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청년재단이 주관한 고립∙은둔 청년 삶의 유형별 지원방안 포럼 '고립∙은둔청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고립∙은둔청년 삶의 유형과 서비스 욕구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러분은 '고립∙은둔 청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본 연구의 책임연구원인 김아래미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는 발제에 앞서 청중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최근에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됐는데, 고립∙은둔 청년의 모습은 정말 다양했다"며 "미디어에서 단일하게 그려내는 고립∙은둔 청년의 모습만으로 정책을 지원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청년들의 모습을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았다"라고 이번 연구의 취지를 밝혔다.
김 교수는 고립∙은둔 청년의 '수준'이 아닌, 그들의 '삶'이 어떠한가를 보기 위해 연구 항목을 설정했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국 고립∙은둔 청년 1,300명을 잠재계층분석(개개인의 다양한 특성을 바탕으로 비슷한 성향을 보인 사람들을 그룹화 하는 통계적 방법)해 삶을 유형화한 결과 ▲건강취약형(9.7%) ▲독립생계채무형(20.2%) ▲미취업빈곤형(21.7%) ▲가족의존형(48.4%)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우선, '건강취약형(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 상태가 매우 취약한 유형)'의 경우 건강 문제로 활동이 제한되는 비율(41%)이 상당히 높았으며, 소진 경험 또한 85%로 매우 두드러졌다. 더구나 건강 문제로 인해 지속적인 소득 활동이 어려워 저소득 비율(62%)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생계채무형(1인 가구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저소득 상태에 놓여 있고, 채무 부담이 큰 유형)'은 가족의 지지 기반이 약해 스스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미취업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자칫 고립∙은둔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들은 사회적 관계나 사회적 지지 체계가 부재하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가족에게 경제적 의존을 하지 못해 여타 유형에 비해 개인 부채 비율(37%)이 높은 편이었다.
그렇다면 '미취업빈곤형(경제적 빈곤과 높은 미취업률이 특징인 유형)'은 어떨까. 우선 이 유형은 '건강취약형'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취업빈곤형은 건강의 취약성이 특별히 나타나지 않는 유형이다. 이들은 한국의 과도한 경쟁 문화 속에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경우로, 경제적 빈곤 문제가 심각한 유형이었다.
마지막은 '가족의존형(가족과 동거하며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유형)'이다. 본 유형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함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 주거비나 식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또, 대학 진학률이 78%로 꽤 높으며, 경제∙건강 상태도 매우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가족의 정서적 지지가 낮아 가족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기도 했다. 게다가 탈 은둔에 대한 의지가 다른 유형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고립∙은둔 청년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뒤, 53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삶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주요한 결과 중 하나는 바로 '유형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는 "고립∙은둔 청년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서비스 욕구가 있는 건 아니었다"라고 부연했다. (발표된 네 가지 유형 외에도 ▲경계선지능청년 ▲금융취약청년 ▲자립준비청년 ▲지역이주청년 ▲가족돌봄청년 등의 소수유형이 도출됐다. 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청년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본 연구의) 유형화가 또 다른 고정관념과 편견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일차적 이해 또는 무엇을 우선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판단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현 지원제도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부재한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 탐구를 위한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 - 고립∙은둔 청년 당사자 ㄱ 씨
고립∙은둔 청년 지원 정책 제언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에 앞서 네 명의 당사자가 자신의 고립∙은둔 경험기를 용기 내 공유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센터 설립 ▲1:1 맞춤 상담사 매칭 ▲15분 출근제 ▲보호자 대행 지원 사업 ▲의사소통 기술 및 기초 훈련 등 고립∙은둔 청년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고립∙은둔 청년 당사자 ㄱ 씨는 "개인마다 속도나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게 볼 수 있다면 고립∙은둔 청년이 당장의 문젯거리가 아닌 '가능성'으로 보이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입 모아 말했던 것은 '지역', 즉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비수도권의 부족한 인프라가 고립∙은둔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며 "비수도권은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에 더해 청년들이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를 갖춰야 할 것 같다"라고 제언했다.
고립∙은둔 청년 100여 명의 이야기를 담은 『리커넥트』의 장재열 작가는 "이제 고립∙은둔 청년 문제는 전 국민이 알아야 할 때"라며 "고립∙은둔 청년에 대해 인지하고 감각하며 모두 종사자가 돼야 한다. 나 또한 새로운 고립∙은둔 청년 사례를 접하고 감각하면서 책을 만드는 역할로 여러분을 돕겠다"라고 말했다. 장 작가는 종사자가 가진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우리가 놓치고 감각하지 못하는 고립∙은둔 청년의 여집합을 저서 『리커넥트』에 담았다고 한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본 연구의 공동 연구원인 이해님 동국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조교수는 "어떻게 보면 고립∙은둔 청년들은 본인이 사회에서 경험한 부조리나 폭력을 내면화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고립∙은둔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고립∙은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질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