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펀드, 임팩트 투자, ESG 투자... 한때는 낯설었던 이와 같은 용어들이 이제는 금융·투자 시장에서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에 따르면 2013년 460억 달러였던 글로벌 임팩트 투자 운용자산 규모는 2020년 7,150억 달러로 15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 투자 운용자산 규모 역시 2017년까지 540억 원 규모였으나 2018년 2,000억 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2021년 기준으로는 총 7,000억 원까지 규모가 커졌다. 트리플라잇이 정책금융 출자 펀드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를 봐도 2019~2023년 사이 신규 결성된 임팩트 투자 펀드 누적액이 약 6,065억 원을 기록해, 경색된 투자 시장 분위기에도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임팩트 투자의 성장은 정책 자금의 유입이 주도했으며, 민간 부문의 참여 활성화가 과제로 남아 있었다. 특히 임팩트 펀드가 기업의 사회공헌 모델로 제시되기도 했으나 아직은 시장에서 익숙한 모델은 아니다. 이에 한국사회투자는 지난 2월 27일 서울 신한L타워에서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를 위한 임팩트 펀드 투자심사역 미니스쿨'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기업의 사회공헌 및 신사업 개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임팩트 투자와 임팩트 펀드의 개념과 실무에 적용 가능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사회투자는 비영리 임팩트 투자사 및 액셀러레이터로서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이 사회 문제 해결 능력을 유지하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 주목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지원합니다'라는 미션 아래 임팩트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지원해 오고 있다. 특히 기업의 기부금으로 임팩트 펀드를 조성하는 '기부펀드' 모델을 제시하며 소셜 임팩트 및 ESG 분야의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관심 있는 중견·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관련 기사: 이혜미 한국사회투자 이사 "기부펀드 통한 ESG 스타트업-대기업 협력, 임팩트 더 커질 것")
■ 대기업 사회공헌 자금, '데스밸리'를 건너는 버팀목이 돼야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임팩트 투자 개념 및 투자 원칙, 임팩트 펀드 조성 이론 및 실제, 임팩트 펀드 운용 실무 등을 강의했다.
이 대표는 임팩트투자의 개념을 "재무적 수익과 함께 측정 가능하고 긍정적인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위한 의도를 가진 투자"라고 정의했다. 이어 임팩트투자의 세 가지 요소로 ▲명확한 의도(Intention) ▲측정 가능성(Measurable) ▲재무적 수익(Financial return)을 꼽았다. 특히 재무적 수익만이 목표는 아닐지라도 "성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투자해야 한다. 임팩트 투자를 잘하면 재무적 수익은 따라온다"고 임팩트 투자 대상을 설명했다.
또한 소셜벤처의 혁신성, 성장성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켰는데, 이와 관련해 "우리가 당면한 삶의 문제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임팩트 투자 현황, 임팩트 투자 형태, 임팩트 투자자별 성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사회공헌 자금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대기업의 사회공헌 자금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기업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버팀목의 역할, 그리고 후속 투자를 끌어올 수 있는 촉매자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기업의 성장 단계 중 일명 '데스밸리'(Death valley, 창업 초기 기업이 자금 조달 및 시장 진입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기)를 버틸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역할을 대기업의 사회공헌 자금(기부금)이 쓰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사회공헌 사업으로 조성된 펀드가 다른 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 있는 기업에 먼저 투자한다면, 그 기업이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대기업 사회공헌 자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사회공헌 사업으로서의 임팩트 투자 역시 '투자'라는 점을 짚으며 "임팩트 투자가 사회공헌 사업 모델로는 흔치 않다 보니 아직 위험을 감수하는 데 있어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일반 투자에 준하는 위험률은 고려해야 사업이 원활히 기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이 대표는 한국사회투자가 가진 임팩트 투자의 원칙과 사회 문제의 정의, 임팩트 측정 방법 등을 설명했으며, VC 생태계와 펀드 운용 구조 등 구체적인 실무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 갔다.
특히 행사 마지막 세션에서 이 대표는 한국사회투자의 '기부펀드' 모델을 중심으로 실무자들이 임팩트 펀드 사업을 기획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에 대해 강의했다. (관련 기사: CSR 사업 전환기, ESG 성과 높이는 사회공헌 사업 전략은?)
구체적으로는 단독펀드, 공동펀드, 타 벤처펀드 연계 등 기부펀드 모델별 조성 방식과 특징, 운용사 선정 기준, 운용 단계별 검토 사항, 운용사로부터 받을 주요 보고 사항, 펀드 운용 홍보의 핵심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 임팩트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투자 전략은?
또한 이날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투자 평가 프로세스와 주요 검토사항'이라는 주제로, 투자의 기본 개념부터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 투자 전략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먼저 개인투자조합, 액셀러레이터, VC 등 다양한 투자자 유형을 소개하고, 스타트업 성장 단계와 각 단계에 맞는 투자 유치 전략을 설명했다. 특히 투자를 유치하고자 할 때 회사의 명확한 성장 전략, KPI와 연계된 손익계산서, 명확한 투자 유치 목적, 짧은 투자 유치 기간, 적절한 투자 라운드 설계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사회투자가 액셀러레이터로서 초기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으로서 "비즈니스 스케일업을 통해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거나 글로벌 진출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모델을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공동 판로를 개척하거나 공동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대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점도 밝혔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의 강점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빠른 변화'를 꼽으며 "앞으로 대기업들이 가야 할 길은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해서 새로운 생태계를 찾는 것이다. 회사도 성장시키고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는 방법으로 '투자'라는 플랫폼을 잘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콕스스페이스, 그린패키지솔루션, 리셋컴퍼니 등 한국사회투자 포트폴리오 사(社) 다수가 대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공급망 연계 등의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후 이 대표는 투자 단계와 투자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 초기 투자기관의 역할과 회수(EXIT) 시기 및 방법, 기업 성장 단계에 따른 투자 검토 사항, 기업 가치 산정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했으며, 주식 종류, 투자금, 의결권 및 존속기간, 전환가액, 이사지명권, 경영 사항에 대한 동의권 및 협의권 등 투자 계약 시 주요 항목을 설명했다.
강의는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미니스쿨은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임팩트 펀드를 활용한 사회공헌 사업을 기획하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을 제공했다. 특히 대기업과 임팩트 스타트업 간 협력 모델은 새로운 사회공헌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과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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