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③] 시민과 지방에게 더 큰 권력과 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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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③] 시민과 지방에게 더 큰 권력과 책임을
  • 2020.05.25 10:00
  • by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5월은 코로나19로 인한 거대한 충격이 한국과 세계를 엄습하고 있을 때이다. 100년 만의 거대 불황(1929년 이후)의 충격이 몰려오고 있으며, 바이러스 감염 공포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또한 전면적으로 재편성되고 있다. 

대규모 기업의 도산, 국제 인원 이동의 제한과 세계화의 축소, 긴급 재정자금 방출과 거대 정부의 출현, 미·중간의 새로운 국제 갈등, 비대면 관계의 확대와 디지털 플랫폼의 중요성 등 코로나19의 충격은 그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나누는 거대한 단층을 만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한민국은 이미 시대적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저성장, 저일자리, 저출산이라는 3저(低)의 압박과,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기회의 불평등, 지역발전의 불균형이라는 3불(不)의 위기는 한국사회의 '공동체'적 특성을 해체하고 있었다. 

세칭 '금수저'들은 혼맥·학맥·금맥의 동심원을 이용해 사회적 지위를 겹겹이 쌓아간 반면, 그들의 승승장구를 바라보는 '흙수저'들은 자괴감 속에 고단한 삶을 이어갔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비정규직 비율 증가,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간 격차 확대, 절대빈곤율의 상승 등 한국의 각종 경제사회지표는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이 대물림되는 사회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었다. 

혹자는 말한다. 과거 한국전쟁과 개발연대의 고단함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좋아졌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라는 자랑스러운 이력을 함께 써온 역사가 존재한다. 그러나 과거의 자부심은 미래의 희망과 연결되지 않는 한 단순한 기득권의 유지 수단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재벌 대기업과 거대 노조, 만기친람(萬機親覽)의 관료기구와 중앙집권적 정부조직 등 과거의 유물은 시대가 변했음에도 똬리를 틀고 한국사회에 강고히 뿌리내리고 있다.

이제부터의 해법은 승자독식의 경제구조를 벗어나, 한국인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혁신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사회적경제조직, 비영리조직 등이 모두 함께 성장하는 산업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고, 분권과 시민참여의 확대로 지역이 활성화되고 따뜻한 시민사회의 안전망이 확충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힘이 된다. 

그 새로운 경제 구상을 위해 고려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복지는 사람 경쟁력의 기반'이라는 것이다(사람 중심 경제). 서민 가처분 소득의 실질적 증가를 위한 지원체계, 새로운 기본소득 등의 구상 등은 단순히 생활 안정을 위한 복지의 영역만이 아니다. 미래사회의 새로운 경쟁력을 키우는 기반이다. 복지의 확충은 복지 수혜자의 경제·사회적 참여와 결합하여, 한국인 모두의 능력을 증진시키고, 미래사회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작동될 것이다.   
 
둘째,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과감한 권력 이양이 필요하다(중앙・지방 혁신). 참여를 통한 혁신이 벌어지는 공간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며, 그 현장으로의 권력 이양만이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한 새로운 활력을 불러올 수 있다. 

▲ '대한민국 균형발전 방정식, 자치분권' 영상 캡쳐 행정안전부
▲ '대한민국 균형발전 방정식, 자치분권' 영상 캡쳐 ⓒ 행정안전부

지방분권은 거대한 관료 국가 대한민국을 뿌리부터 바꾸기도 한다. 경제와 복지정책의 구상 및 실행 권한의 상당 부분이 기초 혹은 광역 지자체로 넘어간다면 대한민국 관료체계는 거대하게 전환될 것이다. 아주 극단적으로 사고한다면, 한국의 중앙부처는 재정과 조직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만 필요해진다. 노동, 복지, 산업 등은 기획과 조정 기능만을 가진 위원회 혹은 청(廳) 정도로 축소될 수 있다. 물론 외교, 안보, 대외통상 부처 등은 별개다. 

셋째, 관(官)에서 민(民)으로의 권력 이양이 필요하다(시민 참여의 공간 확대). 우리는 노동하고 소비하는 단순한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다. 때로는 무상 노동의 자원봉사자이며, 좋은 일에 대한 기부자이기도 하다. 지역사회 속에 존재하는 각종 선의의 자원들이 통상적인 경제 활동과 잘 어울렸을 때 우리는 살 만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시민사회의 투명성 확대를 위한 '시민공익위원회' 설치(영국 자선사업감독위원회Charity Commission 참고),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의 통합적 관리를 위한 「사회적경제 기본법」 등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밑'으로부터의 새로운 경제 혁신이 필요하다(내발적 혁신경제). 멀리서 보면 한국경제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화려한 모자이크다. 그들의 활기찬 혁신과 성장이 한국경제의 미래로 인식된다. 하지만 '국가'가 아니라 '마을'이라는 안경을 통해 이 땅을 바라보면 대한민국은 훨씬 넓고 다양한 공간으로 변한다. 

마을은 대도시의 한가운데, 변두리의 뒷골목, 산과 들에도 존재한다. 군·구 단위일 수도, 읍·면·동 단위일 수도 있다. 이곳으로부터 새로운 혁신의 경로가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처해 있는 양극화와 이중구조의 강고한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위와 같은 논리는 필자의 머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복지를 통한 사람 경쟁력의 강화는 재정 압박이라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나, 한국 사회가 도달해야 할 미래비전임은 분명하다. 내발적 성장은 재벌 투자의 낙수 효과가 설명력을 잃었을 때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이다. 시민 참여의 확대는 국가와 시장이 한계에 직면했을 때 선진국들이 선택한 공통의 정책이었다. 중앙·지방 혁신은 지방분권 특별법(2004),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2010), 국가균형발전 특별법(2014) 이후의 일관된 정책 방향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을 하나씩 따져가야 한다. 복지가 안정된 경제성장과 연결됨으로써 장기적으로 재정 압박에서 벗어나고, 복지 증대가 초래할 수도 있는 관료주의의 비대화를 막아가는 것이다. 

키워드는 바로 권력의 하방(下放)과 내발적 혁신경제다. 지방과 시민에게 더 많은 권력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과제에 대해서는 '자유를 향한 창②'에서 이미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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