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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는 무엇일까? 이름에 '작을 미(微)'를 쓰는 미생물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0.1mm 이하의 단세포생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있다.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는 미생물의 나이는 무려 35억 살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근대에 이르러 현미경이 발명되고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됐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80% 이상이 기회주의적 성격을 띠는 해바라기성 균이다. 해바라기균은 유익균과 유해균의 중간에 있는 세균으로 득세하는 쪽으로 공생하는 세균이다. 이들은 나쁜 미생물의 수가 증가하면 나쁜 미생물의 성격을 띠어 부패나 오염에 가담하게 된다. 하지만 유익한 미생물의 수가 많은 환경에 처하게 되면 유익한 미생물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유익균이 늘어나면 발효가 되지만 유해균이 우세하면 부패가 일어나게 된다. 우유나 삶은 콩을 상온에서 그대로 방치하면 금방 산화가 시작되면서 부패해 악취를 풍기게 된다. 하지만 같은 우유에 유산균을 넣고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키면 요구르트가 되고, 삶은 콩에 납두균(bacillus natto)을 접종하면 된장이 된다. 그 이유는 유산균과 납두균 같은 유용미생물이 항산화물질을 생성해 산화와 부패를 막고 유기물을 저분자화해서 흡수되기 쉬운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 리얼발효빵. ⓒ iN자연드림
▲ 리얼발효빵. ⓒ iN자연드림

발효란 유기물이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분해되거나 변형되는 과정을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알코올, 유기산, CO2 등의 다양한 화합물이 생성된다. 발효는 재료의 맛과 향미, 조직감을 증진시키고 유산, 초산과 같은 여러 유기산을 생성해 부패성균이나 식중독균 등의 병원성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이들은 각각 특유의 효소를 통해 유기물을 분해하고 새로운 물질로 변환하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효모는 포도당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여 맥주와 와인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발효는 단순히 미생물의 활동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발효는 미생물이 분해한 유기물이 새로운 영양소로 전환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발효는 단순한 음식 제조 과정을 넘어, 건강과 영양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발효 과정에서 비타민, 아미노산, 유기산 등 다양한 영양소가 생성되며, 이는 발효식품의 건강 효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발효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생물 균체 속에 있는 수많은 효소이다. 미생물은 발효를 일으키는 주역으로 발효식품 제조에 활용된다. 

발효식품은 곰팡이·세균·효모 등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어 새로운 성분을 합성하는 발효과정을 통해 만든 식품이다. 한국의 주요 발효식품으로는 간장·된장·고추장·청국장 등 전통 장류, 채소류 발효식품, 김치·절임류, 수산물 발효식품인 젓갈, 주류·식초 등이 있다. 발효식품은 수천 년 동안 식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식품군으로 한국의 장·젓갈·술 등의 발효식품에 관한 내용은 『삼국지(三國志)』「위지(魏志)」의 고구려조와『삼국사기(三國史記)』의「신라본기(新羅本紀)」 신문왕(神文王) 3년(683년) 기록에서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발효식품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유익한 박테리아)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치에는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이 풍부하며, 요구르트에는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이 포함된다. 이들은 체내 독소를 제거하고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촉진해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장에 도달해 유해균을 억제하고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발효식품은 소화기관에서 더 쉽게 흡수될 수 있도록 미생물이 영양소를 더 작은 입자로 분해해 준다. 이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회복되고 면역력을 향상한다. 발효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면 현대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대장암, 심장병과 같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이 사람의 사회적 행동, 불안, 스트레스, 심지어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발효식품에 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가공식품에 의존하는 현대인들에게 발효식품은 자연의 이로움을 그대로 제공하며, 우리의 몸과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독특한 감칠맛과 풍미를 가진 발효식품을 매일 우리 식탁에 올려보자. 식욕과 면역력이 함께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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