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황홀했던 배구 원팀, 청년들과 원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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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황홀했던 배구 원팀, 청년들과 원팀 어때요?
낀 세대 기자의 다짐
  • 2021.08.14 08:00
  • by 김정란 기자

 

▲ 제로웨이스트 카페 보틀팩토리. ⓒ라이프인
▲ 제로웨이스트 카페 보틀팩토리. ⓒ라이프인

"그걸 누가 돌려주겠어." 일회용컵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카페는 시작됐고, 보틀팩토리가 대여하는 텀블러를 돌려주는 사람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말에 막혀 보틀팩토리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아마 지구는 좀 더 오염됐을 것이다.

"쟤 서울 간다더니 잘 안됐나봐." 고향에 갈 때마다 심각해지는 인구 유출을 지켜보면서 심란했던 청년 A는 고향서 일자리를 만들고 뿌리내리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지역 관련 사업에 신청해 마을에 내려간 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릴 때부터 알고 자란 동네 어른들이 "공부 잘해서 서울 간다더니 서울에 적응을 못 했나 왜 다시 내려왔대?"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듣게 됐다. A씨는 "그런 시선이 지역살이하는데 방해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복잡한 표정이다.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분야에서, 일할 청년들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청년들이 모여있는 학교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다르다. 이노스쿨을 통해 만난 많은 교육자는 "요즘 애들 자기만 안다고 하는데 아이들 사회 문제에 관심 많아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렵다고 생각해서 그렇지, 막상 해보면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다고요"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왜 시작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찾는 청년들이 더 많을까? 아마도 위의 사례들처럼 누군가의 애정어린 걱정이 벽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 정도 말은 가뿐히 웃어넘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그러기엔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이 너무 높지 않은가?

Gsef-라이프인 '청년을 위한 oo'수다회에 발제자로 나선 협동조합 펀컴퍼니 이승빈 대표는 사회혁신을 가로막는 벽으로 '무기력'을 꼽았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지만, 나는 그것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 그러면 이 대표가 무기력해졌을 때, 거기에서 그를 꺼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팀(team)'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나를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이,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또 본인이 경험했던 몬드라곤 대학의 창업가 양성 과정인 LEINN에 대해 "학위를 준다는 것의 의미가 컸다. 돈을 벌어야 학위를 준다는 것은 학위 과정 안에서 무엇이든 하게 만들었고, 실패해도 좋은 안전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역시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즉 MTA 정신을 바탕으로 한 성균관대학교 SETA에 참여했던 한 학생 역시 취재차 간 기자에게 비슷한 말을 해줬다. "여기서는 뭐든 해도 안전할 것 같아요. 실패해도 괜찮잖아요."

▲ 팀은 무기력에 빠질 구성원을 구할 수 있을까. ⓒ픽사베이
▲ 팀은 무기력에 빠질 구성원을 구할 수 있을까. ⓒ픽사베이

어쩌면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을 구분 지은 정책과 돈보다 안전망, 그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갈 '팀'일지도 모른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봐도 돼',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옳아', '이 안에서 같이 해보자'는 안전망이 있어야, 어떤 시도든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길을 찾아보자는 의욕도 유지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파편화된 공동체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많은 돈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실패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실패조차도 너무나도 두렵다. 번지점프는 뛰고 난 뒤보다, 뛰기 직전이 가장 무섭지 않은가. "여기서 떨어지면 내가 다시 올라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우리 사회는 'YES'라는 답을 주지 못하고 있고, 우리 대부분은 뛰어내리기를 포기한다.

같이 뛰어줄 팀, 좀 뛰어봤던 팀원이 있다면 어떨까? 식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불과 일주일 전에도 올림 여자 배구에서 원팀이 보여주는 시너지에 열광하고 있었다. 

사실 그들보다 조금 더 오랜 시간 살아온 기성세대에게도 역시 세상이 녹록지는 않다. 하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니 아프라더니, 치유할 기회나 시간은 모른 척 하는 기성세대는 2021년이 아니더라도, 어느 시대에나 청년들과 '원팀'이 될 수 없었다. '좀 뛰어봤던 팀원'인 우리는, 청년의 생각을 평가하고 재단하기보다 그들의 안전망을 만드는데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청년 정책에서 청년들을 '수혜자'가 아닌, 팀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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