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ESG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 4년여의 세월이 흐르며 열기가 조금은 시들해진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ESG는 산업계 주요 화두이며, 사업이나 투자 기회를 노리는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ESG 경영, 지속 가능 경영 요구에 대응해야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가 강사로 참여한 'LG소셜캠퍼스 오픈하우스 교육-2025 ESG경영과 스타트업 투자 전략'이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구 LG소셜캠퍼스에서 진행됐다. 이날 강의에서는 전반적인 ESG 분야 동향을 살펴보고 ESG 스타트업의 투자 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이 대표는 임팩트투자자 대표로서 한국사회투자가 정의한 '임팩트'에 관해 "5년 뒤 한국의 사회 문제 해결, 사회적 가치, 사회 자본, 이 세 가지를 증대하는 일을 우리 임팩트의 영역으로 보고, 이런 일을 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투자·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일을 하려면 결국 돈도 잘 벌어야 하고 지속 가능성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 영역에 테크 기업이 많다.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솔루션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갈수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ESG 분야의 내년도 투자 생태계 분위기를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미중 경기 침체,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 증대, 달러 강세로 개발도상국 달러 부채 문제 발생, 빅테크기업 성장과 산업 재편으로 전통 산업 기반 기업의 체질 약화, 경기 둔화에 따라 반도체 및 부동산 등 주요 산업 침체 등으로 정리했다. 이어 "현 정부가 글로벌 4대 벤처투자 강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모태펀드나 세컨더리펀드에 정부 출연이 늘어날 듯하고"고 전망했다.
또한 이처럼 벤처투자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향후 투자가 많이 이루어질 분야로 인공지능,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및 스마트케어, 이차 전지, 반도체 등을 꼽았고 "임팩트기업, 소셜벤처를 운영하더라도 이 분야에 다리가 걸쳐져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내년도 ESG 분야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ESG가 정치적인 문제로 많은 공격을 당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ESG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하며 "화석연료를 쓰는 산업이 반짝할 가능성이 있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것이다. 다만 ESG와 관련한 산업들에 이미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ESG 관련 정책을) 백지화하지는 못할 것이다"고 전했다. 대신 미국에서는 ESG라는 용어가 기후 회복탄력성, 전환기 투자 같은 용어들로 대체될 것으로 봤다.
이처럼 ESG에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하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요구나 ESG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기후공시, 통합재무제표와 같은 지속 가능 경영 관련 지표 확대 ▲(ESG라는 용어는 바뀌더라도) 국내의 관련 분야 금융 공급 증가 ▲ESG 경영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요구 확대 ▲국제연합 책임투자원칙(UN PRI)을 준수하는 투자사 증가 ▲공급망 실사법의 대·중소기업 영향 증대 등을 전망했다.
이 대표는 국내 ESG 스타트업들이 어떤 모델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도 개괄했다. 그는 "대기업과 정부에서 출자한 ESG 펀드를 통해 작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는 모델이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많이 차지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시로 '하나금융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를 설명했다. 해당 펀드는 하나금융그룹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나금융그룹과 한국사회투자가 함께 조성한 펀드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는 ESG 스타트업에 초기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이 대표는 "현 ESG 스타트업들 사업의 핵심은 과거처럼 대기업과 원청-하청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밸류체인의 일부에 ESG 스타트업이 협력하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ESG 시너지 효과를 만든 사례로서 식품회사와 친환경 신소재 패키지 R&D 및 생산을 함께하는 그린패키지솔루션, 플랫폼을 통해 금융사 및 건설사에 건설 인력을 중개하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웍스메이트, 전자 회사에서 나오는 폐인산염을 재활용하여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스타스테크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이 대표는 벤처·스타트업의 ESG 사업 전략을 △기존 ESG 분야 사업 모델의 고도화 △대기업 파트너십 및 글로벌 사업 확대 △딥테크 적용 신규 ESG 사업 모델 발굴 등으로 설명했다.
이후에는 ESG 스타트업 투자 전략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돈만 내는 사람은 투자자가 아니다. 좋은 투자자는 우리 회사에 돈뿐 아니라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투자사 대표로서 "포트폴리오사가 70여 개가 넘는다. 내 사생활이 없다고 할 정도로 소통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에 투자가 갖는 의미를 동업자를 맞이하는 일이자 회사의 자본을 끌어오는 일, 네트워크·기회·경영·아이디어 등 회사 역량을 키우는 일 등으로 설명했으며, 투자는 필수사항이 아니라 회사 성장 방식에 따른 의사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투자 자금은 회사 운영이 아닌 우리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돼야 한다"며 "투자금은 성장 및 미래 가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 시기를 개략적으로 설명하며 ▲씨드 투자는 PoC 검증 후에(회사의 타깃 시장과 고객을 정의하고 그 시장에서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방법) ▲투자 라운드 간격은 KPI(핵심성과지표)와 기업 가치 등 회사 성장 전략과 사업 방향에 따라 조절 ▲최대 7년 이내 투자 완료(초기 3년을 잘 활용할 것)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가 가진 기회와 리스크를 잘 분석하기 ▲브릿지 투자 활용하기(기업 가치나 사업 모델, 위기관리 측면에서 이점 존재) ▲TIPS는 신중히(회사 사업과 팁스 과제를 동시에 수행할 시 오히려 회사 자원과 구성원들 에너지가 분산) ▲리드 투자자의 중요성 등을 제언했다.
또한 ESG 투자와 관련해 "임팩트만 추구하는 투자는 ESG 투자가 아니다. 임팩트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고 동시에 지속 가능성을 갖춰야 한다. ESG 투자도 평균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추구한다"고 설명했으며, 정부 지원 사업을 살펴볼 시 "사업 영역에 직접적으로 해당하는 부처만 찾아보지 말고 다른 부처 사업도 보라. 오히려 다른 부처 사업 중 회사 사업과 연관된 부분에 지원하면 신선하다는 인상을 줘서 채택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벤처 캐피탈(VC)에 대해 "최근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는 투자 혹한기를 지나서 투자 멸종기라고 불리는 단계다"며 "실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점점 투자받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VC 구조 때문에 그렇다. VC는 자기 자본이 아닌 LP(유한책임투자자)를 모집해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LP들은 망하지 않을 회사에 투자해 달라, 수익률은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엑시크)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다 보니 괜찮은 스타트업에 투자가 몰린다. 예전에는 스타트업이 100개 있으면 80~90개가 투자를 받았는데 이제는 20~30개밖에 투자를 받지 못한다"고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의 어려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투자 유치 전략으로 △회사의 성장 전략(성장 로드맵) 작성 △최소 향후 3년의 변동비와 고정비를 구분한 현금흐름표 작성 △KPI와 연계된 손익계산서 작성 △투자 목적은 명확히 △투자 유치 기간을 길게 잡지 말 것 △라운드별 기간, 금액, 밸류 등을 포함한 세부 투자 계획 작성 △투자 전 스톡옵션 정리 △리드(앵커) 투자자 설정 등을 제언했다.
이어 "투자자 미팅은 몰아서 하라. 그리고 선별적으로 만나는 것이 좋다. 투자자 100명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50명을 만나는 일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자 업계가 너무 좁기 때문에 회사에 선입견이 생긴다"고 조언했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성장단계와 시기에 맞춰 기업 가치와 지분율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이사 지명권,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업무 감사 등 계약 조건 중 핵심 점검 항목을 언급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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