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OECD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 출생률 최하위를 기록하며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하였다. 지난 200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 진입을 시작으로 2018년 14.3%로 고령사회를 거쳐 2025년에는 20.6%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통계청, 2022). 또한 대한민국 평균 주된 일자리 은퇴 시기가 49.3세로 법정 정년인 60세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년간 1,700만 명이 은퇴할 것으로 예측되고 고령화·저출산으로 2030년 50대 이상 인구가 전 국민의 50%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상된다(통계청, 2022).

 

▲ OECD 주요국 노인빈곤율, 노인자살률. ⓒ이도현 관장 발표 자료 갈무리.
▲ OECD 주요국 노인빈곤율, 노인자살률. ⓒ이도현 관장 발표 자료 갈무리.

노인 빈곤의 원인과 대안

다양하고 심각한 경제사회 문제 중 앞으로 몇 개월 뒤 진입하게 될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계속 증가하는 노인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노인 빈곤 개선을 위한 대안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노인 빈곤문제에 다양한 원인과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국가 주도의 제도적 지원 마련이 늦었다는 점이다. 1960년 연금제도가 처음 시행되었지만,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제한적 지원이었으며 2006년이 되어서야 1인 이상의 사업장까지 적용하게 되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연금 시행 및 적립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2042년을 기점으로 연금 수지 적자가 시작되어 2057년 적립금이 고갈될 위기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나원희, 2021). 두 번째 원인은 평균수명 증가로 인한 노인인구 증가 및 저출산에 따른 부양 인구 감소 문제이다. 현대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늘어나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술 발달의 배경이 된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의 영향은 가족의 규모와 구성원을 점점 축소해 농업 기반 사회의 대가족이 핵가족화로 되었다가 최근에는 비혼, 1인 가구, 딩크족(맞벌이 무자녀 가정)의 증가로 아이를 안 낳거나 못 낳는 시대인 저출산 시대로 바꿔놓았다. 저출산은 곧 인구 부양의 문제로 이어져 앞으로 당면할 또 하나의 심각한 노인 빈곤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차원 즉, 연금 개혁이나 증세를 거쳐 단계적으로 보완하고 있으나 부양할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현 상황이 장기화 된다면 이 정책 하나만 의존해서는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제도적 지원을 보완하기 위해 실질적 정책인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근로능력이 없는 저소득 고령자들은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여 보호하고, 근로능력이 있는 건강한 고령자들은 생산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시켜 국가의 복지재정 부담을 줄이고 국민생산성을 증대시켜 경제·사회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정석규외 2명, 2006).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노인들에게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위해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이 올해로 사업 20주년을 맞았다. 급격한 노인인구 증가와 기대수명 연장 그리고 공적연금 등 노후소득보장체계가 부족한 국내 실정에서 노인 빈곤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 관심을 가지며 2004년 시작됐다. 길어진 노년기는 경제적, 정서적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고 이를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첫 해 도입 당시 공익참여형, 공익강사형, 인력파견형, 시장참여형으로 4개 유형, 2.5만 명 참여자를 목표로 시작하여 이후 고령인구추이에 맞춰 신규 사업 유형들이 추가로 개발되면서 2024년 현재 사업량은 103만 명, 투입 예산 2조 264억 원으로 확대되었다.

 

노인일자리 사업 효과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노인일자리 사업. 이미 오랜 시간 많은 연구를 통해 다양한 효과를 검증하였다. 우선 공익활동 일자리에 참여하는 기초연금 수급자의 경우 보충적 소득 기능을 통해 빈곤을 낮출 수 있다. 외로움, 고독 등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대상들에게는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고독사, 치매와 같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일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받고 건강도 챙기면서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맥락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과도 그 궤를 같이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노인일자리 전담 기관 세종시니어클럽은

노인의 생애 경험 및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노인 적합형 사회활동을 개발하고 환경을 조성하여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노인 사회활동을 만들어가는 노인일자리지원기관이다. 현재 전국 252개 시군구 중 202곳에 설치되었으며 필자가 근무하는 세종특별자치시는 기초·광역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단층제' 광역자치단체로 2018년부터 1개의 시니어클럽만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26개 사업단을 통해 937명의 참여자에게 노인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3가지 유형(공익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의 사업이 추진 중이다.

세종시니어클럽의 역할과 비전

우리기관의 1기('18~'23년) 목표는 단순 노인일자리 창출을 넘어 세대 간 자연스러운 소통을 연결하고 노인 각자의 가진 재능과 역할을 더하여 사회에 완연해진 특정 계층의 혐오를 줄이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양질의 사업을 창출하고 운영하는 것이었다. 아래는 타 기관과 차별화된 세종시니어클럽의 철학이 담긴 대표 사업이다.

○ 콩카페: 시니어 바리스타가 근무하는 카페로 부모와 유·아동이 가볍게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 있고 자연스럽게 독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북카페를 조성

○ 세종의책방 집현: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를 함께 한 집현전을 모티브로 설립된 노인일자리 서점으로 지역민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하며 특히, 키즈존을 따로 만들어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편한 공간과 필요한 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

○ 노인방송국(세종SeniorTV): 영상제작에 필요한 촬영, 편집, 내레이션 등을 참여자들이 직접 하며 세종시 관광지 및 주요명소 정보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 및 관리

○ 꽃노인밴드: 각종 악기 연주에 재능 있는 참여자들이 모여 밴드를 구성하고 어린이집, 유치원,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연주하며 음악으로 소통하고 즐거움으로 하나 되는 것이 목표

2기('24~'28년)를 맞이하여 새롭게 설정된 비전은 한국의 독특한 노인일자리 사업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고 ESG 경영이념을 수립하여 도·농간 연계 및 6차 산업 융복합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기존 안정적으로 운영된 사업들은 확장성을 가지고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의 전문성과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5년간의 과제이다.

증가하는 노인인구, 필요한 노인일자리

지속가능을 가로막는 제도들 그리고 해결 방안은?

이렇게 노인의 다양한 재능을 활용하고 참여자의 수요를 반영한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로서 앞으로 진입할 2차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경제적, 정서적 지원에 있어 더없이 필요한 사업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 지급연령 상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 대응의 완충역할의 기대뿐 아니라 지속적인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역할 부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일자리의 미래는 아래 장애물(Hurdle)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장밋빛만은 아닐지 모른다.

첫째,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다양한 법률 개정 필요

최근 5년간 일자리 사업 참여자 중 33명이 사망했고, 안전사고는 총 7천여 건 이상이다. 주요사망원인은 출퇴근 교통사고였으며 가장 많은 부상유형은 골절(56.5%)이었다. 매해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는데 현재 법령은 기관도 참여자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연령차별금지법으로 안전사고 고위험군 어르신에 대한 일자리 참여제한을 두기 어려우며 장애인의무고용에 따라 취약계층인 노인을 넘어 장애노인까지 채용해야 하는 부담도 안아야 한다. '24년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됨에 따라 평균 고용인원 500명 이상인 전국 대부분의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은 문제가 생기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그대로 질 수밖에 없는 가혹한 상황에 처해진다. 적은 예산으로 정부가 해야 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민간 전문가들이 대신 추진하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기는커녕 무거운 책임들을 전가한다면 앞으로 더 늘어날 노인 일자리 사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사업 담당자를 위한 전문성 확보

노인일자리의 시장형 사업은 자활근로(시장진입형) 사업보다 규모도 숫자도 훨씬 크다. 노인일자리의 모티브가 되었던 자활은 전문인력 양성과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연수원이 있어 며칠 동안 직원과 참여자를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한 후 현장에 배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고 한다. 가게, 상점 등을 운영해야 하는 만큼 경영, 경제, 회계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기초, 전문지식 없이는 자생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에 반해 노인일자리 사업은 이런 교육체계가 없어 관련 경험이나 전공이 무관한 신규직원이 입사하여도 바로 사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일반인이 작은 가게 하나를 열 때 소중한 내 돈이 들어간 만큼 사활을 걸고 장사하여도 폐업하는 일이 속출하는데 나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일자리의 전문가들이 사전 교육 없이 현장을 바로 맞이한다면 비효율적 국가재정지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점차 노인일자리로 진입하게 될 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학력 수준이 높아 사업 담당자들의 숙련된 직무 역량과 전문성 없다면 객관적인 역량에서 갭이 생겨 주도적인 대응과 관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사업 담당자들이 더 큰 역량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심각성을 가지고 정부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셋째, 안정적인 노인일자리 사업 재원 마련

노인일자리 사업의 양적성장은 20년간 51배 성장한 것에 비해 질적성장의 핵심인 시장형 사업의 1인당 지원비는 267만 원으로 5년째 동결 중이다. 사업의 예를 들어보면, 주요 상권 중 목이 좋은 자리를 임대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하며 내부에 필요한 집기를 채우고 10명의 인원을 고용하여 1년의 기간 동안 영업을 해야 한다고 할 때 초기 자본 2,670만 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쉽지 않은 조건을 노인일자리 사업 담당자들은 매해 당면하고 추진해 나가고 있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지 않는가?

어려운 국가 재정 속에서 부족한 예산을 받아 사업에 성공했다는 칭찬이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분산되어 있는 정부 주도 일자리사업 예산을 통합하고 효과성, 효율성 원칙에 따라 분배하여 충분하게 예산을 지원하는 근본적 정책방향이 필요하다.

▲ 생성형 AI를 활용한 카페에서 근무하는 노인일자리 참여자 이미지.
▲ 생성형 AI를 활용한 카페에서 근무하는 노인일자리 참여자 이미지.

저출생에 따라 고령층의 적극 활용은 필수 불가결이다. 그러나 관련 예산은 다양한 부처로 나뉘어 있어 정보를 얻는 채널이 흩어져 있고 부처마다 기준도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신중년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거나 환경부, 경찰청, 교육청 등 각 부처별 많은 예산이 노인인력 활용에 투입되는데, 필요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부분도 있지만 중복되고 불필요한 부분을 통합시키고 가려낸다면 충분한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더 많은 후원을 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을 통해 성숙하고 자발적인 기부 문화를 통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시장형 사업의 경우 Seed Money, 즉 초기투자비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후원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제도 마련을 해야 한다. 기업들이 후원한 재원은 공모사업을 통해 검증된 콘텐츠, 아이디어들이 시장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자생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만 질적성장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노인일자리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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