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①] 사회적경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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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①] 사회적경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 2020.05.08 09:00
  • by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07:24
▲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필자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다음의 한 가지다. 

사회적경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이, 사람 중심의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이며, 또한 사람의 행복과 자부심을 증진시키는 길이라는 점이다. 결국 사회적경제는 사람을 자유롭게 하며, 그래서 소중하다.

이 글의 제목을 아마르티아 센의 『자유로서의 발전』이라는 책 이름에 기대어, 「자유로서의 사회적경제」라고 붙인 이유다. 

이때 말하는 사회적경제란 다음의 2가지 속성을 가진 경제조직을 말한다. 

첫째는 그 조직의 설립 목적이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에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의 형태로, 고유의 사회문제를 풀기 위한 경제조직이 많이 존재한다. 그들이 풀고자하는 사회문제도, 장애인 고용, 청년 활력, 노인복지, 지역 창생 등 다양하다. 이렇듯 이윤 실현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이 주목적인 경제행위를 하는 조직을 우리는 사회적경제조직이라고 부른다. 

둘째는 그 조직의 운영원칙이 사람 중심의 민주적 원칙을 따른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기업의 법인 형태가 주식회사이던 협동조합이던 상관없다. 사회적경제조직의 아이덴티티로서 강조되는 것은 직원의 참여, 이해관계자의 관여 등 내외부의 민주적 통제가 잘 작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협동조합인 경우 조직의 그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며, 그래서 협동조합이 사회적경제조직의 대표적인 형태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이 중요하다는 점을 필자는 다음의 3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첫째, 사람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에만 반응하는 호모에코노미쿠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보다 윤리적이며, 뜨거운 존재다. 그래서 사회적경제조직은 충분히 인간의 본성을 반영한, 보다 현실의 존재로 설명한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나 때때로 우리는 이것을 잊어먹는다. 시장에서 작동되는 모든 경제주체는 오로지 이윤동기 만에 의해 움직인다고 잘 못 생각한다. 이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의 아버지로 칭송되는 이유는 그가 인간이 가지는 강한 본성인 이기심을 도덕의 주박으로부터 해방시켰다는 점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공급하고 인간 사회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준 엄청난 동력이었다. 

그러나 인간 사회의 매력은 그것만으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애덤 스미스는 이기심과 함께 도덕감정을 이야기했다. 인간은 단순히 이익에만 반응하는 냉혈한이 아니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며, 남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인류가 발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물량(GDP)이 늘어난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과 열망이 억압된, 수많은 부자유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인류의 발전이다. 그 부자유에는 경제적 빈곤, 사회적 불안정, 환경적 피폐, 정신적 불만족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이것을 총체적으로 사고하지 않은 일종의 GDP 물신(物神)주의는 이제 그만 폐기해야 할 단계에 온 것이다. GDP가 성장했는데도 사회와 환경과 개인은 피폐해져 가는 현실, 그런 사회를 우리가 원했던 것은 아니다. 

'좌'와 '우'의 날개가 함께 한 사회를 균형적으로 발전시켜 간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이기심'과 '도덕감정'의 두 힘이 어울려져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사회적경제는 그 도덕감정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현시켜 가는 중요한 수단이다. 

▲ '이기심'과 '도덕감정'의 두 힘이 어울려져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사회적경제는 그 도덕감정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현시켜 가는 중요한 수단이다. ⓒ freepik
▲ '이기심'과 '도덕감정'의 두 힘이 어울려져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사회적경제는 그 도덕감정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현시켜 가는 중요한 수단이다. ⓒ freepik

둘째, 사회적경제란 현대사회의 경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공 조건이라는 점이다. 과거와 같이 시장과 정부만 강조해서는 경제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시장과 정부를 보완하고 때로는 대체하는, '사회'의 역할이 강조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저성장, 저 일자리, 저출산이라는 3저(低)의 압박과,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기회의 불평등, 지역 발전의 불균형이라는 3불(不)의 함정 속에 빠져있다. 많던 적든 간에 전 세계 많은 나라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위기의 시대에 진보와 보수는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성장만이 아니라 복지, 그리고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진보에 가깝다. 시장과 기업의 역할, 개인의 책임 등이 강조된다면 보수에 가깝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시장도 정부도 지극히 불완전하다 사실이다. 복지 예산을 두 배로 늘린다고 사람들이 두 배로 행복해질까? 그렇지 않다. 복지에 대한 의존 증대로 개인의 자긍심이 더욱 떨어질 수도 있으며, 복지의 관료화로 비효율과 부패는 더욱 기승할 수 있다. 따라서 진보냐 보수냐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성공시킬 ‘조건’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제 많은 나라들에서는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사회 스스로의 자기 복원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업그레이드 된 진보와 보수의 최소공약수이다. 당연히 시장은 시장답게 활력이 유지되어야 한다. 정부는 정부답게 국민을 위해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과제가 끝나지 않는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독려하고(협동조합), 사회 속에 존재하는 각종 선의를 조직화하고(사회적기업), 마을단위로 지역의 문제를 풀어가려고 노력하는 것(마을기업), 이러한 사회적경제조직이 잘 발전되어야만 한 사회의 자기 복원력과 지속 가능성은 담보될 수 있다.  

셋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회적경제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사람의 자부심은 혼자만 잘 산다고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남의 행복과 일치시키고, 개인의 사적 영역과 집단의 공적 영역이 같이 어울려져 발전했을 때 나오게 된다. 

영국의 자유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은 그의 『공리주의』에서 "우리 삶을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첫 번째 원인은 이기심이며, 그리고 그 다음은 정신적 교양의 부족"이라고 말했다(서병훈번역, 36쪽). 

필자는 철저히 이 말을 신봉한다. 협동조합이던 사회적기업이던 그 활동의 주요 목적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그 일상의 참여가 개개인의 ‘삶의 활력’과 ‘지적·도덕적 능력의 향상’을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방문했던 수많은 사회적경제 활동가 얼굴에서 발견되는 모습은 삶의 자부심이었다. 밀이 말한 ‘공동체와 함께 하는 행복’이 이들의 얼굴에서는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사회적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그 사람의 문제다. 

정리하자면 필자는 사회적경제가 단순한 일자리 창출과 복지 효율화의 수단으로만 논의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이 많다. 사회적경제가 질 좋은 일자리 마련에 친화적이며, 더 좋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례는 많다. 그러나 필자에게 있어서 사회적경제란 더 큰 기획이다.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이며,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상의 실천 장소다.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학교이며, 그 실천과정을 통해서 우리 삶의 활력과 자부심이 확대되는 중요한 거점이다. 우리의 삶을 자유롭게 하는 공간인 것이다. 

※ 이 글은 '경상북도 사회적경제 웹진'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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