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장(醬)류, 젓갈류, …. 발효 식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들이다. 이 외에 요거트, 남플라(태국의 생선을 발효시킨 소스), 템페(인도네시아의 콩 발효 식품), 낫토(일본의 콩 발효 식품), 사우어크라우트(독일의 양배추 발효 음식) 등 세계 여러 나라에 다양한 전통 발효 식품이 존재한다.

발효는 미생물이 식품 속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생성하는 과정으로, 식품의 맛과 풍미뿐만 아니라 영양학적 가치도 증가시킨다. 즉, 발효 식품은 단순한 전통 음식이 아니라 식품 저장 기술이 발달하기 전 식품을 보존하는 주된 방법 중 하나였으며,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영양소의 보고이기도 하다. 발효의 건강상 이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속속 입증돼 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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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젖산, 초산 등의 유기산이 식품의 보존성을 높일 뿐 아니라, 소화를 돕고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는 비타민 B군, K2와 같은 영양소가 새롭게 합성되거나 함량이 증가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발효 식품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여 면역력 강화에 기여한다. 지난 2021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의대 연구팀이 생명공학 저널 '셀'(Cell)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발효 식품 또는 고섬유질 식품은 장내 미생물군의 다양성을 향상시키고, 면역계에도 영향을 주어 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다. 당시 연구팀은 건강한 3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발효 식품 또는 고섬유질 식품이 포함된 10주간의 식이 임상시험을 실시했고, 참가자들은 시험 기간 동안 요거트, 우유를 발효시킨 케피어, 코티지 치즈, 김치 등의 발효 채소, 채소 절임 음료, 콤부차와 같은 음식을 섭취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전반적으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향상됐으며, 이와 같은 효과는 발효 식품 또는 고섬유질 식품을 더 많이 먹을수록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효 음식 그룹에서는 면역 세포가 과활성화되지 않고 적절히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역 세포가 과활성화되면 신체 면역 반응 조절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식습관 변화와 스트레스 증가, 항생제 남용 등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발효 식품 섭취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증진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 감소는 만성질환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만큼, 발효 식품은 만성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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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발효 식품에 풍부한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주고, 유해세균의 생육을 저해한다. 또한 발효 과정을 거친 콩(청국장 등)은 이소플라본의 흡수율이 보다 높아지고 체내에서 이소플라본의 유익한 효능도 강화된다. 이소플라본은 콩류에서 추출할 수 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여러 가지 유익한 효능이 있지만 특히 항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많은 연구가 보고된 분야는 유방암이며, 그 외에도 전립선암, 대장암 등의 예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발효는 단백질이 펩타이드나 아미노산 같은 작은 단위로 분해되도록 해, 음식이 체내에서 소화가 잘되도록 한다.

■ 일상에서 실천하는 발효 식품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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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발효는 다양한 건강상 이점이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발효 식품을 꾸준히, 여러 종류를 균형 있게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다행히 한식에는 김치, 된장, 간장, 청국장 등의 발효 식품이 풍부하다. 서양 발효 식품인 요구르트, 치즈, 사워도우 빵 등도 건강에 유익하다. 매일 한두 종류라도 발효 식품을 식탁에 올려보면 어떨까.

발효는 자연이 선사한 식품 가공의 지혜이자, 현대 식생활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열쇠다.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발효 식품을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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