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도시를 먹거리숲으로! 이산화탄소 사냥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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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도시를 먹거리숲으로! 이산화탄소 사냥을 나간다!
도심텃밭 조성, 운영하는 에코11 안철환 상임이사 인터뷰
  • 2020.06.01 10:41
  • by 김정란 기자
▲ 가락몰에 만들고 있는 아치텃밭. ⓒ라이프인
▲ 가락몰에 만들고 있는 아치텃밭. ⓒ라이프인

송파구 가락몰 한켠의 화단. 보통 쇼핑몰의 화단이라면 형형색색의 꽃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조금 다르다. 에코11 안철환 상임이사는 지난달 27일 따갑게 내리쬐는 땡볕 아래에서 부지런히 구절초 사이로 조롱박 모종을 심고 있었다.

에코11은 도시농업을 통해 도시를 자연, 물, 도시 생태의 거점으로 만드는 미션을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도심 텃밭을 조성, 운영하는 에코11의 텃밭은 정원수 등 보기 좋은 식물보다는 순환이 가능한 방식의 농작물 위주로 구성된다. 에코11이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안철환 상임이사를 만나 들어봤다.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자 에코11 상임이사인 안 이사는 20여 년 간 농업을 연구해왔다. 그는 "도시농업을 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수익활동을 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하는 민간단체와 달리 수익활동도 가능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 진딧물을 없애는 작업을 하고 있는 안철환 이사. ⓒ라이프인
▲ 진딧물을 없애는 작업을 하고 있는 안철환 이사. ⓒ라이프인

에코11은 도심 텃밭 조성 및 운영은 물론, 이에 대한 교육, 텃밭에서 나온 작물이나 농자재를 판매하는 일 등을 하고 있다. 안 이사는 "팔기 위해 심는 단작(單作)식 농업(하나의 작물만을 지나치게 재배하는 방식의 농업)이 아닌 숲과 함께 어우러진 농업을 하자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숲과 무관한 대량 농업은 병충해가 오면 싹 휩쓸어가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숲이 있으면 방패막이가 된다. 농지가 숲의 연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에 먹거리로 이루어진 숲을 만들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일을 통해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안 이사는 "우리의 장기적 비전은 '도농상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도심에도 농촌처럼 숲과 함께 어우러진 농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다는 것이다.

'먹거리숲'(Food Forest)이라는 것은 최근에는 흔해지기도 한 도심텃밭과 무엇이 다를까? 에코11이 조성하는 먹거리숲에는 원칙이 있다. 각종 작물이 어우러져 순환되는 숲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름이 되면 잎이 억세져서 못 먹는 곰취 옆에 여름이 제철인 토마토를 심고, 그 위에 자랄 나무를 심는 것이다. 나무가 우거지기 전에는 곰취와 토마토의 순환이 계속되고, 나무가 성장해 우거지면 거름이 많이 필요한 여름작물을 제거하고 산채와 나무가 공존하도록 하는 식이다.

안 이사는 "먹거리숲을 서울의 10%만이라도 조성할 수 있으면 많은 것이 변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감염병도 숲이 조성되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녹지가 많은 동네는 숲에 의해 동네가 (둘러싸여) 고립되기도 하는데 그럼 감염병의 위험도 적어진다. 또 숲에는 자연항생제가 많다.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사냥하는 것이 농사'라고 말한다. 작물은 결실을 맺으려고 탄소를 저장하려고 하므로 탄소 저장고로 농지가 최고"라고 말했다.

녹지가 많으면 좋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도심에서는 비싸기만 한 땅이 문제다. 가락몰처럼 옥상을 이용하면 어떨까? 그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문제다. 안 이사는 "옥상은 녹지를 구성할 공간으로 훌륭하다. 하지만 제도적 맹점이 있어 활용이 힘들다"고 했다. 옥상은 임대차가 안 되는 등 이용에 대한 권한이 명확하지 못하다.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어서 옥상텃밭이 잘 번지지 않는 면이 있다. 정책적으로 해결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서울시 역시 이를 인지하고 지난해  옥상 녹화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제도적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옥상이 아닌 땅에서 운영해도 좋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안 이사는 "비싼 땅에 왜 농작물만 심느냐는 민원이 들어오다 보니 당분간 계획이 없는 땅에 주로 텃밭 조성을 하는 경향이 있다. 숲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도시 사람들에게 자리 잡은 개발주의적인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에코11이 텃밭 조성과 운영뿐 아니라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다. 도시 텃밭, 먹거리숲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릴 기회가 많이 필요하다.

▲ 에코11 홈페이지 갈무리. 텃밭에서 나온 작물을 이용한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 에코11 홈페이지 갈무리. 텃밭에서 나온 작물을 이용한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도심텃밭이 유행하면서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종종 여기서 나온 작물에 대한 위생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안 이사는 "미세먼지는 자연적으로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서 많이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염된 흙을 사용하면 중금속 축적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흙은 민감하게 봐야 한다. 특히 도시에는 버려진 가전제품 등에서 오염물질이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어 오염된 흙을 사용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와 숲이라니, 그것도 먹거리가 나오는 숲이라니. 에코11이 이런 낯섦을 익숙함으로 변화시키는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은 결국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서는 먹거리숲을 늘려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조금 늦은 시작을 하는 올해도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가락몰에 조성되는 에코11 텃밭에서는 곧 50회차 텃밭교육도 예정돼 있다. 더 많은 이들이 먹거리숲에 동참하는 미래가 에코11이 그리는 도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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