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쌀로 밥만 만드나요? 섬유로 집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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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쌀로 밥만 만드나요? 섬유로 집도 만들어요
발명의 날 맞이 세진플러스 박준영대표 인터뷰
  • 2020.05.18 11:09
  • by 김정란 기자
07:16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세진플러스의 업사이클링에 대해 설명 중인 박준영 대표. ⓒ라이프인
▲세진플러스의 업사이클링에 대해 설명 중인 박준영 대표. ⓒ라이프인

패셔너블한 세상. 유행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에 맞춰 지금 이 순간에도 의류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섬유가 어느 정도 분량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2017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224톤, 연간 8만200톤의 폐섬유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것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있을까?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돼 결국 폐기물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폐기물 처리 비용이 아쉬운 영세 업체들은 이를 불법으로 소각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의류업, 봉제산업에 종사하던 세진플러스 박준영 대표는 이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안타까워하면서도 우리는 그냥 넘어갈 때가 많지만 박 대표는 달랐다. 1977년부터 봉제산업에 종사했던 그는 섬유에 대해서만은 자신이 있었다. 잘하는 것에 매달려보자고 생각한 그는 결국 폐섬유를 이용한 패널 개발에 성공했다. 19일 발명의 날을 맞이해 친환경 패널을 발명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는 박 대표를 만나 그가 절실한 마음으로 하고 있는 친환경 소재 사업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아는 것이 힘, 섬유 성질 이용해 신소재 개발

경기도 업사이클 플라자에 입주한 세진플러스 사무실에 들어가 보면 벽면이 조금은 독특한 재질로 돼 있다. 그가 개발한 폐섬유 패널 플러스넬이다. 벽면뿐만 아니다. 테이블도 플러스넬이다. 박 대표는 "섬유 자체가 가진 특성을 이용해 압착한 패널이어서 따로 접착제가 들어가지 않는 친환경 패널이다. 내장재, 외장재는 물론 바닥 자재 등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엄청나게 많은 소재"라고 강조했다.

이 패널의 특징은 단열, 결로방지, 방염, 흡음 등이다. 최근 개발하고 있는 패널은 폐섬유 패널 앞뒤로 돌을 붙여, 파쇄될 때 다칠 수 있는 돌 재질 자재의 안전성을 보완했다. 섬유의 색깔을 살리면서 압착하기 때문에 원하는 디자인이 가능해 사용자가 원하는 모양이나 색깔을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말처럼 모든 것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업사이클링하는 데는 제도적 제약이 적지 않다. 일단 폐섬유가 산업폐기물인지 생활쓰레기인지부터 명확하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폐섬유 수거에서부터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 수거 자체가 불법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제도가 미비하다고 해서 불만만 갖고 있으면 안된다. 일단 되는 것부터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폐현수막으로 재활용 사례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경기도와 손을 잡고 1톤 가량의 폐현수막을 활용한 섬유 패널을 생산해 플러스넬의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시켰다.

재활용에 있어 또 한 가지 문제는 '분류'다. 최근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에서도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플라스틱 분류가 문제가 되고 있다. 옷 한 벌에도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종류의 섬유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세진플러스는 이들 원단이 녹는 점이 다르다는 성질을 이용해 이를 분류하고, 접착제를 따로 넣지 않고 섬유를 가열해 녹이면서 그 성분을 이용해 압착하는 방식으로 패널을 만들어 생산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오염 가능성을 낮췄다.

여러가지 제약에도 플러스넬은 현재 상용화를 위한 걸음을 부지런히 옮기고 있다. 올해에는 몽골한국경제지원협의회, 한양대학교 링크사업단과 MOU를 맺고, 게르 형태의 몽골 주택을 개조해 '제로하우스'(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친환경 주택)을 만드는 사업에 플러스넬을 활용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전기차를 공개하면서 전시장 인테리어 소재로 플러스넬을 활용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충청북도 진천에 있는 세진플러스 기숙사를 플러스넬을 이용해 지어 실제 직원들이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박 대표는 "종종 해외 포럼에서 플러스넬에 대해 발표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가면, '한국에서는 왜 사용하지 않냐'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제도적인 문제로 적절한 판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지런히 판로를 찾아온 그는 올해 정도에는 중견기업과 손잡고 시판에 들어갈 계획도 준비 중이다.

▲ 세진플러스 업사이클링 패널로 꾸며진 실내 모습. ⓒ라이프인
▲ 세진플러스 업사이클링 패널로 꾸며진 실내 모습. ⓒ라이프인

■ 절실하게 꾸는 꿈 '업사이클링 플라자'

환경 자체에 대한 철학도 있지만, 개인적인 이유로도 그에게 신소재 사업은 절실하다. 박 대표에게는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자녀가 있다. 자녀를 통해 장애아동들의 사회화에 관심을 두게 된 그는 자신의 사업장에 그들을 고용했다. 일을 배워 할 수 있도록 하고, 뮤지컬 공연 등 여가 생활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봉제사업이 사양산업으로 꼽히면서 일을 배워도 산업 자체가 하락세에 접어들면 어렵게 배운 일을 결국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이 그를 새로운 산업을 갈망하게 한 가장 큰 이유다.

그는 최종적인 목표로 '업사이클링 클러스터'를 꼽았다.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에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인 산업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도 필요한 사업 속에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줄 수 있도록 산업군 자체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는 최종적으로 업사이클링 산업단지라고 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플라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내년 말에는 깃발을 꽂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그는 늘 마음도 몸도 바쁘다. 주말이었던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다시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이 일을 할 장애가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산업 자체의 미래를 위해서도 박 대표는 "내 자식같은 개발품들이 그저 폐기물 재생품 정도 취급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플러스넬이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와 결합해 미래 세대에도 적합한 자재임을 확인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진플러스 사업 중에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불을 밝히는 환경미화원 유니폼 등 과학과 신소재를 결합한 제품들이 많다.

또 하나 준비하고 있는 것은 환경 교육에 관련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재활용 분야에서 1차적으로 가장 우선순위는 '분류'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폐기물 분류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편의에 맞게 복합된 물질들을 분류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는 "아이들에게 폐기물 분류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동일한 종류의 폐기물, 예를 들어 생수병 뚜껑을 100개쯤 넣으면 작은 놀잇감으로 만들어주는 기계 등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의 사례 등을 연구하면서 그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고, '섬유 강국'이라고 자부해왔던 우리나라가 폐기물 분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그에 관한 통계 등 자료 관리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런 부족한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다보니 쉴 새가 없다.

그래도 그는 지치지 않는다. "최근 내 고민은 우리가 개발한 소재와 함께할만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찾아가서 얘기를 듣고 우리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폐섬유를 이용한 신소재로 자신과,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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