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흰색지붕에서 일어나는 그린뉴딜, 쿨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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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흰색지붕에서 일어나는 그린뉴딜, 쿨루프
지구를식히는쿨루프 사회적협동조합 송성희 이사장 인터뷰
  • 2020.06.23 10:46
  • by 김정란 기자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지구를식히는쿨루프 사회적협동조합 송성희 이사장.ⓒ라이프인
▲ 지구를식히는쿨루프 사회적협동조합 송성희 이사장. ⓒ라이프인

녹색 지붕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친환경이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한국의 지붕들은 녹색을 띠고 있는 곳이 많다. 나무나 풀 등 녹색 식물이 아닌 녹색 방수제 때문이다. 건물에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는 방수제는 왜인지 녹색이다. 이 녹색 페인트로 덮인 지붕은 한여름 표면 온도가 60~70도를 넘나든다. 여기에 빛과 열을 반사하는 흰 페인트를 칠하면 표면 온도가 20도 이상 내려간다.

'지구를 식히는 쿨루프'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쿨루프협동조합)은 이 녹색 지붕을 흰색 지붕으로 바꾸기 위해 올해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쿨루프 캠페인'을 지속해오고 있는 '쿨루프협동조합'은 "녹색 지붕을 흰색 지붕으로 바꾸는 것이 여러 가지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쿨루프협동조합 송성희 이사장을 만나 이들이 왜 "모든 지붕을 흰색으로!"라고 이야기하는지를 들어봤다.

■ 도심열섬현상 해소 솔루션에서 긴급재난구호로 이어지는 쿨루프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의 쿨루프협동조합은 지난해 설립됐다. 갈수록 심해지는 여름 더위로 인한 도시 열섬현상을 줄이기 위해 녹색 지붕을 흰색 지붕으로 바꾸는 일이 쿨루프협동조합의 주요 사업이다.

법인 설립은 지난 해였지만, 쿨루프 캠페인을 시작한 십년후연구소는 지난 2012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송성희 이사장은 "황신혜밴드 베이시스트이기도 했던 조윤석 소장 등을 비롯해 처음부터 환경문제를 다루기 위해 얘기하려고 모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첫 시작을 떠올렸다. "그런데 지속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수많은 사회현상들과 자연재해가 기후변화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됐고, 개인이 실천 가능한 솔루션을 찾다 보니 '쿨루프'를 시작하게 됐다"는 것.

마포구 포은로에 있는 십년후연구소이자 쿨루프협동조합 사무실에는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 온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여러 가지 솔루션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은하수공기청정기'로 이미 에코맘들에게 유명한 내 손으로 만드는 공기청정기와 쿨루프에 쓰이는 도료들 등이 눈에 띄었다.

▲쿨루프 협동조합에서 옥상을 흰색 도료로 칠하고 있다.ⓒ쿨루프협동조합
▲ 쿨루프 협동조합에서 옥상을 흰색 도료로 칠하고 있다. ⓒ쿨루프협동조합

2014년 첫 시작은 십년후연구소가 위탁 운영하던 '복합문화공간'의 지붕을 흰색으로 칠한 것이었다. 서울시와 함께 주최한 이 날의 서울형 쿨루프 '옥상흰빛'을 시작으로 매년 60여 일을 '쿨루프 캠페인' 기간으로 정해 녹색 지붕을 흰색으로 바꾸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쿨루프(cool roofs)란 말 그대로 '시원한 지붕'이라는 뜻이다. 반사율이 높은 흰색 등 밝은색 도료를 건물 지붕(옥상)에 칠해 건물 온도를 낮추는 공법이다. 시공 후 옥상 바닥 온도는 약 10℃~20℃ 낮아지고, 건물 실내온도는 2~3℃ 낮아진다. 본격 더위가 찾아오기 전에, 미리 쿨루프를 하게 되면 훨씬 시원하게 여름을 맞이할 수 있다. 쿨루프는 옥탑방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도시와 지구를 함께 식힌다. 햇빛의 80%를 반사하는 쿨루프는 도심에 열기가 축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송 이사장은 "원래 쿨루프는 도시열섬현상의 솔루션으로 시작한 활동이지만, 코로나19 사태에 기록적인 폭염 예보까지 나온 상태라 옥탑방과 노후주택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긴급구호활동'으로 쿨루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폭염은 최근 기후변화의 진행에 따라 발생 빈도나 강도가 심화되는 추세로,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기상재해에 속한다. 특히 서울과 같은 과밀도시의 옥탑방은 대표적인 폭염 사각지대로, 낮 동안 달구어진 건물이 내뿜는 복사열로 인해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노후주택 옥탑방 거주자들의 인명피해가 우려돼, 이에 대한 구호대책이 시급하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1인당 경제적 손실이 3억7천만 원이라는 연구결과(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수형 연구원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영향과 건강분야 적응대책' 보고서)로 알 수 있듯 경제적 손실도 크다.

또 온열질환 피해는 대부분 육체노동자, 무직자 등 사회 취약계층이다. 쿨루프는 건물의 지붕에 차열페인트를 도장해 쉽고 빠르고 적은 비용을 투입하여 실내 기온을 2~3도 낮출 수 있다. 쿨루프가 정부의 폭염취약계층 지원의 사각지대이자 도심열섬현상의 최대 피해자로서 심각한 온열질환 위기에 처한 옥탑방 거주자를 위한 긴급구호 활동으로 적합한 이유이다. 쿨루프협동조합이 옥탑방에 사는 사람 등 당사자가 무료 시공 신청을 하도록 했던 지난해까지와 달리 올해는 건물주가 대신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해 무료 시공 신청 기회를 넓힌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쿨루프 캠페인 기간 중 40여 가구 옥탑방 거주자가 무료 시공 신청서를 보내왔고, 협동조합은 최근 카카오같이가치를 통한 모금이 성사되어 최종 100가구로 목표를 늘려 잡았다.

▲ 쿨루프에 사용되는 수성 도료들이 쿨루프 사무실에 쌓여있다. ⓒ라이프인
▲ 쿨루프에 사용되는 수성 도료들이 쿨루프 사무실에 쌓여있다. ⓒ라이프인

■ 뉴 노멀, 코로나19로 빨라진 변화에 대응하는 십년후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소의 일원으로 이들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뉴 노멀'을 준비하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노동에 대한 솔루션을 고민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올해 쿨루프협동조합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그린뉴딜의 취지를 중심에 놓고 사업 전반을 재구성하고, 쿨루프 캠페인에 참여하는 시공 인력을 '롤링베어스'라는 이름으로 공식 모집했다.

그동안 쿨루프협동조합의 시공 작업에 참여해온 사람들은 주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었다. 송 이사장은 "아무래도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자신의 작업으로 생계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서 다른 경제활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쿨루프 시공 일거리는 자신의 작업과 병행이 가능하고, 일 년에 몇 개월 참가하는 한시적 일거리로 일정한 금액의 소득을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웃과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의 노동이 기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면서 "이런 일거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1기 롤링베어스를 모집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도 쿨루프 사업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긴 하나, 지자체 등의 쿨루프 사업은 여전히 기존 방수전문업체에 용역 발주하는 방식을 못 벗어나고 있고, 대부분의 공공사업이 주민 참여 탄소중립 일자리 확대라는 그린뉴딜의 대전제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협동조합의 안타까움이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연말 때마침 찾아온 한국지역난방공사의 후원으로 올해 드디어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그린뉴딜 일자리 모델로 쿨루프 시공인력을 유급 양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 송 이사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린 셈"이라고 했다.

▲ 쿨루프 협동조합은 올해 처음으로 롤링베어스라는 이름의 시공인력을 공식 모집했다. ⓒ쿨루프협동조합
▲ 쿨루프 협동조합은 올해 처음으로 롤링베어스라는 이름의 시공인력을 공식 모집했다. ⓒ쿨루프협동조합

이렇게 마련된 1기 롤링베어스 프로그램은 '예술가, 프리랜서, N잡러 등 원하는 시간에 정해진 만큼의 고정적인 생계형 부업이 필요한 자유노동자, 나와 타인의 가치를 존중하며, 외롭지 않게 느슨한 연결을 추구하는 네트워크형 개인주의자, 불분명한 기후위협에 우울하거나 무력하고 싶지 않은,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응을 지향하는 기후활동가'들을 향해 쿨루프 시공 크루 참여를 제안했다. 이 제안에 30명 모집에 78명이 신청서를 보내와,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린뉴딜은 코로나19 이후 멈춰버린 경제난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뜨거운 주제로 부상하여 정부와 지자체, 각 기관들이 그린뉴딜 사업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송 이사장은 "롤링베어스를 모집하며 차용한 구호가 만화 원피스 대사인 '너, 나의 동료가 돼라'다(웃음). 같이 지구를 식히는 항해를 해나갈 동료를 만나고 느슨하지만 확실한 연대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일을 아주 구체적으로 해내는 것,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그린뉴딜 쿨루프"라며, "이 연대의 고리가 2기, 3기 롤링베어스로 계속 이어져갈 수 있도록 꾸준히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개인에서 세상으로, 이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쿨루프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협동조합 설립까지 했지만, 이들의 고민은 단지 지붕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고민이 단순히 머리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십년후연구소에 이에 대한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서 이들이 소개한 것이 은하수 공기청정기였다.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이 공기청정기는 대량생산이 아니라, ‘꼭 필요한 최소한의 재료를 이용해 내가 만든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 공기청정기는 필터를 둘러싼 플라스틱 케이스가 일단 없고, 필터 상하단부 케이스도 플라스틱이 아닌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만들어졌다. 이른바 '플라스틱 다이어트' 필터다.

▲ 십년후연구소의 은하수공기청정기. ⓒ쿨루프협동조합
▲ 십년후연구소의 은하수공기청정기. ⓒ쿨루프협동조합

십년후연구소와 쿨루프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이런 식이다. 개인에서 출발해 세상을 바꿔 나가는 방식. 개인의 변화로 시작되지만 사회 전반의 변화를 불러오는 방식을 위해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송 이사장은 "우리에게 쿨루프가 없었다면, 은하수 공기청정기가 없었다면 우리가 환경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솔루션이 없는 사회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만 하는 것은 큰 도움은 안 되면서 개인들의 무기력함만 높이는 문제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할 일을 결정하는데 앞으로 어떤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화제가 될 것인가가 고려 대상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성원들의 관심사를 좇다 보면 세상에 필요한 일이 결국 눈에 들어오고 그를 해결하려는 것이 결국 사회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내놓는 것이 되더라는 것이 이들의 접근 방식이다. 녹색 지붕을 흰색 지붕으로 바꾸는 일도, 쿨루프에 사용하던 유성 페인트를 수성 페인트로 바꾸게 된 것도, 플라스틱 다이어트 공기청정기를 내놓은 것도 다 그런 고민 끝에 얻어지게 된 변화들이다.

▲ 사무실 벽에 붙여진 보드. 그린뉴딜 등 사회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고민이 담겨있다. ⓒ쿨루프협동조합
▲ 사무실 벽에 붙여진 보드. 그린뉴딜 등 사회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고민이 담겨있다. ⓒ쿨루프협동조합

최근 대통령 기념사로 화제거리에 오른 그린뉴딜도 그렇다. 아직 우리 사회가 그린뉴딜에 관심을 두지 않던 지난 연말 쿨루프협동조합 사내 워크숍에서 만들어 붙여 놓은 보드에는 그린뉴딜로의 '대전환'에 대한 예감과 그것이 정의로운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이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바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들의 치열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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