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를 사회연대경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도 "사회연대경제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고 말한다. 무슨 이유일까? 
 

▲ '2024 사회적경제 활동가대회 in 제주'에서 진행된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전략과 운동의 방향' 세션 참여자들의 모습. ⓒ라이프인
▲ '2024 사회적경제 활동가대회 in 제주'에서 진행된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전략과 운동의 방향' 세션 참여자들의 모습. ⓒ라이프인

25일과 26일 양일간 열린 '2024 사회적경제 활동가대회 in 제주' 첫날 오후,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주관한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전략과 운동의 방향' 세션이 제주도 제주시에 소재한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진행됐다. 해당 세션은 행사명 그대로 운동으로서 사회적경제를 성찰하고, 사회연대경제로의 전환을 제안하는 이유를 밝히며, 연대의 확장과 향후 10년의 나아갈 방향을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라이프인은 올해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로의 용어 변경을 제안하며 기사 작성 시 '사회연대경제'로 표기하고 있으나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본 기사에서는 두 용어를 구분한다)

▲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라이프인
▲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라이프인

사회연대경제의 새로운 전략과 운동 방향에 대해서는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이 발제했다.

먼저 강 위원장은 "사회적경제와 시민사회는 활동 목적과 포괄하는 행위자, 행위자들의 법적 형태에서 유사성을 갖고 있다. 다만 한국 시민사회는 시민사회 영역으로서 사회적경제 활동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하며 "'사회연대'라고 하는 공동의 구상 속에서 시민사회와 사회적경제가 함께 대안을 모색해 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연대를 확장하자는 제안 아래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로 명칭을 바꾸자는 구상이 나온다. 용어 변경의 구상을 밝히며 강 위원장은 먼저 사회적경제와 구분하는 개념으로서의 연대경제, 두 용어를 결합한 용어로서 사회연대경제가 등장한 맥락과 사회연대경제라는 용어가 국제기구 차원에서 수용된 동향을 설명했다. 국내에서 사회연대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제안은 곧 기존의 사회적경제를 비판하며 연대경제가 등장한 국제 사회 흐름에 함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한국 사회 맥락에서는 또 다른 의미도 찾을 수 있다. 강 위원장은 "한국에서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정도를 사회적경제라고 부른다"며 "사회적경제를 매우 좁게 해석했다고 본다. 사회적경제가 가진 잠재력과 실천의 확장성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주도하여 활성화한 영역 외에도 시민사회 속에서 실천적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연대경제'가 존재한다는 것.

그렇다면 사회적경제를 사회연대경제로 전환할 경우,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까. 강 위원장은 "우리나라 GDP 대비 사회적경제 매출액 비중은 약 0.54%다(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명목 국내총생산은 약 2,150조 원이며 같은 해 주요 사회적경제조직 매출액 총합은 약 11조 4,000억 원이다). 여기에 생협과 신협, 농협을 더하면 약 8.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대로 NGO, NPO까지 포함하면 15% 정도의 비중이 된다"며 "이렇게 크기를 키워 집합적 실천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뒤에는 규모를 키우고 세를 확장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를 강 위원장은 '돌봄 사회로의 대전환'이라고 답했다. "사회적경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근본적 지향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연대경제로 재구성한다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천적으로 굉장히 이롭다"는 것.

또한 강 위원장은 '돌봄'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복지 차원의 사람 돌봄에 한정하지 않고 지구(환경) 돌봄, 사회(공동체) 돌봄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재정의하자고 말하며, 진정한 의미의 통합돌봄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사회적경제와 시민사회가 함께하기를 희망했다. 아울러 '지역을 살리는 100가지 아이디어', '돌봄을 위한 100가지 아이디어' 등 정치권이 주목할 만한 정책들을 사회적경제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제안해 보자고 말했다.

다만 강 위원장은 남아 있는 과제로 사회적경제의 자기 정체성 유지, 시민사회 등 연대 대상을 향한 설득 문제를 꼽았다. 특히 후자의 문제와 관련해 강 위원장은 "시민사회가 굳이 자신들을 사회연대경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시민사회와도 대화를 이어 가고 있고, 내달 토론회도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이후 강호진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시민사회, 농수축협 등과 연대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특히 시민사회의 경우 서로 지향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 기반해 설득해야 하고, 농수축협 내부에서 사회연대경제를 지지하는 이들이 의사결정권자 자리에 가는 등 환경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 김기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연구소장. ⓒ라이프인
▲ 김기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연구소장. ⓒ라이프인

이어, 한국의 사회연대경제 운동론에 관해 김기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연구소장이 발제했다. 그는 가장 먼저 사회적경제 진영 내부에서 다 같이 공유할 가치와 방향성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 있는지 성찰했다. 그리고 정치적 환경의 변화로 사회적경제가 위축된 현 상황에서 다시 한번 나아갈 방향을 질문하고 '사회연대경제 운동론'을 화두로 하여 한국 사회적경제를 되돌아보고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미래의 운동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소장은 사회운동과 사회혁신을 구분하며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민주적·포용적 구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유발하며 버틸 때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사회혁신은 기득권 세력도 사회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하여 답을 찾아준다면 기득권도 바뀐다고 믿는 사회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연대경제 운동은 중요한 사회 가치를 위협하는 기득권의 사익 추구를 지적하고 견제한다는 점에서 사회운동의 특징을 가지며, 동시에 혁신적 해결책을 개발하고 실행한다는 점에서 사회혁신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소장은 "사회연대경제 운동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회운동의 한 부분이며 동시에 각각의 사회 운동이 발전하고 확산하기 위해 반드시 관계를 맺어야 할 필수적인 사회운동이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의사결정이나 자원 흐름과 연결된 사회연대경제와 결합할 때, 시민들을 설득하고 운동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의 질문, '사회적경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담지해야 할 방향성과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간다. 김 소장은 이렇게 재정비한 사회연대경제 운동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대안적으로 지향한다고 밝히며, 더 나은 사회에 대해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의 한도 내에서 시민들이 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 협회·결사체·조합)을 새롭게 생성하거나 가입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어, 이를 통해 전체 사회에 지속적인 혁신을 가져와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이런 구체적 상(像)을 정의해야 사회연대경제가 만들고 싶은 더 나은 사회가 무엇인지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연대경제는 이러한 구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대안적인 사회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는 대안경제 운동이자, 주체들의 협력으로 생태계 자체의 변화를 추구하는 연대 운동이다. 김 소장은 이 두 가지 방향성을 강화하면서 시너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로 사회연대경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사회적경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중장기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합의하고 사나? 이에 대해 답을 못 들어봤다. 우리가 하는 운동의 방향 자체를 합의해 두지 않았기에 10년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짜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한 중요하고 필수 불가결한 부문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얻고, 이에 걸맞은 양·질적 성장과 제도적 안정성 확보'를 목표로 하여 사회연대경제 운동을 위한 향후 10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 등 우호적 여건을 조성하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화 추진 ▲대안경제 운동으로서 힘을 갖기 위해 업종별·미션별 연합회 구성 및 연합 사업 강화 ▲지역네트워크 구성 ▲체계적 운동가 재생산 구조 확립 ▲새로운 중간지원 및 거버넌스 방식, 당사자 네트워크와의 관계에 관한 고민 필요 등을 언급했다.

또한 △사회연대경제 운동가들의 주체적 연대 강조 △더 넓은 연대 선포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사회연대경제기업 옹호 및 지원 활동 △제도·정책적 개선 과제 발굴 등 다가올 확산기 준비 △활동가 양성을 위한 초기 시스템 개발 등 연대 확장을 위한 사회적경제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김효철 지역자활센터플러스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사회연대경제로 전환하며 고민해야 할 점으로 ▲정부가 부여한 역할(일자리 창출 등)에 매인 기존의 '착한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 및 주체성 확보 ▲공공과 협력 시 사회연대경제 진영이 어떻게 힘을 가질지 고민 ▲시민사회와 연대 시 노동 운동과 연대할 방안에 관한 고민도 필요 등을 제언했다.

이날 행사 말미 강민수 위원장은 "사회연대경제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솔직한 말로 사회적경제만으로는 너무 어렵다. 그래서 시민사회에 말을 거는 것이다. 0.5%보다는 15%가 낫지 않나"라고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돌봄사회 대전환'이라는 목표를 두고 시민사회와 함께 의제와 수단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오는 11월 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제6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를 개최한다. 박람회에서는 활동가 대회에서 이야기 나눈 내용을 다시 한번 공유하며 사회적경제 운동의 방향성과 구체적 전략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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