리고 2015년 예비사회적기업, 2016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전주의 대표 음식인 비빔밥 재료를 빵에 넣어 이미지를 같이 가지고 감 

'노인 일자리'와 '우리 밀 살리기'라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전주빵의 제품적 특징을 지역, 전주로 잡았다. 이미 동네마다 제과, 제빵 가게가 포화인 상태였다. 특히, 대기업 프렌차이즈가 골목 곳곳에 들어서 레드오션인 빵 분야 사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사업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빔빵에 들어가는 재료와 내용물을 전주의 대표 음식인 전주비빔밥처럼 했다. 전주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 가운데 상하기 쉬운 재료는 제외하고 콩나물, 미나리, 도라지, 고사리, 건 표고버섯, 무, 오이, 당근 등 채소를 중심으로 하고 쇠고기볶음을 추가하여 빵의 안에 들어가는 소를 만들었다. 
 

▲ 비빔빵에 소를 넣는 작업과 제조 판매하는 제품들.
▲ 비빔빵에 소를 넣는 작업과 제조 판매하는 제품들.

반응은 매우 좋았다. 그래서 매출이 좋은 것이다. 앞으로 전주콩나물국밥도 응용할 생각이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에도 보리를 볶아 가루로 만들어 섞는 것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빵에 들어가는 재료를 지역에서 조달하여 원부재료를 생산하는 농민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천년누리 전주빵은 원부재료를 모두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 밀이다. 우리 밀은 한 해에 약 30톤을 사용하고 거래하는 생산자는 8명 정도이며, 약 3만 평이다. 이모작이므로 우리 밀 생산자들에게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1년에 이산화탄소 10만 5천kg을 감소하고 산소 7만 5천kg을 생산하는 전주빵 

한편,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밀은 겨울 밀이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이 탄소동화작용을 멈추거나 줄이는 겨울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리 밀을 생산하는 농지 1평에서 생산하는 산소(O2)가 2.5kg이고 감소하는 이산화탄소(CO2)가 3.5kg을 감소한다. 이를 천년누리 전주빵과 거래하는 생산자들 전체 3만 평에 적용해 보면 1년에 약 7만 5천kg의 산소를 생산하고 10만 5천kg의 이산화탄소를 감소한다. 소비자들이 전주빵을 먹는 이산화탄소가 감소하고 산소가 생산되므로 기후위기를 줄이는 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 본사 빵 제조 시설과 매장.
▲ 본사 빵 제조 시설과 매장.

이렇게 일자리 제공만 아니라 환경 보전이라는 두 가지 미션을 가지고 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장 대표의 지적이다. 장애인을 돕는다고 환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자연을 희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노동자, 장애인 등의 약자들의 생존, 배려를 위해 생태계가 망가져도 이해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해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고 운동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도 필수일 정도로 사회가 성숙했다는 지적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ESG, RE100 등에 적극 동참하는 사회적경제기업

그런 면에서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도 보다 새로워져야 한다. "일부의 사회적경제기업은 커지면서 첫 마음을 잃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가 아니지만 파타고니아 또는 유한양행과 같은 회사가 더 훌륭할 수 있다. 이런 회사들이 환경적, 사회적 기여가 더 많다"라고 했다. 아울러 사회적경제기업들도 ESG와 RE100 같은 흐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장 대표의 주장에 대해 당연히 공감한다. 다만 위험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과거 국내 굴지의 S기업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비난을 받자 자원봉사, 복지 분야에 큰 지원을 했는데 2008년 경제 위기가 오니 그 분야를 제일 먼저 없앴다. 여론 무마용이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그러므로 지배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 기여 등은 불안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ESG 가운데 환경 보전과 사회적 가치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지적이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밀 제품 가공 공장을 추진

이제 천년누리 전주빵은 도약을 위해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있는 공장과 본사는 임차하여 쓰고 있는데 규모가 좁다. 더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설비도 들어와야 하고 오래된 기계는 교체해야 한다. 전주시 근교에 있는 밀 생산지에 우리 밀 가공 공장을 짓는 일이다. 이를 위해 600평의 땅을 매입했는데 농업회사법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빵의 특성상 완전 자동화를 할 수도 없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인 일자리를 유지하는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 인간의 노동이 함께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 추수해야 하는데 물이 차 있는 밀밭 / 쌓아놓은 흙으로 물이 빠지지 않고 있는 모습.
▲ 추수해야 하는데 물이 차 있는 밀밭 / 쌓아놓은 흙으로 물이 빠지지 않고 있는 모습.

이런 준비를 하는 가운데 지난 6월에는 밀 수확을 앞두고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일을 당했다. 밀밭과 붙어 있는 옆 필지에서 건축을 하면서 배수로에 흙을 쌓아 비가 빠지지 않아서 일부 침수된 것이다. 이에 대해 건축주에게 빨리 흙을 치워 물을 빼 줄 것과 전주시에 민원을 넣었지만 건축주의 무책임한 태도와 전주시의 늑장 대응으로 인해 물이 늦게 빠져 밀 농사를 망친 것이다. 장 대표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공무원들이 일단 현장에 빨리 와서 보고 판단을 하고 민원을 처리해 주었으면 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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