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플라스틱은 최근 환경 분야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다.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덜 사용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플라스틱은 정말 무섭도록, 언제 어느 순간에나, 무엇에나 있다. 커피를 마실 때 쓰는 일회용 용기의 뚜껑부터, 생수병, 하루에 몇 번씩 사용하는 칫솔까지 플라스틱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프로젝트 노아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플라스틱을 나무로 바꾸고 있다. 대나무를 이용해 칫솔대를 만들고 있는 것. ㈜프로젝트 노아의 이경태 최고기술책임자(CTO, Chief Technology Officer)와 만나 그들이 꿈꾸는 공존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프로젝트 노아의 브랜드 닥터노아 홈페이지에는 '치과의사가 만드는 친환경 대나무 칫솔'이라는 설명이 게재돼 있다. 대표인 박근우 씨가 치과의사다. 적도벨트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간 박 대표가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해낸 것이 대나무였다. 이름은 나무지만, 실제로는 풀인 대나무는,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서 풍부한 자원이면서도 대단위 벌목의 위험이 적었다. 이를 이용해 칫솔을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대나무 칫솔의 생산으로 이어졌다.
인터뷰에 나선 이경태 CTO는 중간지원조직의 육성사업에 참여하면서 박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이 CTO가 따로 진행하던 사업 역시 대학원 재학 시절 봉사활동에서 시작됐고, 역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일이었다. "네팔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전력망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했다. 설치한 다음 해에 지역을 다시 방문하면 아이들의 삶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부모 세대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 것 같던 아이들이 전기를 이용해 미디어를 접하고, 위생 개념도 생겨서 건강 상태가 많이 개선됐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 일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 CTO는 기계공학 박사다. 칫솔의 품질을 높이고 싶었던 박 대표의 제안을 받고 회사에 합류하게 됐다.
닥터노아를 통해 칫솔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 당시 중국 공장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되던 칫솔은 이제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CTO는 "중국은 이미 대나무 제품 시장이 상당히 큰 편이어서 공장도 많고 인프라도 구축돼 있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품질을 내기에는 기술의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국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는데 뜨거운 열을 가해서 모양을 만들어내는 핫프레싱 기술을 도입해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칫솔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하던 날도 종로구에 자리 잡은 닥터노아의 생산시설에서는 나무 칫솔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3개월에서 6개월에 한 번씩 바꿔야 하는 칫솔 특성상 칫솔대를 나무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도움이 되지만, 이 CTO는 "더 완전한 친환경으로 가기 위한 계획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닥터노아 소비자들은 환경에 관심이 큰 경우가 많다 보니 친환경에 가까운 대나무 칫솔의 폐기에도 관심이 많다. 어떻게 버리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냐는 문의를 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이 CTO는 "칫솔모와 칫솔대를 분리해서 버리는 것이 어렵다 보니 우리가 따로 수거를 해 폐기를 하거나 분리를 해 접시 등 다른 제품의 재료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닥터노아의 사회적 미션은 환경 문제 개선뿐 아니다. 대표와 CTO 모두 개발도상국 빈곤을 자원봉사를 통해 경험해 본 바 있어 이들의 소득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들여오는 대나무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매기는 '공정무역' 방식으로 수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나무를 들여오는 지역에서 중위 소득에 미치려면 1톤당 기존 30달러 정도 하는 대나무를 몇 배 더 비싼 가격으로 들여와야 한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원가가 더 들어가지만, 이런 공정무역이 아동 노동 문제 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면이 있다"라며 개발도상국 내 빈곤 문제 해결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 CTO는 "사람들이 칫솔을 쓰면서 언제라도 집에 있는 것 같은, 혹은 시골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리적 만족감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품질이다. 이 CTO는 "치위생제품 전문 대기업들도 최근 나무 칫솔을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라며 "나무칫솔 제작이 쉬워 보이지만, 자연 유래 재료여서 상당히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지속적으로 생산해 온 우리와는 기술력 차이가 있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대기업들이 좋은 품질의 우리 제품을 먼저 찾아 협업하거나, 우리가 그들만큼 대규모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것이 ㈜프로젝트 노아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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