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그래! 여섯 번째'가 지난 11월 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본래 제6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는 지난 7월 인천시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기획재정부의 일방적인 폐지 통보로 취소된 바 있다. 이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자체적으로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행사를 기획했으며, 국회의원회관에서 하루 동안 기념식과 포럼 및 간담회, 토론회 등을 진행했다. (라이프인은 올해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로의 용어 변경을 제안하며 기사 작성 시 '사회연대경제'로 표기해 왔으나,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본 기사에서는 두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한다.)
"사회적경제 운동은 복지의 보충 공간, 혹은 노동부 일자리 사업의 보충 정책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가진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대안의 영역을 찾아 나가는 대안경제 운동이다."(김경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대표)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기후×지역순환경제×시민사회 그리고 사회연대경제 토론회' 세션에서는 사회연대경제를 비롯해 기후, 지역순환경제, 시민사회를 현 한국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는 중요한 열쇠말로 상정하고 사회적경제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다양한 사회 영역과 힘을 합칠 것인지 논의했으며, 그 시발점으로 사회적경제를 사회연대경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은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로'라는 제목으로, 사회적경제와 시민사회가 '사회연대경제'라는 공동의 구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환의 방향과 실천 계획을 함께 모색해 보자고 제안했다.
강 위원장은 협동조합, 공제조합과 같은 실체를 이론화하면서 등장한 사회적경제, 사회적경제가 조직의 확장에만 집중한다는 비판하에 등장한 연대경제, 그리고 두 개념을 포괄하는 용어로서 등장한 사회연대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사회연대경제라는 용어가 국제 사회와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관련 기사: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로, 크기 키워 집합적 실천 이루자")
이어, 사회적경제의 범위를 사회연대경제로 확장하고 협동의 힘을 키움으로써 '돌봄 사회로의 대전환'을 이루자고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강 위원장은 돌봄을 단순히 사람 돌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돌봄(사회 돌봄), 지구 돌봄(환경 돌봄)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한 뒤,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진정한 의미의 통합돌봄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책적 제안까지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는 "곧 다시 정책 시장이 열린다. 선거가 있을 때 '지역을 살리는 100가지 아이디어'를 시민사회와 함께 만들어보면 좋겠다"며 "반지하 주택 없애기 프로젝트, 영농형 태양광 보급, 이런 아이디어들을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촘촘히 만들어서 의제로 제안하고 실현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 위원장은 "돌봄 사회로 전환하고 이윤이 목적이 아닌 사회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 매우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는) 이데올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국제기구 차원에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에 관해 논의하고 있으니 이를 수용하고 동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사민사회와 사회적경제가 공동의 구상 속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상상을 함께 해보기를 제안한다"고 말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후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 팀장, 양준호 인천대학교 교수,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 각각 '기후×사회적경제', '지역순환경제×사회적경제', '시민사회×사회적경제'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 갔다.
오용석 팀장은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를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을 사회적경제와 함께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오 팀장은 지난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의 목표(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씨 이하로 억제하고 1.5도씨를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를 언급하며 "국제 사회는 이 목표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봤고 실제로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합의하에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 프로세스들은 구체적이지 않다. 현 정부 들어선 뒤에는 정책 전개에 속도가 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했다.
이후 오 팀장은 전 세계 소득 상위 1%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이 하위 50%가 배출하는 양보다 2배가량 많다는 점을 꼬집으며(옥스팜 2019년 발표 자료),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만이 아니라 사회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소득 하위 50%의 회복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득 상위 1%와 하위 50%에게 똑같은 양의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면 하위 50%에 속하는 사람들은 인간다운 삶의 최소한의 조건을 맞추기 힘들어지는 상황이다"며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적절히 조율할 수 있을지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중요한 과제이며 사회적경제의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팀장은 정부가 2030년 달성 목표로 잡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치 72.7GW ▲그린 리모델링 160만 건 추진 ▲무공해차(전기차 및 수소차) 450만 대 보급 등을 언급하며 "이를 사회적경제와 함께한다면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부분이 GDP에서 얼마나 더 커질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실제 사회적경제 영역과 힘을 합쳐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해 가는 사례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경기 시민참여 에너지 협동조합, 대구시민햇빛발전소, 집수리 지원 사업 등을 언급했으며, 녹색전환연구소에서 추진 중인 '기후정책백서' 제작, 로컬에너지랩·더가능연구소가 함께 만든 프로젝트 그룹 '기후정치바람' 등 사회적경제가 기후 의제를 정치 의제로 만드는 과정에 함께해주길 당부했다.
다음으로 양준호 교수는 '지역순환경제 구축과 사회적경제: 지역경제의 민주적 통제, 계획, 운영 주체로서의 어소시에이션'이라는 주제로, 지역 문제를 정치·경제학적으로 접근한 뒤 지역 사회적경제가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양 교수는 미국 클리블랜드시(市)에서 클리블랜드클리닉이라는 대형병원을 앵커기관으로 삼아 시민들의 참여가 조직되고, 노동자협동조합들이 주축이 된 지역 사업체가 앵커기관의 발주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난 사례를 들어 '커뮤니티 웰스 빌딩'(Community Wealth building) 전략을 설명했다. 그 뒤 "이런 전략이 최근 새로운 지역 발전 전략으로 시행되고 있고, 사회적경제가 파트너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사회적경제 운동, 개별 사회적경제조직들을 볼 때 '진공 상태'에 놓인 주체들 같은 느낌이 든다. 지역의 여러 주체, 당면한 문제들과 사회적경제 운동을 연관시키지 않고 이른바 진공 상태에서 원자화되어 개별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만 주목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비판적 견해를 전했다.
이어 양 교수는 사회적경제 운동이 활발한 도시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으로 '사회적경제와 지역 문제가 접목돼 있다'는 점을 들면서 "특히 지역 안에서 돌아야 할 돈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감으로써 지역 경제가 피폐화되는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지역의 사회적경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 운동이 앞서 지적한 진공 상태를 극복하고, 공공의 부(富)로서 지역 앵커기관의 발주력을 사업 기회로 활용하고 지역 경제의 피폐화에 대항하는 지역경제 운동들과 연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양 교수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고 하는 대의를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사회적경제 지지층을 넓힐 수 있으며 사회적경제 운동이 그와 같이 작동할 때 지역순환경제 운동 역시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양 교수는 협동조합 운동에 대해 "연대경제 운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 지역을 단위로 생산과 소비가 조직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지역을 위해 계획되는 생산, 민주적으로 결정되는 생산,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생산, 지역의 가치를 인식하는 소비, 이런 식으로 지역의 생산과 소비가 조직되고 가격의 상하운동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하며 물품의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 이것이 미래 연대경제의 아이디어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 운동에서도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경제 피폐화를 돌파하고자 하는 운동의 중심에 사회적경제 운동이 위치할 때 양 운동의 시너지 효과가 강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이승훈 공동운영위원장은 시민사회 진영의 입장에서 '새로운 상상력에 기반한 사회연대경제와 시민사회단체의 협력 모델 구축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민사회와 사회적경제가 협력하기 위한 방향성을 짚었다.
먼저 이 위원장은 전국 34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상설적 연대기구로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해온 일들을 소개하고 현 정부와의 관계 등 당면한 어려움을 언급한 뒤, 시민사회와 사회적경제가 '시민의 자발적 결사를 기반으로 하는 공익적 활동, 자율성과 독립성에 기초한 집합적 행동 양식을 가진다'는 공통점에 기반해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협력 이유에 대해 "사회적경제를 사회연대경제로 재구성하려는 고민이 시민사회단체의 현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민사회 영역도 과거의 민중 운동에서 분화되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영역·단체 간 단절 구조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자도생이 일상화되어 연대를 도모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 있다"며 현 시민사회 구조가 사회 문제에 대응하고 개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경제 영역과의 협력은 곧 시민사회단체들의 기획이나 운영 면에 새로운 상상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두 영역 간 협력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연대를 통한 확장을 고려하되 연대 이유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정 ▲기존의 관성을 벗어난 새로운 형식 및 경로에 대한 고민 ▲경로 설정에 관해 구체적 계획을 함께 고민 ▲영역 간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 노력 필요 ▲공통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경험과 이를 토대로 한 성공적 모델 발굴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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