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경제(사회적경제)는 어떻게 '선'과 경계를 넘어 협력하고 가치를 확장하고 있을까.
'2024 사회적경제 활동가 대회 in 제주'가 '선을 넘는 사회적경제, 그 위에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25~26일 양일간 제주도 제주시 원도심 일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제주도·제주사회적경제연대회의 주최, 제주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전국광역사회적경제지원센터협의회 공동주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사)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제주도소통협력센터 협력으로 '2024 제주 사회적경제 기념주간'에 맞춰 개최됐으며, 사회연대경제 영역 활동가, 기업가, 중간지원조직 종사자, 연구자 등 70여 명이 모여 결속을 강화하고 연대와 협력의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행사 첫날인 25일, 콘퍼런스 2부 '전환과 확장을 위해'에서는 사회연대경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협업과 협력, 그리고 이를 통한 임팩트 확대의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임신화 발달장애지원이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이종 간 연합회가 협력 플랫폼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했으며, 구체적으로 ▲내부 협력: 후배 협동조합 위한 선배 협동조합의 지지 및 지원 ▲공공과 협력: 안산시 및 관내 장애인복지관, 꿈꾸는느림보 사회적협동조합이 협력한 '오소가게'(장애친화매장) 인증 사업 등 ▲민간기업과 협력: 수원 삼성 블루윙즈(축구단)와 세계 자폐인의 날(4월 2일) 기념 '라이트 잇 업 블루'(LIGHT IT UP BLUE) 캠페인 진행 등의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임 이사장은 "선을 넘는 것 이상으로 벽을 허물고 문턱을 낮춰서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지역 사회에서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를 바라며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돌봄 종사자 대상 돌봄 키트나 만화로 제작한 돌봄 매뉴얼 등을 개발하고 있다며 "연대로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은 오픈 소스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옥 제주마미 대표는 비즈니스 협업을 통한 동반 성장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제주마미는 제주도로 이주하며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설립한 사회적기업으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며 고용 취약 상태인 여성, 장애인 등을 고용하고 있다.
특히 제주마미는 꾸준한 제품 개발과 대기업과의 협업, 수출 사업으로 매출 성장을 이어 오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식품회사로서 품목보고번호가 50개가 넘는다. 매입매출 거래처 또한 250곳이 넘는다. 다른 지역, 해외 시장의 경계선을 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하기 위해 요구되는 재무적 성과 또한 이와 같은 협업 과정에서 제고할 수 있다며 "우리가 생산하여 제품을 제공하다 보니 거래 기업들의 매출이 곧 우리의 매출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임정택 향기내는사람들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스케일업과 임팩트 확장에 관해 말했다. 향기내는사람들은 카페 브랜드 '히즈빈스'를 운영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일하고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임 대표는 16년간 사업을 영위하며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적기업의 스케일업을 고객군 확대, 비즈니스 모델 확대, 지역 확장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그는 대기업과 협력하여 고용을 창출한 사례를 들어 "기업들도 고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장애인을 어떻게 교육하고 관리해야 할지 잘 모르더라. 그래서 그 부분을 도와주면 되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매뉴얼을 작성해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공장 건설(원두 및 디저트류 제조), 컨설팅 제공, 기술 기반 플랫폼 운영 등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직무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지역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매뉴얼을 바탕으로 전국, 해외(필리핀)로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임 대표는 "100개 직무를 만들고(현재는 6개) 각 직무마다 70명씩 장애인 전문가를 양성하면 어떤 기업도 '우리 일에 장애인을 고용하기는 어렵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5만 명이 교육받고 강점을 키울 수 있는 직무 훈련 학교를 준비하고 있다"며 "장애인 고용 확대는 단일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기업, 정부, 비영리 영역까지 힘을 합쳐야 한다"며 '모든 장애인과 함께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에 동참해 주기를 당부했다.
임지헌 강원지속가능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은 '지속가능경제로의 정책 범위 확대'라는 제목으로, 센터의 활동과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그는 정치적 환경의 변화 등을 사유로 강원도의 「사회적경제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전부 개정되며 조례 제명이 「강원특별자치도 지속가능경제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로 바뀌고, 센터명 역시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지속가능경제'라는 이름 아래) 이제 소상공인 지원 같은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가 하지 못할 일도 아니고 그동안 해 온 성과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전체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다 보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사회연대경제, 지속가능경제 등의 이름 자체보다 업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으며 "함께 사업, 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지역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만 합의한다면 이름이 무엇이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에 이게 남을 거야'라는 그 하나의 지향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며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의 성과가 지역의 자산으로 남기를 희망했다.
마지막으로 문재원 제주특별자치도청 소상공인과 과장이 발표자로 나서, 지방정부 입장에서 공공과 사회연대경제가 동행하기 위해 시도한 여러 가지 정책적 노력을 밝혔다.
문 과장은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광역 지자체의 역할을 말하며 ▲사회적협동조합 제주종합상사를 통한 지역 사회연대경제기업 제품 구매 등 판로지원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 ▲사회연대경제 주체들과 협력 네트워크 구성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조직들을 유형별로 특화 및 육성 등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사업을 언급했다.
또한 사회연대경제기업의 존재 가치와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역 주민과 함께 가는 사회연대경제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뒷받침해야 한다"며 "보상을 통해 사회연대경제기업들이 인정받는다고 체감하고, 더 많은 사업을 수행하고,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올해 라이프인은 사회연대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로의 용어 변경을 제안한다. 다만, 원활한 내용 전달을 위해 사회연대경제 용어가 정착되기 전까지 사회적경제와 사회연대경제를 병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