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의 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재난을 맞이하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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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의 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재난을 맞이하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기고] 에이팟코리아 이장우 상임이사
  • 2020.05.22 16:45
  • by 이장우 (에이팟코리아 상임이사)

방재(防災)는 '폭풍, 홍수, 지진, 화재 따위의 재해를 막는 일'이다. 전 지구적인 재난을 치르고 있는 올해, 이 설명에는 '감염병'이 추가돼야 할 것 같다. 재난재해를 막는 일은 한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재난의 힘은 강력하다. 그리고 약한 사람들에게 더욱 잔인하다. 이다지도 힘이 센 재난에 정부의 힘만으로 오롯이 대응할 수 있을까?

에이팟코리아는 그러한 재난재해에 민간의 역량을 보태고 있는 단체다. 에이팟(A-PAD)에 가입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6개국과 함께 재난 상황에서 언제든 협력가능한 재난 대응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에이팟코리아 이장우 상임이사가 방재의 날을 맞이해 라이프인에 재난 방지에 대한 생각을 전해왔다.

 

▲ 에이팟코리아 이장우 상임이사
▲ 에이팟코리아 이장우 상임이사

2014년 이슬람국가(ISIS)가 시리아를 장악하고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에 침입해 오면서 대량의 난민이 발생하던 때, 쿠르드 자치구의 수도 에르빌까지 위협받으면서 나는 현지 직원들과 함께 다후크 사무실로 옮겨와 난민 지원 사업을 하고 있었다. 격화된 분쟁 중에 사실상 무정부 상태와 같은 현장 속에서도 일종의 정부 역할을 하는 유엔기관들과 전 세계의 비영리민간단체들 지원으로 수백만 난민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분투를 겪으면서, 재난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의 역할과 유기적인 협력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재난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 상황과 변수 들이 있지만 지난 코로나19 대응이나 강원도 산불 사태에 있어서 우리나라 정부의 재난 컨트롤타워로서의 대응은 현재의 정부에 들어와서 재난에 전력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다고 느꼈다. 강원도 산불 현장에서도, 코로나19 대응을 하는 중에도 정부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나와 같은 민간단체 구호 요원들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재난 현장은 일종의 전시상황과 닮아 있어서 의사결정권자가 책임지는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이 분기점에 있다고 느끼고, 입국하여 의료붕괴에 가까워지고 있는 의료기관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대규모 재난 상황에 있어서 특히 정부의 행정 능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활동할 경우에는 분명 이라크의 분쟁 지역과 같이 비영리민간단체의 지원 활동이 주가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다만 일반적인 재난 상황에서 비영리민간단체에 기대하는 재난구호의 역할은 미세혈관의 역할이며, 대동맥인 정부의 역할 위에서 활동하는 것이 본래였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일본의 코로나19 대책은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 실패의 상황에서 민간에서도 정부가 당연히 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부분을 보충해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 2014년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찍은 가족의 모습. ⓒ이장우 상임이사
▲ 2014년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찍은 가족의 모습. ⓒ이장우 상임이사

특히 의료기관의 지원에서도 부속적인 지원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의료물자에 대한 지원 활동을 민간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 정부의 재난 대응 실패를 보여줬다. 지금 일본이 일정 정도 코로나19 상황을 수습해 나가고 있는 것은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와 노력에 모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모든 정부와 정권이 재난 상황에 예리한 감각을 가지고 대응할 것을 기대하며, (정부와 정권에만) 맡기고, 민간에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기르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또한, 재난 컨트롤타워가 잘 기능을 하면 대형 재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재난 컨트롤타워에서 아무리 좋은 결정과 지시사항이 있어도 현장에서 그것을 수행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대응하고 발휘하기 어렵다.

지난 10년간 국내외의 여러 재난 현장을 다니면서 정부나 외부에서 오는 모든 지원과 구호 활동이 정체되는 현상을 수없이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는 재난 직후에 물리적으로 통신망이 마비되고, 갑자기 (일거리가) 늘어나 평소에는 하지 않던 일을 처리해야 하는 지자체의 행정 능력이 순식간에 마비가 되면서, 외부의 지원과 재난 지역의 피해자들 사이를 이어주고 연결해야 할 관계자들의 업무능력이 마비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코로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를 중심으로 과중한 업무가 발생하여 행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대구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정부의 재난 대응 실패 시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민간의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남을 수 있다. 국민들의 재난 구호 기부에 대한 집행이 빠르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이 매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구호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칠 수 있는 민간의 긴급구호 인력의 부족한 부분은 만성적인 문제로, 비단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언제 재난이 발생할지 하지 않을지 모르는 와중에, 긴급 시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 인력을 상시 보유하는 것은 평시에 해당 전문 인원을 유지하기 위한 모금을 거두기가 어려운 민간단체에서는 당연히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을 하기 마련이라 어려운 일이다. 

재난 상황에서 현장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고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는 능력은 한두 가지 재난을 경험해서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다. 다양한 재난에 대응한 경험을 축척하고 매번 다른 상황과 조건에서 발생하는 재난에 응용해서 필요한 지원 사업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고도의 전문가가 필요한 경우가 태반이라 상근하며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일하지 않으면, 재난 시에 전문가를 양성하는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군대와 같은 재난 구호 전문가를 양성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만한 충분한 컨센서스(Consensus)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복합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이다. 우리는 언제까지가 될지 모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당장 올해 제1호 태풍 봉봉이 발생하였다. 벌써 태풍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태풍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하기 전에 다시 다양한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그 와중에 이재민이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하여야 할지에 대해 충분히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재민이 대량으로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충분히 회피하면서 보호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필요한 조건과 변수가 너무 많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새로운 재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해외 사례로는 정부의 영역에서 재난 전문가를 유지하는 전문기관(FEMA)이 있는 미국을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 시에 민과 관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다르다. 정부가 공적인 영역을 다루고 있는 만큼 재난 시에 이재민 전체에 대한 공공의 이익과 공평성을 최대한 담보해야 하기에 하나의 의사결정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긴급상황이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교적 유연한 입장에 있는 민간의 재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 코로나 19 상황에서 민간의 연대도 많이 이루어졌다. 대구지역아동센터의 도시락 지원 사업 모습. ⓒ이장우 상임이사
▲ 코로나 19 상황에서 민간의 연대도 많이 이루어졌다. 대구지역아동센터의 도시락 지원 사업 모습. ⓒ이장우 상임이사

또한 민간에서도 모금기관과 모금플랫폼이 재난 시에 활동할 수 있는 전국에 있는 소규모 단위의 재난구호 민간단체와 네트워크를 결성해야 한다. 그래서 재난 시에 인재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한 지원과 자금 분배에 대한 협력관계를 더 튼튼하게 맺어두어, 각자도생으로 국가적인 크기의 대규모 재난에 대응하는 것을 피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재난 발생 시에 재난이 일어나지 않은 인접 지자체와 상호 행정협력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행정시스템을 마련하여 재난이 발생한 지자체의 행정 기능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민간이 재난 시 협력체계를 더 잘 꾸려야 한다. 기존에 재난 구호와 관련된 민관협의체가 있지만, 평상시부터 움직이지 않는 민관협의체는 실제 재난 상황에 적절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평상시 공동의 재난 훈련을 상시화하고 해당 훈련을 위한 예산을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 책정 때 이를 반영한다. 정부와 민간의 담당자가 항상 얼굴을 보고 함께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것은 정부 레벨에서부터 기초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구성할 필요가 있다. 비용이 들지만 어떤 재난 상황이 어떠한 형태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잘 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재난이 일어난 후에 잘못된 대응으로 치르는 비용보다는 항상 훨씬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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