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꿈은 우주적으로 실천은 동네에서 사회적기업 ㈜윙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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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꿈은 우주적으로 실천은 동네에서 사회적기업 ㈜윙윙
  • 2023.04.06 12: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청년이 꿈을 꾸는 지역에는 미래가 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정년 퇴임의 시즌인 나에게 종종 스스로 묻는 말이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모두 꿈을 꾸는 만큼 성장, 성숙한다고 믿기에 삶을 돌아보는 차원이다. 아울러 '청년이 미래'라는 슬로건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청년이 가진 꿈'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청년이 꾸는 꿈은 개인의 소망이자 사회의 미래가 되는 단초이기에 소중하다. 나아가 그 꿈은 청년 개인과 사회를 움직이는 활력소가 된다. 반대로 청년들이 꿈을 꾸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는 죽은 사회가 된다. 대전에서 만난 사회적기업 ㈜윙윙의 이태호 대표는 꿈이 큰 청년이다. 그 큰 꿈은 대전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시작됐다. 
 

▲ 초기 자원봉사 활동으로 도배와 벽화를 그림.
▲ 초기 자원봉사 활동으로 도배와 벽화를 그림.

이태호 대표는 대학생 시절인 2011년, 자원봉사 활동으로 대전 곳곳의 열악한 지역아동센터 내부에 도배를 하고, 벽화를 그리는 활동을 했다. 자원봉사활동으로 팀원들과 쌓은 실력으로 이번에는 동네 골목길로 향했다. 어릴 때부터 살던 대전시 유성구 구암동 동네에 벽화를 그린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달리 무채색이던 동네의 회색 콘크리트 담들에 벽화를 그렸다. 벽화 그리는 일에 젊은 청년들만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도 참여했다. 청년들은 어르신들의 삶을 시벽화로 만들어 담고, 어르신들은 청년들에게 점심이랑 간식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더구나 그리는 동안 어르신들은 기분이 좋으셨는지 흥얼거리고 춤도 추셨다. 이렇게 동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면서 지역사회에 변화를 만들며 청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변화된 환경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다.

청년들에게 판을 깔아줘라

한편 대전에는 2010년부터 '가치 있는 지식을 널리 알리자'는 비전을 모토로 TEDxDaejeon(테드엑스대전) 활동을 하는 비영리민간단체 문화가치원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코워킹스페이스 벌집(벌들의 협동을 본받자는 의미)의 운영이었다. 이태호 대표는 벌집에 합류하여 TEDxDaejoen 활동과 정책 제안 컨퍼런스를 통해 <대전청년기본조례>를 제안하고 시의원 발의를 통해 제정하게 된다. 이후 커뮤니티비즈니스 창업 활동을 이어가고 유지하기 위해 이태호 대표를 비롯한 청년 6명이 보증금 1500만 원, 월세 60만 원인 공간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 보증금은 선배들이 연 2.5% 저리로 빌려주었고, 월세와 에어컨 등 공간 내부 시설은 6명이 매월 각 20만 원씩 분담하여 부담했다. 

테드엑스대전, 마을 축제

2015년이 되자 커뮤니티 벌집에 있던 청년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하여 각자 서점, 교육, 영상, 식당, 셰어하우스 등을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했다. 창업한 지역이 현재 ㈜윙윙사무실이 있는 유성구 어은동인데 이곳을 비파크(Bee Park)라고 불렀다. 어은동은 충남대학교와 카이스트 사이에 있는데 마을 앞으로 천과 공원이 있고, 뒤로는 약 1만 2천 명이 사는 아파트단지가 있어 상권으로는 불리하지 않으나 오래된 지역으로 인근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쇠락하고 있었다. 어려운 지역에서 청년들이 창업을 한다고 하니 기존의 주민, 상인들은 협조적이었다.
 

2015년부터 주민들과 축제도 하고 운동회도 하면서 가까워지고 신뢰도 쌓아 갔다. 그리고 지역의 상인들을 알리는 다양한 소개자료를 만들고 홍보활동도 이어 나갔다. 성급하게 사업적 성과를 내기보다는 원주민과 이주 청년들 간의 상호 신뢰를 통해 관계를 탄탄하게 하기 위한 활동들이었다. 

청년, 지역주민, 자영업자들이 어울려 소통하고 연결하는 동네

2017년부터 ㈜윙윙을 설립하고 사업 중의 하나로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다음 해에 뉴딜사업이 시작되었다. 대전의 도시재생사업은 대부분 대전역 원도심 주변에 집중되었는데, 2017년 선정기준은 달랐고, 주민들의 내부 거버넌스가 중요하게 평가했다. 몇 년 동안 지역 주민들과 협력하던 어은동이 지정되었고 현장마다 설치하도록 한 현장지원센터로 그동안 어은동에서 사업과 활동을 해 온 ㈜윙윙이 선정됐다. 도시재생 사업 예산 100억 원 중에 70억 원은 2층 건물(1층은 아동 공간과 주민 커뮤니티센터, 2층은 사무실과 셰어하우스) 건축비용이고 23억 원은 거리 정비 그리고 7억 원이 건축 기간 내 센터 직원 인건비, 주민 교육비, 공동체 활동비 등이다. 
 

▲ 어은동 도시재생 지역 건물과 주민 소통 공간.
▲ 어은동 도시재생 지역 건물과 주민 소통 공간.

어은동 지역의 도시재생 사업이 완료되고 건물이 준공되는 시점에 주민들 중심으로 안녕마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창립했다. 안녕마을은 주민들이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이 생기면서 주민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건물 관리와 공간 운영 등에 있어서 주인 의식, 주체성, 자발성이 생기고 행정부서와의 관계도 성숙해졌다. 청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도시재생을 스스로 해냈다는 자존감, 창업팀 유치의 자신감, 그리고 벌집 커뮤니티의 가능성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어은동 지역의 커뮤니티를 어떻게 유지 또는 회복할 것인가? 그리고 창업팀을 모아서 공간을 공유하고 이용할 절차와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런 논의를 하면서 ㈜윙윙을 중심으로 어은동의 청년들은 자체 자산, 건물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천 명이 함께 건물주가 되는 방식 어떤가요?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본 사회적기업이 된 ㈜윙윙은 어은동 도시재생 현장 센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세종시 두 지역에서 현장 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세종시 도시재생센터까지 수탁하게 되었다. 그리고 2020년 8월에는 자체 건물을 가지기로 결정했다. 비싼 월세,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건물을 사서 관련 조직들을 유치하면 오히려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사회적 금융을 주로 하는 비플러스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2억 4천만 원, 입주업체 보증금과 자기자본 등 2억 원, 지역 신협 5억 4천만 원 대출 등 총 9억 8천만 원으로 건물 매입비 7억 8천만 원, 리모델링 비용 2억 원 등을 조달한 것이다. 건물 1층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3층은 사회적경제 중간지원 조직인 세상만사사회적협동조합이 입주해 있으며 2층은 ㈜윙윙 등의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2023년 4월 현재 9개 건물, 21개 공간, 18개 팀이 입주해 있다. 2개 건물은 직접 매입한 것이고 5개는 장기 임대이며 2개는 공공시설로써 위탁 관리되는 건물을 연계했다.
 

▲ (左) 1천 명이 건물주인 1차 매입 건물. (右) 외부 도움 없는 자산화 사업의 2차 매입 건물.​
▲ (左) 1천 명이 건물주인 1차 매입 건물. (右) 외부 도움 없는 자산화 사업의 2차 매입 건물.​

㈜윙윙이 2022년 8월 건물을 매입을 위해 취한 방식은 신선하다. 1호 자산화 건물과 토지를 부동산신탁회사에 신탁을 의뢰하고 신탁사가 발행한 수익증권을 부동산증권거래소 플랫폼에 상장해서 투자받는 방식인데 전국에서 1천 명이 참여했다. 200명이 300만 원씩 6억 원, 800명이 평균 30만 남짓 2억 1천만 원 그리고 ㈜윙윙이 1억 원 투자 등 9억 1천만 원으로 수익증권을 판매하였고, 판매수익으로 동네에서 두 번째 건물을 매입했다. 현재 공사를 하고 있는데 건물 1층에는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운영하는 식당이 이사오기로 되어 있다. 어은동에서 잘 나가는 식당인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건물주에게 내몰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2층, 3층도 창업공간과 창업주택이 들어선다. 이미 많은 업체와 창업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성수동 같은 곳은 하나의 높은 건물을 공유하면서 관계 기업, 조직들이 참여하는 수직적 방식이라면 어은동은 수평적 공유 방식이다. 어은동 지역에 분산되어 있으면서 셰어하우스, 카페, 교육장, 전시 공간, 창업 공간 등을 함께 이용하는 방식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태호 대표의 공간, 도시에 대한 꿈은 4단계다. 이제 1단계인 9개 건물, 18개 창업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것을 창업팀과 공간으로 구성된 커뮤니티 비즈니스거리라고 부르고자 한다. 2단계는 30개 건물을 연결하는 규모를 생각한다. 그리고 대전의 특색을 살려 다양한 지식콘텐츠를 다루는 커뮤니티, 공간,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는 것을 목표로 '너드시티'라고 정의했다. '너드(nerd)'는 '실제로는 똑똑하고 착한데 사회성이 떨어진'의 의미가 있다. 3단계로는 50개 건물을 연결하는 것이다. 매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건물 관리가 어려운 동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 임대와 시니어 주택 제공, 임대주택 유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동네 시행사를 자처한다. 이른바 지역을 점, 선이 아니라 면(面) 단위로 기획하는 '에어리어 매니지먼트'회사로서, 공간/커뮤니티/지식콘텐츠를 기반으로 과학기술 실증도시의 역할을 하려 한다고 한다. 대전은 대덕, 유성을 바탕으로 엄청난 과학 지식인들이 있는데 과학콘텐츠 관련 유튜버 순위권에 대전 출신은 드물다. 사람은 있는데 콘텐츠 파워, 브랜딩이 약한 것이다. 대전의 강점인 과학기술 지식인과 청년 창업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는 인문사회의 역할이다. 마지막 4단계는 경제와 환경을 고려하는 자체적인 순환공동체를 유성 외곽 전원 지역에 조성하는 것이다. 경제와 환경이 서로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 개소를 준비하고 있는 공유 사무공간.
▲ 개소를 준비하고 있는 공유 사무공간.
▲ 로봇을 이용한 제작, 작은 책방 등을 함께 사용하는 공간
▲ 로봇을 이용한 제작, 작은 책방 등을 함께 사용하는 공간

㈜윙윙은 사업체로는 2017년부터이지만 그 기반은 2010년, 2011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태호 대표와 청년들이 중심이지만 그 과정에는 대전지역에서 지역사회 운동을 하는 선배들의 유산과 자치단체와의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어은동 주민들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겼다. 함께 활동한 청년들도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섰다. 중요한 과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지속 가능성은 생태환경적 측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사람이 일을 하므로 경제적 지속 가능성 그리고 사회적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사업의 전문성 그리고 사회 전체를 보는 통찰성을 가진 리더들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도전 정신 이상이 필요한 것이다. 아니 계속 참여하는 청년 세대의 정신은 유지되어야 하고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서는 리더들의 역할이 더해져야 할 때다. 이태호 대표를 비롯한 이사들의 리더십에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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