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곤졸라는 곰팡이가 피어 있는 치즈예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기억난다. 음식에 곰팡이가 피었다면 상했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 왜 곰팡이가 핀 치즈를 먹을까? 보관 중 흰 막이 생긴 김치도 마찬가지다. 꼭 상한 것처럼 생기지 않았는가. 골마지가 낀 김치, 맛있는 발효 식품일까 아니면 버려야 할 부패 식품일까.
발효와 부패는 모두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즉, 넓은 의미에서 둘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작용이다. 다만, 유기물 분해로 만들어진 결과가 우리 몸에 이롭다면 발효, 해롭다면 부패가 된다.
발효로 생성되는 부산물은 우리 몸에 유용한 작용을 하고, 그만큼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연구에서 발효를 정의하며 발효 과정이 식품의 영양 및 기능적 특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시아 전통 발효 식품의 재료 품질과 안전성 문제에 관해 다룬 한 논문(「Quality Ingredients and Safety Concerns for Traditional Fermented Foods and Beverages from Asia: A Review, 2019)에서는 발효가 식품 보존 목적으로 시작됐으나 점차 식품 안전성을 높이고, 영양가뿐 아니라 맛과 향 등 식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이점까지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효 식품의 특성과 효능을 연구한 킹스 칼리지 런던의 에이리니 디미디(Eirini Dimidi) 교수 논문(「Fermented Foods: Definitions and Characteristics, Impact on the Gut Microbiota and Effects on Gastrointestinal Health and Disease」, 공저)에서는 발효 식품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을 설명하며 ▲유산균과 같은 잠재적인 프로바이오틱(인체에 이로움을 주는 살아있는 균을 총칭) 미생물 포함 ▲발효에서 파생된 대사산물이 건강상 이점 제공 ▲플라보노이드 등 특정 화합물을 생물학적으로 활성 대사산물로 전환 ▲프리바이오틱스(소화 효소로 분해되지 않는 섬유소로,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영양분)와 비타민 등을 포함 ▲독소와 항영양소 감소 등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로운 발효와 그렇지 않은 부패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상술했듯이 발효와 부패는 기본적으로 같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으며, 그 작용으로 인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만들어질 때 '부패'로 판단한다.
완벽한 구분법은 아니지만, 감각적으로 부패한 음식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는 시큼하거나 쿰쿰한 악취가 나는지, 끈적거리는 질감을 보이는지, 쓰거나 불쾌한 맛이 나는지, 변화가 갑작스럽게 발생했는지 등을 따져보는 방법을 쓸 수 있다. 맛과 냄새가 불쾌하게 느껴지거나 표면이 끈적끈적하다면 상했다고 볼 수 있다. 식품의 발효를 위해 주입한 곰팡이 외에, 음식에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다른 곰팡이가 피었다면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유해 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는 동일한 조건하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인식 차원에서 발효와 부패를 가르기도 한다. 푸른곰팡이가 핀 블루치즈의 모양과 향을 아시아권에서는 낯설게 느끼거나, 우리나라의 삭힌 홍어나 수르스트뢰밍(청어를 삭혀 만든 스웨덴 음식), 중국의 취두부 등을 다른 나라 사람들은 먹기 힘들어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천연발효종(사워도우)도 국내에서 막 유행할 당시에는 특유의 시큼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이처럼 발효와 부패는 말 그대로 '한 끗 차이'다. 그 경계가 때때로 명확하지 않다. 그런 연유로 발효 식품은 간혹 겉보기에 낯설거나 상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풍부한 영양과 건강한 이점을 제공한다. 낯선 맛과 향, 독특한 질감에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발효 안의 과학과 문화적 의미를 이해한다면, 더 풍요롭고 건강한 식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