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 위해 금연·금주·식이에 집중, 필요한 정책은?
상태바
암 예방 위해 금연·금주·식이에 집중, 필요한 정책은?
국립암센터-대한암예방학회, 제16회 암 예방의 날 기념 심포지엄 공동개최
흡연률 감소 위해 대학교 내 전면 금연구역化 필요
아이돌 스타의 주류 광고, 20대 여성 음주 부추겨
암 예방 수칙은 건강증진 식생활 조성과 일맥상통
  • 2023.03.22 14:41
  • by 이새벽 기자

매년 3월 21일은 '암 예방의 날'로, 「암 관리법 제4조(암 예방의 날 및 홍보 등)」에 의거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암 발생의 3분의 1은 예방 활동 실천으로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의 암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 내용에서 착안해 '3-2-1'을 상징하는 3월 21일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 제16회 암 예방의 날 기념 심포지엄. ⓒ라이프
▲ 제16회 암 예방의 날 기념 심포지엄. ⓒ라이프

2023년 암 예방의 날을 맞아 국립암센터와 대한암예방학회가 '제16회 암 예방의 날 기념 심포지엄'을 21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공동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암 관련 전문의, 기관, 정부 관계자 등이 모여 '한국인 암 예방을 위한 주요 요인의 정책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 (왼쪽부터)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현진원 대한암예방학회장(제주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라이프인
▲ (왼쪽부터)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현진원 대한암예방학회장(제주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라이프인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다. 국민들이 암에 있어서 가장 바라는 것은 '예방'이다. 예방하려면 암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주요 원인은 흡연이 30%, 음식이 30%, 감염이 20%, 음주가 5%로 이를 묶어 말하면 '생활습관'이다. 어떤 생활습관으로 암을 예방할지가 오늘의 주제다.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암 예방을 이뤄 보자"며 인사말을 건넸다.

현진원 대한암예방학회장이자 제주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축사로 "대한암예방학회와 국립암센터는 2022년 11월 암 예방 공동연구 및 대국민 홍보사업을 위해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해 기쁘다.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암 예방 수칙 내용과 관련한 심포지엄을 열어 무척 뜻깊다"고 전했다. 

1부 주제 발표에서는 ▲이강숙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초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객원교수(전 하국보건산업진흥원 기획이사)가 각각 흡연예방 및 금연, 음주폐해, 식이에 관련하여 국내외 정책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제했다.

▲ 이강숙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라이프인
▲ 이강숙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라이프인

이강숙 교수는 "흡연자들이 비(非)흡연자에 비해 폐암, 후두암, 식도암의 발생률이 높다"며 흡연으로 인한 암 발생 위험성을 말했다. "국내 성인 흡연률이 2000년대 초반에는 많이 떨어졌지만 현재는 감소세가 줄었다"며 성인 흡연 현황을 전했고, "흡연은 '시작'을 예방해야 하는데, 흡연 시작 연령은 2000년대 초반과 현재 동일하게 14세로 변화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흡연 시작 연령을 늦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흡연 정책으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 추진한 'MPOWER' 이행 전략을 공유했다. MPOWER는 ▲MONITOR(담배 사용 및 규제 정책의 모니터링) ▲PROJECT(담배 연기로부터 보호) ▲OFFER(금연 지원 서비스 제공) ▲WARN (담배의 위험성 경고) ▲ENFORCE(담배광고, 판촉 및 후원 금지) ▲RAISE(담배세 인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금연 구역 설정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1995년도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처음 시작됐으며 정부청사, 보육원, 공중시설, 고속도로 휴게소, PC방, 음식점 등 금연구역을 점차 확대했다. 그러나 흡연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는 대학생 시절인데, 대학교가 '전면 금연구역'이 되지 않아 문제다. 외국대학은 교내 전체를 전면 금연구역으로 설정하는 정책을 시행하여 흡연률이 25%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국내 대학교 '전면 금역구역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담배광고 및 판촉에 대해서 "우리나라 소매점에서는 판촉 목적으로 담배 진열장에 현란한 LED를 설치하기도 한다. 편의점에서는 담배 진열장을 외부로부터 가린다고 유리벽에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점포 내 근무자가 안전의 위협을 받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태국, 영국 등 해외 국가는 담배전시를 금지하는 시행령에 따라 편의점 내 담배 진열장을 가리는 캐비닛을 설치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국내 문제점과 해외 개선사례를 제시했다. 

금연 지원과 관련해 "위기청소년, 감정노동여성, 장애인,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저소득층 등 금연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들은 직접 찾아가서 금연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라이프인
▲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라이프인

이해국 교수는 "알코올은 합법적 상품이자 1급 발암물질"이라며 입을 뗐다. "한국은 아이돌, 톱스타, 운동선수 등 유명인사가 술을 광고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주류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류 광고가 많아질수록 20대 여성의 음주가 증가하고, 소주의 도수가 낮아질수록 30대 여성의 음주가 증가한다. 30대의 알코올 간경화 발생률은 여성이 더 높다"며 여성 음주의 급증 원인과 결과를 밝혔다.

또한 "국내 음주폐해 예방사업 예산은 14.9억 원으로 15년째 동일한 상태다. 흡연(1,438억 원), 자살(167.6억원), 암(1,217억 원)에 관련한 투자 액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은 유일하게 (소매점의) 주류 판매일수, 판매시간, 판매점 밀도를 제한하는 정책이 없다"며 국내 음주예방 관련 정책의 미흡함을 꼬집었다.

이어 이 교수는 WHO의 음주폐해예방실행전략 'SAFER'(S: 주류의 이용가능성 제한 강화, A: 음주운전 방지를 위한 대책 강화와 단속, F: 음주문제 선별, 상담 및 치료에 대한 접근성 확대 촉진, E: 주류 광고, 후원, 판촉 금지 혹은 종합적 규제 시행, R: 세금 및 가격 정책을 통한 주류가격인상)를 공유하고, "알코올 관련 정책으로 주류 가격을 올리고 물리적 접근 용이성을 규제하거나 음주 운전의 대책 마련 등이 제일 효과적이다. 그러나 국내는 대중매체 관련 마케팅 규제, 교육 등 비효과적인 정책에만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이 교수는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알코올 중독자인데 이들을 치료하지 않고 처벌만 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하며,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녀의 어머니들이 모여 설립된 NGO단체 'MADD(Mother Against Drunk Driving)'와 전문가들이 모여 음주 관련 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해외 사례, 일본의 '알코올건강장해대체기본법(2013)' 제정 사례를 공유하고 "우리나라 또한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초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객원교수(전 하국보건산업진흥원 기획이사). ⓒ라이프인
▲ 김초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객원교수(전 하국보건산업진흥원 기획이사). ⓒ라이프인

김초일 교수는 국내 사망원인통계(2019, 통계청)를 통해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을 의미하는 '악성신생물'이며, 수치로는 2위인 심장질환의 2배 이상"이라고 밝힌 뒤, "암 중에서도 식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대장암이 대표적으로 등장한다"며 암 발생과 식이습관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 중 '덜 짜게, 덜 달게, 덜 기름지게 먹자'는 내용과 미국의 현행 식생활 지침 중 '고당 음식 및 음료, 포화지방, 나트륨, 알콜 음료 등의 제한'을 강조하고, "술에 '건강증진세'를 붙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벌써 10년이 지났으나 술이 기호식품이라는 주장 때문인지 추진이 안 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교수는 식이습관 중 육류 섭취와 관련해 "세계암연구기금(WCRF, World Cancer Research Fund)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제안한 내용을 보면 적색육과 가공육의 소비를 제한한다. 스페인에서도 육류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한다. 식이 위험이 사망률에 미친 영향을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일본과 더불어 육류 제한을 권고하는 스페인이 수치가 낮은 편이다"라며 육류 섭취를 적게 할 것을 권했다. 

또한 "암 예방을 위한 식생활이 건강 증진을 위한 식생활,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식생활과 다를 것 없다. 암 예방 수칙은 결국 건강증진수칙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식품영양학 관점에서 암 예방 수칙을 옹호했다. 

▲ 2부 토론 패널. (왼쪽부터)강창범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건강증진사업센터 실장,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 박수경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전 대한암예방학회장), 김한숙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
▲ 2부 토론 패널. (왼쪽부터)강창범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건강증진사업센터 실장,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 박수경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전 대한암예방학회장), 김한숙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

2부 종합토론에서는 암 예방을 위한 국내 정책 관련 제언을 이어 나갔다. 

강창범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건강증진사업센터 실장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음주폐해 등에 관해) 방송·인쇄 매체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법적 제재가 가볍다 보니 적발하여 시정 요청 공고를 내도 과태료 부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고 과태료 액수도 미미하다. 또한, 넷플릭스 등 OTT 매체, SNS 채널 등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음주문화 조장을 제재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의 필요성을 논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는 "최근 내가 쓴 기사는 금연 정책과 술에 관련한 것이 없다. 보건복지부에서 금연을 말하면 금연 기사가 많이 나온다. 타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담뱃값은 굉장히 낮다. 이에 관해서도 논의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 국립암센터가 정부 부처 눈치를 보는지 목소리를 내지 않는 듯하다"며 암 예방 관련 정부부처 및 기관의 노력 미비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수경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전 대한암예방학회장)는 흡연과 관련해 "한국 흡연 시작 연령이 14세 미만인데, 흡연을 장기간 지속하면 금연해도 '위험정도'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중학생 미만 연령의 초기 금연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전자담배와 간접흡연 관련 연구 결과도 없다"고 말했으며, 음주와 관련해 "주류 광고는 제품을 개봉하는 소리나 술을 삼킬 때 내는 소리를 제한해야 하며, 판매 가능 시간과 장소도 제한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더불어 식이와 관련해 "식이 관련 정책은 식이, 비만, 운동 세 가지를 함께 접근해야 하며, 건강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오늘의 세 가지 주제 중 가장 답답한 부분은 음주인 것 같다. 예방 홍보 사업비도 적어 국립암센터도 그 힘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암을 전주기적으로 관리하는 입장에서 우리 과에서도 체크해보겠다. 예산을 올리거나 거버넌스 구축 등 법 제도 정비를 앞두고 각 주제별 할 일을 정리해 나가겠다"고 암 예방 사업 확대의 의지를 표명했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새벽 기자
이새벽 기자
기자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