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어떻게 시즌2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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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어떻게 시즌2로 갈 것인가
지역화폐, 2020 한국지역화폐포럼 열려
  • 2020.12.10 13:22
  • by 김정란 기자
▲ 2020 한국지역화폐포럼이 9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온라인 갈무리
▲ 2020 한국지역화폐포럼이 9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온라인 갈무리

지역화폐는 '제로페이' 출범 이후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관 주도로 진행된 '지역사랑상품권'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에 어느 정도 다가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 주도의 지역화폐가 일회성 청산 등의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고, 지역화폐가 단지 지역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목표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켜야 할 때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일단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에는 성공한 '지역화폐'는 어떻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나누고 그간 민간에서 성장시켜 온 지역화폐에 대한 성과를 공유하는 2020 한국지역화폐포럼이 9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지역화폐협동조합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지역화폐 사례를 공유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전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한밭페이 성과를 공유한 뒤 지역화폐 민관협력방안에 대해 토론회를 진행했다. 

■ 여러분은 얼마나 아시나요? 각 지역의 지역화폐

우리나라에는 50여 개 이상의 지역화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 화폐인 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화폐는 많지 않다. 이날 포럼에서는 인천, 울산, 충남 홍성, 서울의 지역화폐가 한 가지씩 소개됐다. 인천 서구의 서로e음, 울산의 똥본위화폐, 홍성군 홍동면의 잎, 서울 마포구의 모아 차례로 현황과 과제를 짚어봤다. 이들과 함께 성과 공유한 한밭페이(대전) 등 민간 주도 지역 화폐의 특징은 다시 현금으로 바꿔 쓰이기보다 지역화폐를 받은 사람이 지역의 다른 곳에서도 이 화폐를 이용하도록 해 지역 경제는 물론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날 소개된 지역화폐들은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한 소비 위주의 관 주도 지역화폐와 달리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올 12월 지역화폐 역사상 처음으로 발행액 1조 원을 달성한다는 인천의 서로e음을 소개한 인천서구사회적경제 마을지원센터 김남녕 센터장은 '서로e음'이 서구 인구 55만 명 중 경제인구 대부분에 달하는 37만 명이 사용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강력한 민관거버넌스가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배달앱 수수료 상승으로 어려움에 빠진 당사자조직의 공공배달앱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재빠르게 서로이음 앱 안에 '배달서구'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을 사례로 소개했다. 관 주도였다면 부족했을 속도 문제가 민간의 강력한 요청으로 해결됐다는 것이다.

또 서로이음 앱에 '서로도움'을 만들 계획인 인천 서구뿐 아니라 많은 지역화폐에서 '기부'나 '나눔'에 대한 활동을 진행한다는 점도 공통점이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지역화폐협동조합의 '한밭페이'는 "소비가 기부가 된다"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페이 100원을 충전할 경우 2%가 본인이 원하는 지역의 비영리기구나 지역공동체로 기부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울산에서 스페이스월든이 운영하는 '똥본위화폐'는 10꿀을 쓰면 3꿀은 다른 이용자와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마포의 모아페이 앱 안에도 지역 조직에 후원할 수 있는 메뉴를 마련해놓고 있다.

지역화폐를 통해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는 조직들도 있다. 충남 홍성군 홍성면에서 민간 주도로 운영 중인 '잎'은 10명에게 6개월 동안 10만 잎을 지급해 이를 통해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간 주도 지역화폐를 운영하는 조직들은 단순히 지역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공동체 활성화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2020 한국지역화폐포럼. 온라인 갈무리
▲ 2020 한국지역화폐포럼. 온라인 갈무리

■ 지역화폐, 본질은 무엇인가?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역화폐의 본질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심각해진 경제 문제로 등장한 지역사랑상품권은 '소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자생적으로 진행돼왔던 지역화폐 실험들은 지역 경제뿐 아니라 공동체 활성화도 중요한 목적이었던 만큼 어떻게 본질을 되살릴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사례 소개와 한밭페이 성과 공유 후 이루어진 토론에서는 앞으로 어떤 과제들이 있을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양준호 교수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적절한 정책이었지만, 현재 지역화폐가 경제정책용으로만 인식되고 있고, 언어로서의 지역화폐에 대한 이해가 없다. 지역화폐는 여러 공동체 간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수단으로서의 언어적이고 윤리적인 목적이 중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공동체들 안에서 재화뿐 아니라 서로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나누고 연대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목적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양 교수는 이어 최근 유럽에서는 지역화폐라는 용어가 점차 'citizen currency' 즉, 시민화폐라는 용어로 변화하고 있다며, 관 주도의 지역사랑상품권의 '시민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민간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캐시백을 위해 들어간 예산 등을 일부 지역화폐로 옮겨 지역화폐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조복현 교수는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 모든 것을 수행하기보다 정책을 함께 만들고 수행기관을 별도로 두고 민간이 수행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그 특성이 있고 그 나름의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직접 담당하게 되면 참여 등 특성에 맞는 과제 수행에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하는 한편, "민간도 이용자들에게 신뢰 줄 수 있도록 책임감이 있어야 파트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영과 관련해 신뢰할만한 프로그램 있어야" 이용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대덕구청 경제정책과에서 참석해 공공의 입장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전효진 팀장은 "현재 95%의 지자체에서 지역화폐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고, 민간과 협력하겠다는 뜻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역화폐가 그 목적을 이루려면 민간과 민간의 연대, 민간과 공공의 연대해야만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존재감을 각인시킨 지역화폐가 어떤 모습의 시즌2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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