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둔고립자지원기관협의회는 지난 11일 화상세미나를 통해 제4회 포럼을 열고, '은둔고립 청년 일경험, 방향을 찾다'를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 포럼은 수년간 은둔고립 청년과 가족을 발굴·지원해온 대표 기관들이 참여해 자립과 사회 참여를 위한 실제적 지원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3개의 주제발표와 5명의 토론자가 참여해 은둔고립 청년의 일경험 지원 사례, 경험,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첫 번째 발표자인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은 정부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전국 은둔고립 추정 인구 54만 명 중 약 2천 명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나머지 수십만 명을 사각지대에 두고 있으며, 광역 단위 센터 설치로는 접근성과 지역 돌봄 모델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씨즈는 2023년부터 은둔고립 청년의 강점을 살린 맞춤형 일자리 개발과 일·학습 병행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콘텐츠팀, 매거진팀, 영상팀, 공간활동팀 등 다양한 팀 활동과 더불어 제주에서는 텃밭 경작, 돌담 건축 등 신체 활동을 결합한 사회참여 활동을 펼쳐왔다. 이 이사장은 "공공재정이 소수 대상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하고, 민간기관의 경험을 활용한 지역 돌봄생태계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표에서 이정현 일하는학교 대표는 5년간 한 은둔 청년을 꾸준히 지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초기에는 정서조절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청년에게 일상 회복을 돕는 데 집중했고, 이후 사회적 기업 근무 경험, 자격증 취득, 사이버대학 학업 등을 지원했다. 결국 해당 청년은 사회복지 분야 계약직 근무를 경험하며 전공 분야에서 직무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한 명의 청년을 사회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끈질긴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 번째 발표는 노원청년일삶센터 박순영·이초롱 팀이 맡았다. 이들은 가상회사 출근 경험을 통한 생활리듬 회복, 소그룹 활동을 통한 관계 형성, 지역사회 연계 일터 매칭 등 단계적 지원 모델을 소개했다. "은둔고립 청년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지역사회 속에서 자발적으로 사회자본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취업에 성공한 은둔 경험 청년 2명이 직접 사례를 발표했다. 7년간 집단 따돌림과 군 전역 후 은둔을 겪었던 한 청년은 현재 페인트 제조공장에서 2년 넘게 근무 중이다. 그는 "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활이 어려워진다"며 초기 발견과 정서·생활습관 지원, 고용촉진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광주광역시 백희정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장은 진로 상담, 가상회사 출근, 사회기술 훈련을 통한 종합지원체계 성과를 소개했다. 한빛청소년재단 최연수 상임이사는 휴카페 운영, 코트라 B2B 사업 참여, 청년창업교육 등 실제적 일자리 개발 사례를 공유하며 "청년이 감정의 파고를 넘고 자기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맞춤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은둔고립 청년의 사회 복귀가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장기적이고 다층적인 지원체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초기 발견, 꾸준한 지지,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강조하며,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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