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라이프인 신년특집 <범상치 않은 수다회 "범 내려온다">이어 2022년 올해도 <대환(換)장 수다회 "발상의 전환">이 진행됐다. 2021년 사회혁신, 기후위기,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범상치 않은 개인과 조직을 소개했다. 그리고 사회 전 영역에서 많은 것 달라지고 있는 '전환의 시대'에서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라이프인은 <대환(換)장 수다회>를 통해 주요하게 다뤄온 주제를 "전환", "순환", "귀환"에 맞춰 3일간 이야기를 나눴고, 자리에는 라이프지기(라이프인 후원 독자)가 함께 했다. 그리고 문혜정 소비자기후행동 활동가가 '수다회 셋,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순환"의 넛지는?'의 참가 수기를 보내왔다.
12월은 역시나 마무리의 시기인가보다. 연일 문자 메시지는 한해를 정리하고 다음을 계획하기 위해 모임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으로 차기 시작했다. 쌓여가던 메시지를 바로 확인을 못 하다가 하마터면 라이프인의 이번 수다회의 참여 신청 문자를 놓칠 뻔했다. 라이프인 신년특집 <대환(換)장 "발상의 전환(轉換)"> 수다회 셋, 기후위기는 소비자기후행동의 활동가로서 무척 관심이 가는 주제였다. 다행히 늦지 않게 신청이 되어 참여 할 수 있는 ZOOM링크가 문자로 잘 전송이 되어왔다.
기후위기 문제는 먹거리로 야기되어 다시 먹거리 불평등 문제를 만들고 있다. 수다회는 기후위기를 먹거리 전반의 전환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다소 딱딱할 수도 있는 주제였지만, 시작부터 웃음이 끊이질 않고 유쾌하게 진행됐다. 친환경농업을 연구하는 유병덕 한국유기농연구소 부소장, 전북 순창에서 밀 농사를 짓는 생산자 이하연 '니나의 밀밭' 공방장,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던 '소녀방앗간'의 김민영 대표, 그리고 소비자기후행동의 김은정 상임대표까지 각자의 활동을 기후위기와 함께 풀어나갔다.
채식 중심의 식문화 변화를 만드는 '소녀방앗간'
소녀방앗간의 김민영 대표는 2014년부터 청송지역의 시니어클럽에서 지역 농산물을 공급받아 도시소비자에게 속 편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식문화의 변화를 꿈꾸며, 고집스러운 밥상 철학으로 7년 동안 직영점으로만 식당을 운영했다. 채식이 무조건 답이라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2,30대에게 몰랐던 식문화를 경험하게 하고 그 경험을 통해 채식을 높여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도 너무나 와 닿고 김민영 대표가 감동스럽고, 기특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생협 조합원이 된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먹이고 싶었고 그런 소비를 하다 보니 친환경 생산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면서 생협에 가입했던 것 같다. 김민영 대표는 생산에 대해 잘 모르는 도시의 소비자인 우리가 의식주 중 특히나 식문화의 소비 패턴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먹거리 생산은 탄소배출과 연관이 많다. 특히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 사료로 쓰이는 곡류의 양을 깊이 생각해야 할 시기에 와 있는 것이다.
소년방앗간은 코로나 시기에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도시락 사업에서도 8주 동안 채식위주와 화학조미료를 배제한 도시락을 만들었다. 김민영 대표는 버닝(burning)의 시간이었다고 표현했지만, 어린 시절의 식경험의 중요성을 알기에 더 고집스럽게 이어갔을 거라 짐작이 갔다. 도시락을 받은 아이들이 편지를 보내줬는데 노력한 것을 알아준 것 같았다고. 연대의 경험을 나누는 이야기에서 지역의 소규모 로컬 농부의 귀함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농부가 생산하는 생산물의 부가가치도 고민하는 부분에서 사업가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김민영 대표는 음식물 쓰레기는 가정보다 업소에서 더 많이 배출된다며, 소비기한 제도로 인해 소비기한이 늘어나게 될 것도 참 다행이라고 전했다. 문득 지난 6월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되도록 서명하고 캠페인을 하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소기행의 활동이 생각났다. 소비기한제도는 가장 효과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이로 인한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생산과 소비는 결국 기후위기와 연결돼 '니나의 밀밭'
이하연 공방장은 공정무역 회사에 다니다가 2016년 전북 순창으로 귀농했다. 밀 농사를 하고 생산된 우리 밀을 어떻게 소비할까 고민하다가 6인의 생산자들과 공유부엌을 운영한다. 단순히 농사만을 짓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문제, 소비의 문제를 우리의 식생활과 연결해 고민하고, 여러 재밌는 시도를 지역에서 하고 있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기후위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는 지체 없이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비가 오는 시기 추워지는 시기 등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 예측 또한 점점 어려워지니 안정적인 농사를 위해서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소비자인 나로서는 매장의 물품으로 접하는 농산물들이 얼마나 수고로운 농부의 손길에서 나오고 있음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이하연 생산자도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와 닿아서 분노한 적은 있으나 내 실천에 있어서 크게 생각을 못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기후위기에 관련된 책을 함께 쓰던 계기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고민의 마지막에 나의 농사는 기후 위기와 큰 관련이 있다가 결론이었다고 한다.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특히나 밀 보리 등 겨울 작물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나라 겨울 논의 풍경은 벼를 베고 난 뒤 흙색으로 얼어있다. 하지만 이 논에 이모작을 하여 초록색을 띠고 겨울철의 풍경이 바뀐다면, 기후위기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하지만 이모작을 못 하는 이유는 안 팔리기 때문이라니 지금 우리는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 묻게 한다. 소비의 문제가 생산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결국은 기후 위기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또 깨우치게 되었다. 기후위기를 해결 할 수 있는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 시기임은 분명한 것 같다.
유기농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새로운 양식 "한국유기농연구소"
유병덕 부소장은 친환경 인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친환경 유기농이 좋은 것이라면 친환경 유기농이 아닌 것은 나쁜 것이냐 이것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의 유기농업은 전체 농업의 5% 정도이며 유럽의 평균보다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반적인 식생활은 유기농이 아닌 것에 더 가까운데 그만큼 일반 농산물의 안전성이 높아진 부분이 있다.
유기농의 가치는 '농약 없음', '일반 관행 농산물보다 더 안전함'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좀 더 새로운 양식으로 본래의 유기농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기농 자재에 의존하는 농사가 아닌 토양에 유기물을 축적 할 수 있는 양질의 퇴비로 농업을 하는 순환 농업으로 되돌아가야 기후위기에도 도움이 되는 농업이 된다는 것이다.
유병덕 부소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농업에 대해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보았지만, 농촌에는 문화가 있고, 공동체가 있으며 도시사람들이 와서 체험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 농촌은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농업이 중심되는 곳이다. '안전함' 보다는 '건강함'으로, 위험의 요소를 관리하고 억제하는 포커스보다는 생물 다양성을 위해 좋은 것을 추구하면 자연스럽게 나쁜 것이 축소된다."라고 이야기했다. 너무나 공감되고 그간의 생각을 전환해 볼 수 있는 설명이 훌륭했다. 탄소를 저장하는 곳이 농지이고 이것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하니 희망적이었다. 농업생태계를 복원하는 정책, 교육이 잘 진행된다면 다수의 참여로 우리 지구 전체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야기의 진행을 맡은 소비자기후행동의 김은정 상임대표는 매끄러운 진행과 더불어 소비자기후행동이 현장에서 했던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 주었다. 소비자기후행동을 지구를 살려 보자고 모인 극성스러운 아줌마들이라고 익살스럽게 소개했지만, 그 활동만큼은 진지하게 연구하고 거침없이 행동하는 캠페이너가 모인 곳이다. 작은 나의 행동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까 의문을 가지며 활동을 시작했지만,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다보니 수다회의 4명의 패널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흥미로웠다.
수다회는 일상에서 실천을 끌어낼 수 있도록 오늘 나눈 이야기를 더 많은사람과 나누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기후위기와 코로나를 겪으면서 내 삶의 문제로 와닿는 경험을 하고 있다. 두려워하면서 누군가가 해주기만을 바라며 방관자로 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게 서로를 지지해 보자.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일상 작은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 끼라도 채식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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