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사랑싣고 달리는 자전거, 환경도 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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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사랑싣고 달리는 자전거, 환경도 살려요
폐자전거 수거해 상품으로 만드는 '사랑의 자전거' 정호성 상임이사 인터뷰
  • 2020.04.22 13:47
  • by 김정란 기자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 '사랑의 자전거' 정호성 상임이사. ⓒ라이프인
▲ '사랑의 자전거' 정호성 상임이사. ⓒ라이프인

딱 맞는 옷을 입고, 날듯이 달리는 '자전거족'들을 만날 수 있는 행주산성 인근, 자전거 수백 대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폐자전거'다. 사단법인 '사랑의 자전거'에서는 폐자전거를 수거해 수리를 거쳐 중고 자전거를 판매하고 있다. 쓰지 않는 자전거를 수거해 쓸모를 찾아주는 '사랑의 자전거' 정호성 상임이사를 만나 자전거로 실천하는 친환경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랑의 자전거'는 역사가 깊은 사회적기업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지난 2009년 이미 당시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설립은 2006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버려지는 폐자전거가 북한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운영진들이 뜻을 모아 법인을 설립했다. 정 이사는 "당시 운영진 중 선배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주민들과 가까워지려고 자동차 정비를 배웠던 내게 일을 같이해보자고 제안해 자전거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2010년 서울광역자활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시민운동에 참여하다 2015년부터 '사랑의자전거'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다.

'사랑의 자전거'는 그 이후로 '사랑의 자전거 나눔운동', '푸드바이크', 환경부 민간지원사업 '자전거 장바구니 활성화 사업' 등에 참여하며 친환경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자전거평생교육원'(현 현대자전거학원)이라는 이름의 자전거 정비 교육업체를 설립해 자전거 정비를 직접 배우고 싶은 교육생들을 지원하기도 했고, 현재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 작업장에서 폐자전거를 수리한 중고 자전거를 판매하고 있다. '사랑의 자전거'에서는 1년에 2500여 대의 서울시 폐자전거를 수거해 폐기가 아닌 재사용의 길을 찾고 있다.

 

▲ 사랑의자전거에서 폐지를 줍는 고령자들을 위해 제작한 손수레. ⓒ사랑의자전거
▲ 사랑의자전거에서 폐지를 줍는 고령자들을 위해 제작한 손수레. ⓒ사랑의자전거

역사가 긴 만큼 부침도 있었다. 정 이사는 "지난 2015년 이사장을 맡고 보니 임금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금도 타이트하게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폐자전거를 수리해 재사용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일단 재사용 자전거의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폐자전거 한 대가 재사용 상품이 되기에는 하루 꼬박 걸리는데 가격은 6~8만 원 정도다보니 "오히려 적자"라는 설명이다. 또 수리한 자전거의 판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정 이사는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제3세계 수출의 경우 선진국에서 폐기물을 버리는 것으로 인식해 수출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 국내 판매의 경우 재사용 자전거는 직접 보고 사야 하다 보니 온라인 판매가 어려웠다"고 그간의 시행착오를 설명했다.

그래도 새로운 길을 계속해서 찾으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3년 전부터는 폐지 줍는 고령자들을 위한 손수레 제작에도 나서 '어디에도 없는' 가볍고 안전한 손수레를 개발했다. 정 이사는 "알루미늄을 사용해 가볍고, 폐자전거 부품을 이용해 경광등, 페달, 클랙션 등을 달아 폐지 줍는 분들의 안전을 고려한 손수레"라며 "동대문사회적기업네트워크 바자회를 연 수익금으로 개발, 제작한 손수레 30대를 서울지역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전거 안전교육, 이동수리 등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 사랑의자전거 매장에 진열된 중고자전거들. 폐자전거를 수리한 것이다. ⓒ라이프인
▲ 사랑의자전거 매장에 진열된 중고자전거들. 폐자전거를 수리한 것이다. ⓒ라이프인

친환경이라는 미션을 위해 자전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 이사는 "우리가 코로나19를 통해 확인한 것이 있지 않냐"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최소한의 바깥출입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제한을 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고,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을 쓰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며 "자전거는 언제나 이런 대안 경제의 중요한 아이템으로 제안돼 왔다. 코로나 위기 이후에 변화해야 하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지 않나? 자전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간의 과잉활동, 과잉소비로 인한 환경 문제를 자전거를 탐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런 이유로 정 이사와 '사랑의 자전거'가 희망하는 것들이 있다.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과 인프라 확충이다. "자전거 고속도로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전거 주차장, 전문샵, 수리점 등을 지원하면 자전거 인구가 더 많아지고, 그를 통한 일자리도 생길 것"이라며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나오도록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설득 요인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사랑의 자전거' 참여 이전, 10년간 서울시 자활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정 이사는 "자활활동 당시 '사랑의 집수리' 사업에 참여했는데 재활용 자재를 이용하면 시간과 돈이 더 든다. 그럼에도 환경을 생각해 재활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자전거도 재활용이 활성화되도록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올해도 '사랑의 자전거'는 코로나19로 중단된 자전거 안전교육과 정비 교육 등을 재개하고, 자전거 이동수리, 재사용 자전거 판매 등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정 이사는 사회적경제조직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선배로서,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사회적기업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공적 사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우리는 위기를 통해 어떤 기업들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한 것 같다. 사회적기업들이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일을 해온 조직"이라며 "우리 민족이 선진국에 비해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경제 역사는 짧지만, 역사적으로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한 민족이다. 단결과 협동하는 우리의 속성을 발휘하면서 사회적기업도 우리 속에 잘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밝은 전망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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