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기업탐방] '그만 사'라는 파타고니아, 왜 더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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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기업탐방] '그만 사'라는 파타고니아, 왜 더 살까
수다회 특집 기업탐방 파타고니아를 들여다보다
  • 2021.01.25 12:00
  • by 김정란 기자
09:03

라이프인은 2021년 소셜솔루션 미디어로서의 개편을 준비하면서, 우리 사회에 솔루션이 필요한 세 가지 분야 ▲사회혁신 ▲기후위기 ▲지역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눠보는 '수다회'를 마련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한몫을 했던 이날치밴드의 '범내려온다' 속 호랑이의 발걸음처럼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를 기대한 이 행사에서, 우리는 '범상치 않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각 세션 참여자 중에는 소셜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영리적인 면에서도 성공 가도를 걷고 있는 기업들도 있었다. 이 글에서는 사회혁신 수다회에 참여한 파타고니아가 어떤 기업이고, 어떤 면에서 사회혁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최근 소셜벤처를 방문해보면 종사자들 책꽂이에서 단연 자주 눈에 띄는 책이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주제로 한 책이다.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분야의 많은 종사자가 "파타고니아에서 영감을 얻어 소셜벤처를 시작하게 됐다"라거나 "롤모델이 파타고니아"라고 말한다. 매출이나 이익의 일정 부분을 환경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등 파타고니아의 활동을 벤치마킹하는 조직들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아웃도어 브랜드는 많고, 기업은 더 많다. 그 많은 기업들 중 어떻게 파타고니아가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됐을까? 

■'우리 제품 사지 말라', '세금 깎지 말라'는 이상한 기업

왼쪽의 사진을 먼저 보자.

'DON'T BUY THIS JACKET(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모두가 무엇을 싸게 살지 고민하던 이때, 뉴욕타임즈지의 전면을 장식한 사진이다.

누가 이 광고를 냈을까?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제품에 현혹되지 말라는 소비자단체일까? 아니면 너무 많은 제품 생산을 우려한 환경단체일까?

이 광고는 사진 속 제품을 만드는 기업 '파타고니아'가 낸 광고다.

리서치업체 퍼스트데이터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에 미국 쇼핑객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품목은 가전제품과 함께 스포츠용품, 의류 및 신발이었다. 파타고니아로서는 가장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는 시기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파타고니아는 이 시기에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냈다.

이뿐 아니다. 파타고니아는 5년 후인 2016년에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발생한 '매출'을 모두 기부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 감세 정책을 펴 1000만 달러의 세금을 감액하게 되자 '무책임한 세금 감면'이라고 비난하며, 그 액수를 전 세계 풀뿌리 기후위기 대책 조직들에 지원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대체 파타고니아는 왜 어느 때보다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거나, 매출액을 기부하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마다하는 '반기업적' 행동을 하는 걸까? 또 왜 사람들은 사지 말라는 이 회사 제품을 갈수록 더 많이 사고 있을까?

파타고니아는 2019년 기준 매출액 7억 달러를 넘긴, 미국에서 노스페이스, 콜롬비아스포츠 등과 함께 3대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로 꼽히는 기업이다. 지난 1973년 설립자 이본 쉬나드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설립했다. 2013년 한국에 들어온 파타고니아 코리아 역시 2020년 기준 매출액 4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등반가였던 쉬나드 회장은 파타고니아 설립 전 등산장비 사업을 했는데 이때 자신이 만든 장비가 자신이 사랑하는 산을 훼손한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기업을 통해 환경을 위한 일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파타고니아의 소셜미션은 환경 보호다.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우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사업한다)'라는 사명을 내걸고 있다. 기능성원단을 사용해 만드는 아웃도어 브랜드와 환경보호는 어떻게 연결될까?

■다른 기업도 다 하는 CSR?

보통의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대체로 기금을 조성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한다거나,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 방식이다. 이런 와중에 파타고니아가 눈에 띄는 것은 그들이 생산 과정에 있어서도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코리아 웹사이트에 들어가 제품의 원재료를 살펴보자. 제품은 대체로 리사이클링 원단 혹은 유기농 제품을 사용한다. 앞으로 리사이클링 원단은 더 많은 재료가 개발되고, 사용될 예정이라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입장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제3세계 국가 생산자들이 유통 과정에서 입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정무역위원회에 지원금을 직접 지급하는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원가 절감'을 생각한다면 택하기 힘든 방식이다.

의류제품 자체가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파타고니아는 부인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량생산을 통한 매출 확대, 더 싼 자재로 전환해 매출을 성장하는 활동보다는 적당한 유통 경로를 확보하고, 원자재 제공자에게 적절한 대가를 제공하며, 재생 원단으로 전환하는 활동 등을 통해 적은 환경 오염을 발생시키면서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매년 매출액의 1%는 '1% for the Planet' 위해 기부된다. 위의 사례처럼 특정한 날의 매출을 모두 환경 관련 단체에 기부하기도 한다. 단지 수익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다. 파타고니아 김광현 팀장은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업무로 간주된다"며, 파타고니아가 구성원들의 환경보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고 말한다. 실제 김 팀장은 지난해 환경보호단체의 1인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 파타고니아는 국립공원 보호활동 등 자연환경 보호를 미션으로 한다. ⓒ파타고니아
▲ 파타고니아는 국립공원 보호활동 등 자연환경 보호를 미션으로 한다. ⓒ파타고니아

■소셜을 내세운 기업이 돈도 잘 벌 수 있다고?

파타고니아의 이런 성장은 시류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파타고니아는 창립한 지 30년이 지났고, 그 기간 동안 꾸준히 본연의 미션을 실천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급속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이것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환경의 심각성을 인식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에 공감하는 기업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치 소비'의 확산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 '품질 관리'에 성공하고 있어서다. 파타고니아 CEO 로즈 마카리오는 비즈니스 잡지 'Quartz'에 실린 글에서 "파타고니아에서는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최고 품질의 옷을 만들고, 제품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며 "그리고 구입한 제품의 수선을 평생 보장한다"고 밝힌다. 수선을 통해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또 "파타고니아는 기업으로서, 우리 고객들이 물건의 소유자가 되는 것을 돕기 위해 품질이 매우 뛰어나고 수선과 관리가 쉬운 제품을 만들 책임이 있다"고 덧붙인다.

파타고니아가 영리 면에서도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는 면에서 무엇보다 사회적경제조직들에 주는 울림은 크다. 최근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도 "기업의 '선의'로 가능한 구매는 한 번뿐이다. 아무리 미션이 좋아도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지속해서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파타고니아 의류의 품질, 사후 관리, 디자인 등 제품 본연의 장점과 기업의 미션이 만난 것은 '사지 말라'는 기업의 제품을 더 사게 만드는 폭발력을 가져오고 있다. 이는 많이 사지는 않을지라도, 필요하면 반드시 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이어진다.

■기업과 정치는 엮이지 말라고? 왜?

기업과 정치라는 단어를 붙이면, 어둠의 이미지부터 떠오르지만, 파타고니아는 기업의 미션에 관련한 정치적 행위는 '대놓고' 한다. 지난해 미국 상원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vote climate deniers out of office(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자들을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투표하라)'는 문구가 담긴 사진을 웹사이트에 노출하기도 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이에 공감하는 정치인들이 법안을 마련하는 곳 가까이에 있어야 미션을 달성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소셜 미션에 대한 열망이 더 큰 조직이라는 것이 파타고니아 측의 설명이다. 직위가 높은 사람이 영리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하면 종사자들의 업무도 그 방향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김광현 팀장은 "파타고니아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가장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본쉬나드 회장"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경영학회의 '파타고니아, 피즈니스 가치사슬과 CSR의 결합사례(2017, 유승권 박병진)'에서는 파타고니아 CSR 매니저 Logan Duran의 말을 빌려 "쉬나드 회장이 환경경영에 대한 경영철학이 분명하고, CSR에 대한 이해가 충분할 뿐 아니라 제품의 혁신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CSR을 성공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 파타고니아는 틴 셰드 벤처스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와 협력한다. 틴 셰드 벤처스 온라인 자료 갈무리. ⓒ틴 셰드 벤처스
▲ 파타고니아는 틴 셰드 벤처스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와 협력한다. 틴 셰드 벤처스 온라인 자료 갈무리. ⓒ틴 셰드 벤처스

파타고니아가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는 이유 역시 사세 확장보다는 미션을 위한 활동에 방점을 둔다. 김 팀장은 "지역에 따라 그 지역에 발생하는 환경 문제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을 위해 설치했다가 그대로 방치된 '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타고니아, 10개, 100개 되도록

최근 파타고니아는 강력한 사회적 미션을 가진 스타트업을 직접 지원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사회적인 가치보다는 자본 자체를 좇는 금융권의 혜택을 보기 힘든 조직들을 돕는 것이다.

지난 2013년 2000만 달러 규모로 시작된 이 사업을 통해 파타고니아는 재생 가능 에너지 인프라 구축, 재생 유기 농업 실행, 물 절약, 폐기물 전환 및 지속 가능한 재료 생성 등을 실현하기 위한 비즈니스 조직과 협력한다. 이른바 '틴 셰드 벤처스(Tin Shed Ventures)'에는 초원을 연구하며 윤리적, 제한적 도살을 통해 육포를 만드는 기업, 폐그물로 스케이트보드를 만드는 기업 등 독특하면서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조직에서는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라이프인 기획 사회혁신 수다회 '범내려온다'에 참여한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김광현 팀장은 "파타고니아는 '사회혁신 기업'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내 혁신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타고니아가 지금처럼 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미션에 있어서도 변치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앞으로도 많은 사회혁신가, 사회적 미션을 앞세운 소셜벤처 사업가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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