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연구에 따르면 패션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최대 10%를 차지한다. 의류를 생산·유통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만이 문제는 아니다. 잦은 소비를 부추기는 옷의 짧은 수명, 빠르게 변하는 유행 등으로 날이 갈수록 버려지는 의류는 늘어나고(환경부는 지난 2022년 국내에서 발생한 의류 폐기물의 양을 10만 6천 톤 이상으로 파악했다) 심각한 환경 오염을 야기하고 있다. 의(衣)는 우리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그렇기에 패션산업을 포기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환경을 파괴하는 구조를 유지하게 두어서도 안 된다. 우리의 의생활을 지속 가능하게 바꿀 방법을 찾아야 한다.
 

▲ '2024 하반기 LG소셜캠퍼스 오픈하우스 교육' 1강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 '2024 하반기 LG소셜캠퍼스 오픈하우스 교육' 1강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서 13일 서울 성북구 LG소셜캠퍼스 교육장에서 '2024 하반기 LG소셜캠퍼스 오픈하우스 교육-1강: 지속 가능한 패션을 만드는 에코테크 임팩트 스타트업'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기술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의생활과 패션산업 생태계를 위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 기업 '그린컨티뉴'(LG소셜펠로우 13기), 'LAR', '윤회'(이상 LG소셜펠로우 12기)의 대표가 참여해 (예비)창업가들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 지속 가능한 패션산업 꿈꾸는 에코테크 청년 창업가들

▲ 전인호 그린컨티뉴 대표. ⓒ라이프인
▲ 전인호 그린컨티뉴 대표. ⓒ라이프인

전인호 그린컨티뉴 대표는 친환경 비건 가죽을 개발하게 된 과정과 창업 및 제품 개발 시 중요하게 여긴 점들을 이야기했다.

그린컨티뉴는 국내 최초로 선인장 가죽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비건 가죽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전 대표는 선인장 가죽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밝히며 "친환경 산업은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았다. 그중 (환경적 관점에서 봤을 때) 가죽 문제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소가죽의 경우 동물복지의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소를 사육하고 가죽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동물 가죽을 대체하고자 나온 합성피혁 역시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전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체 가죽 시장에 주목했고, 실제로 해외에 이미 대체 가죽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비싼 가격이었다.

"왜 친환경 제품은 비싸야 하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전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의 비건 가죽을 소가죽보다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구상했다. 그는 비건 가죽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을 당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전하며 "모두가 '미쳤다'고 했다.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었다"며 "하지만 나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때가 블루오션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비건 가죽을 고민하던 중 전 대표는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선인장을 본 뒤 농장주, 가죽을 가공하는 기술자 등을 찾아가 설득하며 선인장을 활용한 가죽을 개발했다. 그린컨티뉴가 개발한 특허기술은 셀룰로스를 파우더, 즉 고체로 만드는 기술로서 수율을 높이고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게 했다. 이뿐 아니라 셀룰로스를 추출하고 고체화하는 기술은 다른 식물 부산물에도 적용할 수 있어, 현재 그린컨티뉴는 사과껍질, 고구마줄기, 귤껍질 등으로도 가죽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든 선인장 가죽에 관해 전 대표는 "식물성 수치는 78%다. 5년 내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보통 비건 가죽의 식물성 수치(바이오매스 수치)는 40~60%대로 알려져 있다.

그린컨티뉴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간단한데, 비건 가죽으로 원단을 만들어서 기업들에 납품하는 구조다. 실제로 그린컨티뉴는 다수 국내외 기업과 협업하여 카드지갑, 선인장 가죽 운동화, 자동차 시트, 다이어리, 노트북 파우치, 손가방 등을 제작하고 있다.

전 대표는 이처럼 활발히 타 기업과 협업하여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를 진행할 수 있던 이유에 관해 ▲차별성: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인장 가죽을 납품하는 기업. 이 강점이 타 기업 실무자들에게 어필될 수 있도록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 ▲준비성: 협업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원단 질 제고 등을 위해 연구비 투자 ▲실행력: 납품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 등으로 설명했다.

이어 전 대표는 "소가죽을 사용하는 가구, 의류, 잡화를 식물성 가죽으로 대체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식물성 가죽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계효석 엘에이알 대표. ⓒ라이프인
▲ 계효석 엘에이알 대표. ⓒ라이프인

이어 국내 최초의 친환경 스니커즈 브랜드를 표방하는 엘에이알(LAR)의 계효석 대표가 창업 동기와 사업을 영위하며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를 청중과 나누었다.

엘에이알은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이나 플라스틱 페트병 등을 모아서 신발로 재탄생시키는 브랜드다. 재활용 가죽, 페트병 재활용 원사로 만든 끈, 대나무 원사 등 식물성 원료로 제작한 인솔, 생분해 아웃솔 등 신발을 만들 때 들어가는 소재를 모두 친환경적인 소재로 사용한다. 이와 관련해 계 대표는 2017년 4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약 3만 켤레의 신발을 판매해서 페트병 29만 병(5백 밀리리터 병 기준)가량을 재활용하고, 30년산 소나무 약 1천8백 그루와 같은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 물 750만 리터 절약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친환경 가치를 창출하는 것뿐 아니라 방수성, 방오성 등 제품 자체의 기능성도 높여 고객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다만 계 대표의 창업 동기가 기후위기나 친환경 활동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아니었다. 첫 동기는 미국 유학 시절 느낀 외로움이었다. 그리고 교인으로서 미얀마, 알바니아 등에서 선교 활동을 하며 전쟁으로 보호자를 잃은 아동들을 만났고, 요보호아동, 자립준비청년 등 보호의 울타리가 필요한 아동·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엘에이알이라는 사명(社名) 역시 주변을 돌아보자는 의미의 'Look Around'에서 따왔다.

계 대표는 어려운 환경 속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의 전공 분야인 패션, 이 두 가지를 접목하여 창업을 준비했고, 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이상하게 일이 너무 잘 됐다". 처음 만든 신발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으로 3개월 만에 매출 8천만 원을 기록했다. 계 대표는 그해 자신의 생일에 판매액 일부를 보육원에 기부했다.

엘에이알은 크라우드 펀딩과 정부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를 꾸준히 알리며 매출 성장을 이루었다. 그뿐 아니라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우수상(2018),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 환경 분야 수상(2019), 환경창업대전 우수상(2020) 등의 성과를 올리며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로서 성장했다. 그만큼 기부 횟수도 늘어났으며 계 대표는 자립준비청년 후원회에 이사로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계 대표는 엘에이알의 향후 계획에 대해 "해외 수출이 다음 목표다. 그래서 기존 제품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신발을 만들려고 한다. 소비자들에게 디자인적으로 더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 대표는 자신의 정부 지원사업 경험을 통해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노하우를 공유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노힘찬 윤회 대표. ⓒ라이프인
▲ 노힘찬 윤회 대표. ⓒ라이프인

마지막 발표는 윤회의 노힘찬 대표가 맡아, 옷의 생애주기를 측정하고 관리함으로써 패션산업의 환경 영향을 줄이도록 기여하는 기술에 관해 이야기했다. 윤회는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개념을 기반으로 디지털 케어 라벨(Digital Care Label) 서비스(CARE-ID)를 제공하는 플랫폼 '민트컬렉션'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케어 라벨이란 소비자가 큐알(QR) 코드 등으로 제품의 제작 및 관리·폐기 방법, 재활용 지침, 공급망 정보, 산업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조사의 노력 등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유럽연합(EU)이 '디지털 제품 여권'(관내 유통되는 제품의 전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로 수집·저장하여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는 제도) 도입을 결정하고 2027년부터 섬유 및 철강, 배터리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디지털 케어 라벨 솔루션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노 대표는 창업 과정을 설명하며 어린 시절 구제 옷을 팔았던 경험, 예술가들의 소통과 협업을 위한 커뮤니티나 외국(독일)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교류와 정보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 등 커뮤니티에 집중하여 활동했던 20대 시절의 경험을 전했다. 아울러 "특정한 대의가 있다기보다 맥이 막힌 곳을 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막힌 곳을 풀 열쇠는 결국 사람 간의 관계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물품의 교환, 순환 개념이 항상 섞여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러한 경험에 기반해 사업을 구상했고, 폐의류 문제는 "소비자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자의 문제"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DPP 개념이다. 그는 국내에서 아직 DPP 개념이 생소하여 대비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DPP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나 현재까지 시장에 적절한 솔루션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돈이 되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서 이 방향이 상식적으로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식품을 구입할 때도 라벨이 있고 그 정보를 정부에서 검증하지 않나. 그런데 옷은 지금까지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말하며 생산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노 대표는 "최근 중국 투자자를 만났을 때도 공급망 데이터를 미리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큰 기업들은 뒤에서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중간 규모 브랜드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에 어떻게 합리적으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우리의 고민이다"고 밝혔으며, DPP 관련 세부 체계를 만들고 있는 EU 집행위원회 산하의 다자 간 협력단체 'CIRPASS-2'에 합류한 사실을 언급하며 "DPP 표준은 유럽에서 만들고 있다. 이 표준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한국 시장에도 맞추어 도입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노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이렇게 생소한 영역이지만 투자도 잘 받았고 지원사업에도 선정돼 유지가 잘 되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며 "앞으로 DPP를 만드는 회사들이 최대한 많은 DPP를 발행해서 옷의 생애주기를 손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대를 여는 것이 목표다"고 전했다.

한편 LG소셜캠퍼스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임팩트 지향 기업들에 금융 및 공간 지원, 인재 육성을 위한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입주기업 대상 교육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교육 대상을 청년 등 일반 대중으로 확대하여 기업가정신을 제고하고 (예비)창업가 간 교류를 증진하고 있다.

2024 하반기 LG소셜캠퍼스 오픈하우스 교육 2강은 오는 27일 열리며 한국사회투자 이종익 대표가 참여해 '2025 ESG 경영과 스타트업 투자 전략'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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