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소에 소비하는 음식과 물건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대가를 받고 생산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물건이 여러 가공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기사를 통해 특정 기업의 부당한 대우, 위험한 노동 환경 등을 접할 뿐입니다. 공정무역은 생산자가 누구인지 알고, 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정한 대가를 받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가도록 지지하는 운동입니다. 최근, 다양한 도시, 학교, 기업, 기관 등이 공정무역을 지지하며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 기사는 한국의 공정무역마을과 공정무역 공동체 사례를 통해, 소비자 공동체와 생산자가 어떻게 연대하는지 소개하려 합니다.

세계공정무역기구(WFTO)는 1989년에 설립된 국제 공정무역 단체로,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기업들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이자 검증 기관이다. WFTO는 공정무역 분야에서 30년 넘게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공정무역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현재 84개국에서 활동하며 100만 명 이상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단체로, 400개 이상의 회원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은 주로 공정무역 기업, 생산자 협동조합, 수출 마케팅 회사, 수입업체, 소매업체, 공정무역 네트워크, 그리고 지원 조직들로 구성되어 있다. WFTO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유럽, 북미 및 태평양 연안 등 5개 주요 지역에서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WFTO는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착취적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전 세계 생산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WFTO는 국제 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더 나은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2년마다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여 공정무역의 실천가들이 함께 모여 변화를 모색하는 중요한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따스한 봄 햇살 아래에서,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International Fair Trade Summit 2024)가 열렸다. 세계공정무역기구(WFTO)가 주최한 이 회의는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글로벌 리더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지속 가능한 글로벌 경제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번 회의는 2년마다 열리는 제17회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로, 2024년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 동안 전 세계 공정무역 실무자, 기업가, 옹호자들이 모여 지혜를 나누고, 도전과 기회를 공유하며 연대감을 형성하는 자리였다.
 

▲ 제17회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오프닝 제17회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오프닝에서 앞으로의 세션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WFTO
▲ 제17회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오프닝 제17회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오프닝에서 앞으로의 세션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WFTO
▲ 제17회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참석자 단체사진 제17회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다. © WFTO
▲ 제17회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참석자 단체사진 제17회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다. © WFTO

세계공정무역기구 생산자들 전통 지식과 혁신의 결합 강조

이번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에서 주목할 만한 논의는 '문화적 지속가능성'과 '차세대 참여'였다.

'패션 시스템 내에서의 문화적 지속가능성' 세션에서는 흥미로운 관점이 제시됐다. 패션 리볼루션 CIC(공동체이익회사)의 루도 논도 대표는 '전통 지식'과 '혁신의 결합'을 강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종종 잊히거나 희석되는 각 지역 고유의 전통 기술을 다시금 조명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는 단순히 옛것을 지키자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이루자는 것이다.

Art of Citizenry (임팩트 컨설팅 조직)의 만프리트 칼라는 '협력적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디자이너와 장인, 소비자가 공동으로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협력적 디자인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자원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공정무역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 '패션 시스템 내에서의 문화적 지속가능성' 세션 패션 시스템 내에서의 문화적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세션을 진행 © WFTO
▲ '패션 시스템 내에서의 문화적 지속가능성' 세션 패션 시스템 내에서의 문화적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세션을 진행 © WFTO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에티오피아 사바하의 사례다. 체하예 피세하 수출 매니저가 공유한 그들의 이야기는, 전통 직물 장인들의 자부심과 현대 시장의 요구를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였다.

에티오피아의 장인들은 세대를 거쳐 내려온 직물 제작 기술을 지켜가면서도,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과 질 좋은 소재를 활용해 현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들은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인 요구에 맞춰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이러한 이야기는 공정무역이 단순히 경제적 거래가 아닌, 사회적 자본과 문화적 자산을 지키고 확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 WFTO EXPO에 참여한 에티오피아 공정무역기업 사바하 WFTO EXPO에서 에티오피아 공정무역기업인 사바하가 자신들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WFTO
▲ WFTO EXPO에 참여한 에티오피아 공정무역기업 사바하 WFTO EXPO에서 에티오피아 공정무역기업인 사바하가 자신들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WFTO

공정무역 청년과 함께해야 지속가능하다

'공정 무역과 차세대 참여 전략'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는 차세대가 공정무역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떻게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되었다.

WFTO 이사 인드로 다스굽타가 지적한 것처럼, 젊은 세대의 참여가 현저히 부족하다. 이는 공정무역 운동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공정무역의 가치와 목표가 젊은 세대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거나, 그들의 언어로 효과적으로 소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르지오 달 피움의 연구는 이 문제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청년들은 공정무역을 단순한 거래가 아닌,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와 연결된 실천으로 볼 때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젊은 세대에게는 단순히 '공정한 가격'을 보장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전달해야 하며, 기후 행동과 사회적 정의라는 더 큰 맥락 속에서 공정무역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청년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번 세션에서는 '청년 공정무역 리더십 프로그램'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는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공정무역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며, 그 과정을 통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청년들은 기존의 방식에 도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기술을 통해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능숙하다. 그들의 참여는 공정무역 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더 넓은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 '공정 무역과 차세대 참여 전략' 세션 차세대 공정무역 참여의 중요성과 참여를 위한 전략에 대해 논의하다. © WFTO
▲ '공정 무역과 차세대 참여 전략' 세션 차세대 공정무역 참여의 중요성과 참여를 위한 전략에 대해 논의하다. © WFTO

공정무역의 필요성: 단순한 대안에서 필수적 요소로

이번 케이프타운의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현장에서 목격한 것은 공정무역이 더 이상 '대안적' 경제 활동이 아니라는 사실이며 미래 경제의 '필수적'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환경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공정무역은 단순한 윤리적 선택이 아닌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더 이상 착취적인 경제 시스템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정무역은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해결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 세대 간 가교 구축, 환경적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이번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는 이러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하지만 이 여정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국의 공정무역 실천가들이 계속해서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를 이어 나가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지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할 때마다, 그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참여자들의 메세지 참여자들이 메세지를 적어 이름이 적힌 봉투에 넣어 전달하다. © WFTO
▲ '세계공정무역기구 국제컨퍼런스 및 회원총회' 참여자들의 메세지 참여자들이 메세지를 적어 이름이 적힌 봉투에 넣어 전달하다. © WF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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