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이후⑥] 지역화폐 전성시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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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이후⑥] 지역화폐 전성시대 올까?
  • 2020.04.20 15:09
  • by 송소연 기자
10:33

코로나19의 공포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제안에 따라 모두 '잠시멈춤'하고 있지만,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비까지 '잠시멈춤'이어서는 곤란하다. 감염병은 공포스러운 존재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필요한 변화, 이미 변화하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바로미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스, 메르스처럼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 그 기억을 점차 잃어갈 것이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자신의 책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위협에 금세 무관심해진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면 그것이 처음 인지됐을 때만큼이나 인간에게 엄청난 위협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결국 이번 감염병을 극복하겠지만, 언제라도 이 위협은 다시 닥쳐올 수 있고, 그때는 이번에 드러났던 문제들을 개선한 상태에서 새로운 위협과 맞서야 한다. 이는 방역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라이프인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변화가 필요한 곳을 들여다보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는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재난소득 받으면 뭘 하면 좋을까요?" 요즘 지역 커뮤니티 카페의 주요 이야깃거리는 지역화폐다. 겨울옷을 세탁소에 맡기고, 미뤄왔던 미용실에 가고, 좋아하는 감자탕집에서 외식을 하고, 서점에서 아이의 책을 사주고,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구매하는 등 지역화폐가 코로나로 지쳐있던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채워주고 있다. 

지역화폐(Local Currency)는 온누리 상품권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겨냥해 만들어진 것과 달리 발행한 지자체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역 안에서만 유통되기 때문에 지역 자금의 유출을 최소화하고, 소비와 유통을 촉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지역 내 거래와 생산을 증가시켜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시 지역 소비를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끌어낼 수 있다.

▲ 경기도지역화폐 카드. ⓒ경기도
▲ 경기도지역화폐 카드. ⓒ경기도

지역화폐는 한 때 골칫거리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인·적립 등을 내걸었지만, 실제 사용이 저조했고, 지류형(종이화폐) 지역화폐를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상황은 완전히 역전.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지자체에서 지역화폐의 할인율을 확대해 발행했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 등으로 지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화폐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특히, 경기도가 모든 도민에게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이후 경기도 지역화폐 발급 신청자가 60배 이상 증가했고, 신청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경기 시흥시의 경우 '시루'가맹점과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가맹점 신청건수는 하루 평균 50~100개 정도로 증가했고, 지역화폐앱 설치자는 4월 8일 기준 전체 인구의 20% 수준인 10만 명을 넘었다. 또한, 서울시의 거듭된 지역화폐 발행 요청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서초구가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 지급방식을 따르기 위해 서울사랑상품권의 발행을 시작했다.

■ 종이에서 직불카드, 모바일 결제까지 지역화폐의 변신
농협 등 지자체에서 지정한 은행에서 종이화폐로 구입할 수 있었던 지역화폐는 최근 모바일, 직불카드로 발행된다. 발행 방식의 변화로 상품권 제조부터 판매와 환전까지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인천시의 경우 선불형 충전 카드 지역화폐 '인천이(e)음'을 운영하는데, 모든 BC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전국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 기능도 탑재했다. 서울시의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은 제로페이 기반 모바일상품권으로 발행되며, 블록체인 '모나체인'로 만든 한국조폐공사 지역화폐 결제 플랫폼 '착'을 적용한 경기도 시흥시와 성남, 군산, 영주, 제천의 지역화폐도 QR코드 결제가 가능하다. 

▲ 악세사리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한 시민이 '모바일 시루'로 결제하고 있다. ⓒ 시흥시
▲ 악세사리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한 시민이 '모바일 시루'로 결제하고 있다. ⓒ 시흥시

■ 지역화폐 발행 규모 2년 사이 3천억 원에서 10조 원으로 
지난해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자체는 172개, 전년 66개 대비 약 160% 이상 증가했고, 발행규모도 3천7백억에서 3조2천억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의 하나로 지역 상품권 발행을 권장하고, 지방정부가 복지정책과 연결하면서 농어촌 지자체에서 서울, 수도권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는 산후조리비, 청년 배당 등 정책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31개 모든 시·군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 국내 지역화폐 발행규모 및 발행 지자체 수 추이(자료: 행정안전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지역화폐의 운영구조 및 현황 분석'
▲ 국내 지역화폐 발행규모 및 발행 지자체 수 추이(자료: 행정안전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지역화폐의 운영구조 및 현황 분석'

행정안전부는 올해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가 199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3조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을 위해 발행비용 지원액 4%(1천2백억)을 편성했다. 코로나 창궐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3월 추경을 통해 4개월 동안 각 지자체는 총 3조 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추가 발행하도록 했다. 올해 최종 발행금액은 3월 30일 발표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발행으로 1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 지역화폐를 플렉스(flex) 할 수 있는 곳?       
지역화폐는 수익이 지역을 벗어나 본사로 유입되는 대형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직영점과 온라인 쇼핑몰, 배달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서울사랑상품권과 경기도지역화폐는 각각 자치구·시별 지역화폐를 통칭한 명칭으로 지역화폐가 발행된 지자체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지역 내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등록된 음식점, 편의점, 주유소, 서점, 학원, 병원, 피부과, 약국 등의 다양한 업종의 매장에 방문 결제할 수 있다. 이때 지역화폐 가맹점이더라도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하다. 카드형 지역화폐 결제는 매출이 10억 이하인 매장(전통시장은 제외)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화폐 가맹점을 찾고 결제가능 여부를 확인해야하는 등 지역화폐를 사용하기 위해 번거로운 점들이 많지만 잘 활용하면 재태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할인 폭이 큰 명절과 같은 시기에 저렴하게 구입해 놓고, 결재시 거스름돈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지류형 지역화폐의 경우 70% 이상 사용하면 잔돈을 현금으로 환급이 가능하다) 다시 지역화폐를 구입하면 추가할인을 받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30% 소득공제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 지역화폐 사용처 ⓒ 경기도
▲ 지역화폐 사용처 ⓒ 경기도
▲ 인천e음 카드 결제금액 비중 트리맵(단위: 백분율, 업종별)(인천e음 카드 발행 대행사 사용량, 양준호,남승균(2019)) ⓒ한국지방행정연구원
▲ 인천e음 카드 결제금액 비중 트리맵(단위: 백분율, 업종별)(인천e음 카드 발행 대행사 사용량, 양준호,남승균(2019)) ⓒ한국지방행정연구원

■ 지자체에서 팔수록 손해인 지역화폐 판매하는 이유
승수효과(乘數效果)란 돈이 지출되고 순환되는 과정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돈이 유입되는 효과를 의미한다. 지역화폐 발행·유통으로 지역에 돈이 돌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면 지자체의 조세 수입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2019년 8월까지 전국 지역화폐 총 1조8천억 발행에 따른 생산유발액은 약 3조2천억, 부가가치유발액은 약 1조4억원, 취업유발인원은 약3만 명이었다. 지역화폐의 승수효과는 생산유발액 기준으로 1.78배, 부가가치유발액 기준 0.76배에 달했다.

전북 군산시의 경우 지역화폐 '군산사랑상품권'을 통해 조선소와 자동차공장 폐쇄로 침체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 군산사랑상품권 가맹점은 약 1만곳으로 전체 대상 업소 10곳 중 8곳 넘게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군산사랑상품권의 모바일상품권 결제시스템과 연계해 배달앱 '배달의명수'를 개발하기도 했다.

강원 화천과 춘천, 전남 곡성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화폐를 관광 분야로 확대했다. 화천군은 산천어축제 입장권을 사면 지역화폐인 화천사랑상품권을 받는다. 곡성군도 섬진강기차마을 입장료의 일부를 심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춘천시는 주요 관광지 입장료를 2천 원으로 통일하고, 입장료를 춘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 관광객의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 곡성군은 섬진강기차마을 입장료 일부를 심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 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
▲ 곡성군은 섬진강기차마을 입장료 일부를 심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 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

■ 지역화폐는 정부가 제공하는 할인쿠폰일까? 지역경제를 살릴 마중물일까?
전국적으로 지역화폐가 확산되고 있지만, 지역의 소상공인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보니 공동체 활성화라는 가치는 조금 퇴색되고 있다. 행안부가 지역화폐 발행액의 4%를 지원하다 보니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지역화폐를 도입을 하고 있다는 우려와 발행액이 증가하면 할 수록 캐시백 지급에 필요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증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어느 순간 끊기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협력해 자립할 수 있는 구조가 검토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지역화폐 운동은 주민 참여의 공동체 운동 성격이 강하다. 지역에서 통용되는 돈을 지역 내에 순환시켜 지역공동체를 되살리고 커뮤니케이션 회복을 통해 상호신뢰 구축과 상호부조를 이뤄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영국 브리스톨의 지역화폐 브리스톨 파운드는 시장이 파운드 대신 브리스톨 파운드를 월급으로 받아 화제가 됐다. 브리스톨 파운드는 사회적기업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시가 지원하는데,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시민사회가 주도한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 브리스톨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경제 활동가를 육성하고 사회적기업을 지원해 왔는데 이들이 주축이 되었다. 브리스톨 파운드는 식자재 및 각종 물품의 공급을 지역화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운송에 드는 탄소배출을 구조적으로 줄였는데 이는 2015년 브리스톨이 유럽 녹색도시를 수상하는데 기여했다.

ⓒ브리스톨 파운드
ⓒ브리스톨 파운드

일본 와세다 다카다노바바(만화 아톰의 주 무대였던 동네)에서는 아톰통화(Atom Community Currency)라는 지역화폐가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에 동참하고 환경적 가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지역주민들은 지역사회, 환경, 국제협력, 교육 등 4가지 원칙에 맞는 프로젝트 혹은 지정된 레스토랑에서 개인 젓가락 사용, 지역 제품으로 만든 요리 주문, 쇼핑 시 개인봉투 사용, 공공장소 청소, 지역축제 참여해 아톰통화를 획득할 수 있다. 

▲ 아톰통화 ⓒ atom-community
▲ 아톰통화 ⓒ atom-community

국내 첫 지역화폐는 대전의 한밭레츠(LETS : 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다. 레츠는 회원 간에 돈 없이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는 시스템으로 회원들은 각자가 가진 재능, 시간, 잉여 생산품 등을 다른 회원과 나눌 때 지역화폐 '두루'를 적립할 수 있다. 한밭레츠는 공동육아를 시작으로 의료부문 개혁을 시도하기 위해 '민들레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두루 부엌'을 통해 먹거리 개선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대안학교인 '꽃피는 학교'도 개교했다. '이동영화관상영', '민들레 간병 도우미', '나눔 두루장터' 등의 사업도 펼치고 있다. 

두루 이외에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화폐는 서울 마포 지역화폐 '모아', 시흥시 '시루', 구미 '사랑고리' 등이 있다. 공동체를 기반한 지역화폐는 상호교환을 촉진하기 때문에 사회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 마포 공동체경제네트워크 '모아 (MORE : Mapo Organization for Reclaiming Economy)는 돈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넘어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능동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경제관계를 맺는다.  ⓒ 마포 공동체경제네트워크
▲ 마포 공동체경제네트워크 '모아 (MORE : Mapo Organization for Reclaiming Economy)는 돈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넘어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능동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경제관계를 맺는다. ⓒ 마포 공동체경제네트워크

경기도연구원이 발표한 '경기도 지역화폐 활용방안 연구'(2016)는 지역화폐 도입의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 방안으로 ▲지역화폐 인식 확산을 위한 학습기제 마련 ▲지역의 문제의식에 기반한 지역화폐 모델 발굴 ▲지역화폐 도입을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 구축 ▲ 시범사업을 통한 우수사례 발굴 ▲지역화폐 운영모델에 대한 정책방안 검토 등을 제안한다.

코로나를 통해 의도치 않게 지역화폐에 대해 인식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사용된 지역화폐는 행정기관 주도로 지역상권 활성화 성격이 강했지만, 지역화폐는 경제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다. 수수료의 부과방식에 따라 시민사회나 사회적경제를 촉진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 수 있고, 운영계층이나 적용 대상에 따라 교육문제나 육아·돌봄의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앞으로 지역화폐가 지역사회가 당면한 지역의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써 사용된다면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지속가능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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