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참 괜찮네'라는 생각이 드는 소통과정이었다. 찰나였지만 깔끔한 일 처리와 함께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직원 모두가 '나이스'했다. 이 조직 뭔데 이렇게 채용이 훌륭하지?
우연히 담당자의 고용주인 '대표님'을 만나 궁금증을 해결할 기회가 생겼다. 돌아온 우문현답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 업무 특성상 많은 사회문제를 다양한 조직과 연대해 해결해야 하므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하는 일의 사회적 가치를 증명해야 하므로 일도 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인성과 실력을 갖춘 인재가 일반기업보다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 계속 일을 하는 것은 본인 의지의 영역이라고. 대표님은 기도도 열심히 하고, 직원들 눈치도 열심히 본다고 하셨다.
최근에 없는 살림이지만 급여인상을 했다며 공유한 직원과 직원 남자친구의 일화도 놀라웠다. 열일하는 여자친구에게 남자친구는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걱정해주었는데, 오히려 그 직원은 "내가 열심히 하면 우리 조직이 인정받게 되고, 그래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 내 월급이 올라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모든 직원이 이렇게 일하면 기업은 당연히 성장할 수밖에 없고, 회사도 도저히 월급을 올려주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사회적경제의 원동력은 '사람'이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조직의 규모가 작다 보니 한 사람이 일당백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영리기업과 비교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는 물론 기획, 마케팅, 홍보, 네트워크 능력 등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받는다. 그렇다 보니 '사람이 없다'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대표님'처럼 정말 간절하게 기도하면 괜찮은 인재를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매년 뽑는 인턴십 경쟁률이 800대 1이 넘을 정도로 일하고 싶은 회사로 뽑힌다.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사명을 '자신의 경력이 훌륭하고, 환경 보호에는 활동가만큼의 진정성 있는 인재'와 함께 수행한다. 핵심가치를 지키면서 좋은 매출을 내고 있으며, 이직률이 4%일 정도로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사실 좋은 급여를 줄 수 있는 곳에 인재가 모인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연봉'을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 요인으로는 적성, 일을 통한 성취감, 스스로의 발전을 뽑았다. '대표님' 회사와 파타고니아에 인재가 모이는 이유는 조직이 제시하는 명확한 비전 속에서 원하는 일을 통해 발전하고, 그것이 조직의 성장을 만든다는 자부심 때문이지 않을까?
혹시 지금 괜찮은(인성도 좋고, 실력도 좋으면서 급여도 적게 받을 의향이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면, 그런 괜찮은 인재가 왜 우리 조직에서 일해야 하는지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찾게 되는 명확한 이유는 조직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좋은 조직에 좋은 인재가 모이고, 좋은 인재는 그 조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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