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소에 소비하는 음식과 물건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대가를 받고 생산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물건이 여러 가공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기사를 통해 특정 기업의 부당한 대우, 위험한 노동 환경 등을 접할 뿐입니다. 공정무역은 생산자가 누구인지 알고, 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정한 대가를 받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가도록 지지하는 운동입니다. 최근, 다양한 도시, 학교, 기업, 기관 등이 공정무역을 지지하며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 기사는 한국의 공정무역마을과 공정무역 공동체 사례를 통해, 소비자 공동체와 생산자가 어떻게 연대하는지 소개하려 합니다.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강서양천햇빛쿱')은 2016년 8월 강서구 화원중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설립하자는 제안을 계기로 아이쿱생협, 인드라망생협, 한살림, 행복중심생협 등 지역의 다양한 생협이 힘을 모아 창립했다. 2016년 36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해 현재 320명의 조합원과 함께하는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강서양천햇빛쿱'의 활동은 단순히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위한 자금 조달과 공사 진행에 그치지 않았다. 2024년 총 4호기의 햇빛발전소를 통해 339.453kWh의 전기를 생산하였고,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하면서 우유갑 598kg, 멸균팩 182kg, 플라스틱 513kg을 모아 탄소 감축에 기여했다. 그리고 생산된 전력 판매 수익의 일부를 활용해 2023년에는 햇빛기금 200만원을 조성, 강서구 화원중학교(1호기 햇빛발전소) 기후동아리 환경활동을 지원하였으며, 양천시민사회연대 기후위원회와 연계해 양천구 기후취약계층을 돕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실질적인 기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교육을 위한 강사단 양성, 자원 순환 사업, 제로웨이스트숍 운영 등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개발하며 지역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성장은 단순한 숫자의 증가를 넘어, '강서양천햇빛쿱'의 가치에 공감하고 이를 실천하는 지역주민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환경과 공정무역을 잇는 협동조합
'강서양천햇빛쿱'이 태양광 발전에서 시작해 공정무역이라는 또 다른 가치를 실천하게 된 배경에는 창립 조합원들의 깊은 고민과 비전이 있었다. 정은주 전 이사장은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창립 당시 조합원 중에는 환경과 공정무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생협 활동가들이 많았어요. 당시 저는 아이쿱생협 이사장직을 마친 후 공정무역마을에 관심이 있었어요. 지역에서 연대와 협력을 통해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공정무역마을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때 '강서양천햇빛쿱'도 공정무역에 대한 반응이 우호적이었고 양천공정무역협의회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강서양천햇빛쿱'은 양천공정무역협의회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지속적으로 공정무역마을운동에 참여해왔다. 조합원 행사 및 이사회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하며, 매년 세계공정무역의 날뿐만 아니라 지구의 날, 사회적경제 행사에서도 공정무역캠페인을 꾸준히 실천했다.
지역사회에서 공정무역 확산을 위해 정은주 전 이사장은 실질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저는 '강서양천햇빛쿱'이 양천공정무역협의회와 협력하면서 지역의 다양한 커뮤니티들의 연대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강서양천햇빛쿱'을 통해 올바른 가치가 선순환되길 기대했죠. 그래서 '강서양천햇빛쿱'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 '지구살림터'를 개점하게 되었어요. 공정무역의 원칙 중 환경 보호 실천과 우리가 하는 사업의 가치가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하게 되었고 공정무역 제품을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정무역과 지속가능한 소비, '지구살림터'
'강서양천햇빛쿱'은 2025년 1월 14일,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로부터 공정무역실천기업 인증을 받았다.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에서는 최근 2년간의 활동을 기준으로 인증 심사를 진행하지만 '강서양천햇빛쿱'은 이미 2019년부터 지속해서 공정무역마을운동에 참여해왔다. 특히 2021년 제로웨이스트숍 '지구살림터'를 개점하여 45종의 공정무역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구살림터'는 단순한 제로웨이스트숍이 아니라 가치 소비를 실천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는 고양이 파우치(공기핸디크래프트), 머플러(어스맨), 초콜릿·젤리·민트사탕(자연드림), 용기내커피(아름다운커피) 등 다양한 공정무역 제품이 판매 중이다.
정은주 전 이사장은 환경과 공정무역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이 공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로웨이스트 가게와 같은 가치 지향적인 가게에서 공정무역이 함께하는 것은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장 근처에 있는 공정무역실천기관인 어린이집 원생들이 매장에 견학을 오면서 아이들의 경험이 학부모들에게까지 연결되는 것을 보았어요. 환경의 가치를 알고 매장을 이용하는 분들에게는 공정무역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어요. 더불어 공정무역캠페인이나 교육을 할 때 공정무역 제품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판매처도 함께 알릴 수 있었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정무역
'강서양천햇빛쿱'은 '지구살림터' 매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정무역 제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와 협력하며 직접 찾아가는 가게를 운영했다. 행복중심생협과 함께하는 양천 골목장터, 양천구청이 주최하는 해우리 나눔장터, 농부의 시장,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 공간 지구별마켓 등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와 소통하면서 지역주민들이 공정무역 제품을 접할 기회를 만들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강서양천햇빛쿱'은 단순한 판매가 아닌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 확산과 실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정은주 전 이사장은 이러한 활동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공정무역 인식 확산을 위해서는 교육과 캠페인뿐만 아니라 소비를 촉진하는 판매처의 역할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지역주민들이 공정무역 제품을 알고, 필요할 때 언제든 구매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판매처를 마련했다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강서양천햇빛쿱'은 앞으로도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며 공정무역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다시 공정무역마을을 꿈꾸는 비전
양천구는 서울시 최초로 2021년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았지만, 작년 공정무역 도시 인증을 포기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강서양천햇빛쿱’을 비롯한 지역 내 공정무역 커뮤니티들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구살림터’와 같은 공정무역 제품 판매처도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서양천햇빛쿱'은 조합원의 권익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모아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친환경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공정무역물품 소비를 확산하며 지역 내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공정무역마을운동은 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연대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강서양천햇빛쿱'을 비롯한 공정무역커뮤니티들이 소중한 가치를 잊지 않고 협력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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