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②] 사회적경제를 키우기 위한 정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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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②] 사회적경제를 키우기 위한 정책들
  • 2020.05.19 17:30
  • by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07:52
▲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필자는 지난번의 이야기(자유를 향한 창①)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은, 도덕감정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반영한 보다 현실에 뿌리박은 조직이며, 현대사회의 경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 이러한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커나갈 수 있을까? 오늘 이야기할 주된 내용이다. 

#새로운 법인격의 도입

한국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하는 이유는 그것이 ①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및 사회 서비스 제공 등의 공익적인 목적을 실현한다는 점, ② 사회적경제 조직으로서의 정체성(공동체성, 민주성 등)을 유지한다는 점, 이 2가지 때문이었다. 

그러면 지금의 사회적경제 조직이라고 일컬어지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정책은 위의 2가지 기준에 부합되는가?

첫째로, 위의 2가지 목표는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 목표라면 지원받은 기업이 일반 영리기업으로 발전해 나간다 해도 그 정책목표는 충분히 달성된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특히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사회적기업의 '먹튀' 논란이 계속된다.  

둘째로, 취약계층을 너무 넓게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는데 있어서 항상 공정성 시비에 시달린다. 사회적기업의 지원 기준, 즉 (중위소득이 아니라) 평균소득 60% 미만, 55세 이상 고령자 등을 모두 취약계층으로 포함한다면 한국사회의 상당수는 취약계층이 된다.

이러한 혼란은 마을기업의 경우 더욱 가중된다. 마을기업의 생산품은 김치, 떡 등의 농산물가공품이 대부분이며, 현실은 지원받지 못하는 마을의 반찬가게, 떡 가게가 수없이 존재한다.

위의 문제는 정부 지원에 따른 새로운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가칭)사회목적기업'이라는 법인격을 새롭게 만들고, 그들이 가져야 할 정체성(단순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을 분명히 부여하는 것이다. 그 전제 위에서 정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책임의 중요 구성요소는 '이윤의 배당금지'와 '청산 시 잔여 자산의 분배 금지' 규정이다. 배당 금지의 정도, 외부 투자자본의 회부(回附) 가능성 정도 등은 제도 설계에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나, 적어도 영국의 공동체 이익회사(CIC : Community Interest Company)와 같은 새로운 법인격의 도입이 필요하다. 

▲ '민와일 스페이스(Meanwhile Space)'는 정부, 민간으로부터 공간을 빌린 후 이를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공동체이익회사다. ⓒ Meanwhile Space
▲ '민와일 스페이스(Meanwhile Space)'는 정부, 민간으로부터 공간을 빌린 후 이를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공동체이익회사다. ⓒ Meanwhile Space

#사회적경제 기본법

또 하나의 과제는 사회적경제 전체에 대한 정책과 법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첫째로, 현재 사회적경제 정책의 문제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의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사회적기업 육성법', '협동조합 기본법' 등에 의해서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개별 지원은 가능하나, 이 전체를 통할하며,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범주를 설정하고, 이들을 위한 별도 기금 마련 등의 일을 하려면 새로운 법적 근거가 필요해진다. 

둘째로, 엇비슷한 일들을 각 부처가 각개약진으로 추진함으로써 초래되는 혼란에 대해서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 내에 '사회적경제비서관실' 그리고 기획재정부에도 '사회적경제과'를 신설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비서관실 하나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의 교체 등에 따라 정책 의지는 언제나 같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 이 문제는 19대 국회 때 각 부처의 정책체계를 관통하는 공통의 법적 토대를 만들어 해결하려 했다. 그것이 '사회적경제 기본법'의 입법 취지였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유승민, 윤호중, 강병원 의원의 법안이 또다시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논의되지 않은 채 국회의 임기를 마쳤다. 이제 21대 국회에서는 제대로 해결되어야 한다. 

▲ 2018년 2월  개최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대회 장면 ⓒ 라이프인
▲ 2018년 2월 개최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대회 장면 ⓒ 라이프인

#시민의 사회적 참여

사회적경제가 중요하다는 점과 그것을 정부가 단기에 육성할 수 있다고 사고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은 정부 지원에 의해서 사회적경제 기업이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이 시민의 자발성에 입각한 것이라면 이것을 발전시키는 것과 정부지원과는 서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지원 속에서도 시민 활동이 저하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시민의 일상적인 사회적 참여를 강조해야 한다. 사회적경제는 한 '사회'의 크기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 시민사회의 거대한 저수지가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공기관 등을 시작으로 자원봉사를 위한 유급휴가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2015년 영국 총선거에서 보수당은 15세에서 17세까지의 청소년에 대한 공동체 교육 및 자원봉사를 강화하는 공약을 냈다. 대기업 및 공공기관 근로자에게 연 3일간 자원봉사의 휴일을 부여하는 공약 또한 파격적이었다. 이런 정책을 실시했던 이유는 바로 사회적 참여를 촉진하기 위함이었다. 이 모든 것은 앞으로 한국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사항이다. 

둘째로,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권력 이양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이것만이 지역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확대하며 참여를 통한 새로운 활력을 불러올 수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을과 기초지자체 주민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산업, 교육, 복지, 의료, 문화 등에서 지역 단위의 해결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성과에 따라 지방교부세 및 보조금 배분을 차등화하는 견제 수단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이 모든 것을 '(가칭)지방발전법'이라는 형태로 정리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2012년 5월 정부 행정개혁위원회에서 제안했던 모델들, 즉 현재의 읍면동 사무소를 주민자치위원회의 산하에 두는 것과 같은 새로운 주민참여모델도 강구되어야 한다. 

셋째로, 시민조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심심하면 터지는 시민조직(공익법인)의 회계 부정 사건은 시민사회의 존립을 뿌리부터 흔들게 된다. 현재의 시민조직의 회계장부는 과연 믿을 만한가? 정부의 비영리 단체 및 자원봉사 활성화 지원금은 투명하게 운영되는가? 아쉽게도 이 모든 것을 판단할 정보는 거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독립된 하나의 기관이 시민사회단체의 비영리성과 공익성을 심사하는 영국식 모델은 참고할 만하다. 영국의 자선위원회(Charity Commission)는 공익성을 가진 시민조직의 활동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를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며, 정기적으로도 철저한 조사 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가칭)시민공익위원회'를 만들고, 이곳에서 '공익법인법'에 의한 모든 공익법인,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의한 비영리민간단체,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사회적 협동조합 등의 모든 활동들의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 전체정책의 담당 주체

이상과 같이 사고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 과연 지금과 같이 사회적경제 정책을 기획재정부가 통할하는 것이 맞는가? 

사회적경제 정책은 경제정책, 사회정책, 시민사회정책의 하이브리드 지점이다. 경제 관료에게 맡기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차라리 별도의 '(가칭)시민사회청'을 설립하는 것이 생각될 수 있다. 아니면 분권형 총리가 앞으로의 시대정신이라고 한다면 총리실에 사회혁신실을 두고 그곳에서 관장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가칭)시민사회청 혹은 총리실 사회혁신실이 (가칭)시민공익위원회와 함께 사회적경제가지 포함한 시민사회 전체의 발전과 규율을 함께 담당하는 것이다. 앞으로 검토해 봐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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