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⑦] 우리 젊은이들에게 보이는 희망 : 십시일밥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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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⑦] 우리 젊은이들에게 보이는 희망 : 십시일밥의 학생들
  • 2020.08.03 14:00
  • by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 기부한 공강 한 시간이 누군가의 밥 한끼가 되는 '십시일밥' ⓒ 십시일밥
▲ 기부한 공강 한 시간이 누군가의 밥 한끼가 되는 '십시일밥' ⓒ 십시일밥

밥 굶는 대학생들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에서는 대학 또한 제외되지 않는다. 소위 '명문 대학'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에도 가난한 대학생들이 부지기수다. 가령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은 필자가 재직하는 한양대학교 서울 캠퍼스에만도 약 1,700명 정도가 있다. 학부 재학생들의 10%를 훌쩍 넘는 숫자다. 

'십시일밥'은 어려운 친구들의 생활을 바라보던 한 학생의 조그마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2014년 초 당시 경영학과 2학년이던 이호영 군은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혹은 식당에서 친구가 다 먹은 식판으로 무료로 리필해서 먹는 빈곤층 학생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어려서부터 서울 송파구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살아온 그에게 밥을 제대로 못 먹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는 이들을 돕기 위해 친구들을 모았고, 공강 한두 시간을 이용해 학생 식당에서 일하는 대가로 식권을 받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식권을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제공했다. 이것이 '십시일밥'의 시작이었다.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이호영 군은 당시에 대해서 이렇게 회상한다. "한양대 한양플라자 학생 식당에서 39명이 처음 시작했는데, 점차 규모가 커져서 한양대 모든 식당과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식당과의 계약을 따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학생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식당 담당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이디어, 사업계획서가 나오고 4개월이 지나서야 실제로 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설득에만 4개월이 걸린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자 아주 많은 학생들의 참여와 지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성세대들은 저희가 이기적이고 스펙 쌓기와 경쟁밖에 모른다고 우려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입니다. 만약에 참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봉사의 장만 열려 있다면 적극 동참합니다. 십시일밥도 처음엔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막상 운영해보니 필요한 인원보다 더 많은 봉사자들이 지원했습니다. 이들의 마음을 대하니 희망이 생겼고, 이 공동체를 잘 운영하면 언젠가는 사회를 바꿔나가는 힘이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사회정의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던 캠퍼스에서 청춘을 보낸 필자의 눈에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너무나 이기적이며 현실적으로 보인다. '국가', '민족'이라는 단어는 아주 멀리 있으며, 거대 담론의 이상향을 위해 헌신하는 '운동'이라는 단어 또한 이들에게는 외계어에 가깝다. 그러나 앞선 세대와 쓰는 단어와 중시하는 대상이 다르다고 젊은 세대가 세상에 대한 희망과 분노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공정하지 않은' 일에 크게 분노하며, 추상적인 거대 담론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솔루션 찾기에 열심이다. 2014년 필자의 수업에 들어와 십시일밥의 사업 모델을 뜨겁게 설명했던 이호영 군의 모습에서 필자가 느꼈던 어딘지 모를 '이질감은 어쩌면 1980년대식 운동 방식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꼰대 근성의 발로였을 것이다.

십시일밥의 확산

십시일밥은 한양대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여갔다. 2017년 기준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대학은 가톨릭대, 광운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국제), 광운대, 국민대, 동국대(서울), 동명대, 동아대(승악, 부민), 상명대(서울),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서울), 숭실대, 아주대, 인천대(송도), 이화여대, 조선대, 충남대, 한국외대(글로벌), 한림대, 한양대(서울), 한양대(에리카) 등으로, 총 24개교가 참여하고 있다(『2018 십시일밥 연차보고서』, 2019. 2. 11).

2018년 십시일밥의 「연차보고서」는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18년 현재 총 5,169명이 5만 45시간을 봉사하고, 3,097명에게 식권 7만 8,893장을 전달했다. 전달한 식권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2억 9,400만 원이 된다. 이들은 식권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봉사활동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 동안 서울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114명에게 격주마다 도시락을 전달해주는 '십시일찬' 활동도 벌였다. 총 350명의 학생이 봉사하여 전달한 도시락은 5,472개나 된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봉사활동은 봉사의 수혜자뿐 아니라 봉사자 개인에게도 도움을 준다.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을 강화하고,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긍정적인 힘을 얻는다. 『2018년 연차보고서』에 실려 있는 활동에 관한 설문조사의 결과도 이와 동일하다. 

십시일밥 활동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이 이전보다 더욱 커졌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봉사자(81명 응답)의 65.4%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식권으로 도움을 받은 학생들(74명 응답)도 97.3%가 "나중에 필요한 사람에게 자신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십시일밥을 운영하는 운영진에 대한 질문(27명 응답)에서, "십시일밥을 통해 청년의 문제를 청년 스스로 풀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가 85.1%,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가 85.1%나 되었다.

십시일밥은 2014년 9월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래 사회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100여 회가 넘는 언론의 취재가 있었으며, 상도 많이 받았다. 2014년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상, 전국 소셜벤처경영대회 대상, 딜로이트(Deloitte) 사회공헌 특별상, 2016년에는 서울시 혁신상, 서울특별시장상, 한양대학교 총장상, 2017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최우수상,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상, 전국사회적경제 활성화 우수 사례 선정, 다음 카카오 '같이가치' 우수활동단체 선정 등 많은 수상도 있었다.

십시일밥을 가까이서 바라볼 기회가 있었던 필자는 항상 어른들의 행사에 이들이 '동원'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이 앞섰다. 대통령상, 장관상이라는 이름하에 학생들을 각종 행사에 끌어들인 후 어느 순간 그 칭찬조차도 썰물처럼 사라져버린 경우를 그동안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의 과도한 칭찬에 의해 파생하는 부작용을 많이 걱정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것으로 가난한 학우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공급해주는 행위는, 학생 식당 한구석에서 묵묵히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일들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꾸준히 이 일들을 계속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필자는 많은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의 과제

십시일밥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첫 번째 과제는 현실적인 운영의 어려움이다. 십시입밥은 2016년 4월 서울시의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되었다. 이사회는 각 학교의 대표자 1인씩으로 구성된다. 사무국은 각 학교의 십시일밥 업무를 지원하며, 이 또한 9명의 학생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져 있다. 언론에서 십시일밥을 100여 회나 칭찬했으나, 아직까지 현실의 운영은 그리 녹록지 않다.

현재 십시일밥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인 이윤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주간경향〉 2019. 6. 3)"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식당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대학교 내 식당은 대부분 외부 업체가 위탁 운영하며, 일부 업체는 좀처럼 학생들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업주들을 설득해나가는 것도 십시일밥 사무국의 중요한 역할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적극성과 관련된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단순 봉사자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보다 적극적인 참여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유학하고 있는 십시일밥의 창립자 이호영 군에게 십시일밥의 과제에 관해서 물어봤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현재 십시일밥의 운영은 사무국이 본부 역할을 하면서 다른 대학의 봉사를 관리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모든 대학이 주체적으로 봉사를 운영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봉사 자체보다는 봉사를 기획하고 이끌어가면서 발전하는, 시민의식의 성장이 십시일밥의 핵심입니다. 사무국에서 일했던 친구들은 실제로 많은 철학적 고민과 현실 경험을 통해 사회적 인재로 커갔다고 생각합니다. 각 대학에서 풀뿌리로 십시일밥 운동을 조직해나가면 그 안에서 많은 인재들이 나올 것이라 믿습니다. 실제로 연세대의 경우 십시일밥에서 독립한 학생들이 '지음'이라는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십시일밥은 정책에 대한 주장활동(advocacy)도 해야 합니다. 현재 십시일밥을 거쳐 간 회원 수만 5,000명에 달합니다. 이 사람들과 함께 취약계층 대학생을 위한 정책 제언 등을 통해 근본적 사회 변화를 끌어내야 합니다. 학생들의 의견이 바텀업(bottom up)을 통해 국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앞서 이호영 군의 "봉사를 기획하고 이끌어가면서 발전하는 시민의식의 성장이 핵심"이라는 말은, 특히 대학생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십시일밥이라는 조그마한 봉사활동을 조직하고 책임지는 활동을 통해 더욱 많은 경험을 해나가고, 결국은 미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인 참여와 이를 통한 문제의식의 확대, 이것은 아마도 십시일밥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 활동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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