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비자의 오지랖, 혁신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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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소비자의 오지랖, 혁신의 씨앗이다
  • 2021.02.03 17:07
  • by 김정란 기자

SSG닷컴,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새끼 생선' 판매를 그만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총알오징어' 등 새끼 생선 판매자를 입점시키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팩우유에 언제까지나 붙어있을 것 같던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기 시작했다. 당연히 상표 라벨이 붙은 채로 버리던 생수병에 떼기 쉬운 라벨이 붙어 있다. 각 기업이 내놓은 설 선물에서는 플라스틱이 대거 줄어들었다. 이게 왜 있나 싶던 트레이 등 과대포장, 특히 플라스틱을 줄인 선물세트는 최근 1, 2년 사이 명절 선물세트에서 점차 종류를 늘려가고 있다.

▲ 최근 새끼 생선에 대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심해지면서 판매자들이 해명하는 일이 빈번하다.
▲ 최근 새끼 생선에 대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심해지면서 판매자들이 해명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들은 왜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하던 대로 하는 편안함을 뒤로하고 이런 선택을 했을까?

답은 소비자들에게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결정이 환경과 기업윤리에 관심이 커진 소비자들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총알오징어, 크릴오일 등을 판매하던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아왔다. 어족 자원 고갈은 물론, 생명을 경시한다는 점을 지적받았던 것. 판매자들은 물론 유통업체의 책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적이 잦아지자 결국 유통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해 '환경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빨대를 줄여 달라'는 초등학생들의 단체 편지를 받은 후 빨대를 없애 화제가 됐다. 모두 소비자들의 요구가 기업의 변화로 이어진 사례들이다.

특히 최근에는 ESG, 즉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가 기업 투자를 위한 평가기준으로 화제에 오르면서, 이런 부분이 기업의 평판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품질 외의 것들도 기업 평가의 기준이 된 것이다.

아이쿱생협의 오귀복 상무는 지난해 라이프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소비자의 물음과 열망에 대답해야 한다.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혁신은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기업의 평가가 소비자들에게 달렸다는 것을 인식시켰다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연결된다는 것을 인식시킨 것이다. 소비자들의 힘은 기업을 바꾸고, 그러한 변화는 기업, 나아가 사회 혁신의 씨앗이 된다.

▲ 기업을 바꾸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이다. ⓒPixabay.Steve Buissinne
▲ 기업을 바꾸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이다. ⓒPixabay.Steve Buissinne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내가 직접  타인을 위한 일을 찾아서 하기도 하지만, 내가 준 돈으로 공익에 이바지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고 싶어 한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들은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때로는 이런 소비자 참여가 갈등을 유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깟 '총알오징어' 좀 먹으면 어떠냐는 사람도 있고, 팩우유는 그냥 먹기 불편한데 빨대를 왜 안 주냐는 소비자에게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마트 직원들도 있다. 기업 윤리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개인별로 기준은 아직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사실 서로 다른 기준이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계기로 이어지느냐다. 갈등에서 끝나면 사회 구성원들은 분열하지만, 이를 통해 합의점을 찾으면 시민의식은 이전보다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다만 갈등이 너무 길면 변화가 오기 전에 모두가 지친다. 우리는 그 전에 갈등의 에너지를 또 다른 통합의 과정으로 바꿀 계기를 찾아야 한다.

이런 과제를 안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받고, 그로 인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상황은 사회적경제조직들에는 또 하나의 도전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사회적 미션을 앞세운 사회적경제조직들은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일반 기업들과의 차별점을 둘 수 있을까를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과 기업의 근본적 미션을 적절하게 조율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또 다른 도전에 응전해야 할 시간이 왔다. 그 길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사회적경제조직들에 우리는 어떤 응원을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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