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본격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떠오른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정의로운 전환은 지금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지역적 대응을 강조해 왔는데, 이는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역 자원을 통해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 달성을 촉진하고 미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지역문제는 탄소중립에 앞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일,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주최한 제1회 정의로운 전환 '지역과 함께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찾아' 포럼이 온라인 Zoom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의제를 도출하며, 지역을 주도로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고자 마련됐다.
첫 번째 발제로 충남도청 탄소중립경제과 유기설 팀장이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한 충청남도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발표했다. 유 팀장은 한국 경제를 선도하는 충청남도가 처한 위기를 설명하며, 충청남도가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 팀장에 따르면 현재 충청남도는 고탄소 산업군의 영향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전국 1위(22%) ▲석탄발전소 59기 중 29기 보유(전력 자립률 228%, 수도권 등 외부 송전 56.1%) ▲초미세먼지 전국 최대 배출 ▲송전시설 지중화율 전국 최저(1.4%) 등 환경적 피해는 물론 경제적‧신체적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충청남도 내 석탄화력발전소 29기 중 14기가 폐지될 예정으로, 지역경제 위축 및 고용 위기, 인구 소멸 등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유 팀장은 충청남도가 △전국 최초 탄소중립경제 특별도 선포(탄소중립의 지속적 유지를 위한 '에너지, 경제‧산업, 사회' 구조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 신(新)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경제 시스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발의 및 제정 △석탄화력발전 폐지지역 지원(폐지지역 세수 보전, 정의로운 전환 기금 조성 및 운용,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대응TF) △탄소중립경제를 위한 협력 등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탄소중립경제 실현을 위해 다양한 정의로운 전환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충청남도 탄소중립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에너지(온실가스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 ▲산업구조(저탄소 친환경 스마트산업단지 전환) ▲농축산(탄소 순환형 농업단지 조성,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 ▲수소(수소터빈 시험연구센터 구축, 세계 최대 블루수소 플랜트 구축) ▲탄소포집(탄소포집활용 실증지원센터 구축) 등 부문별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충청남도가 2045년까지 탄소중립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성적·정량적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포부를 전했다.
다음으로 안예현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지역 기반의 정의로운 전환: 쟁점과 과제'에 대해 발제를 이어 나갔다. 안 연구위원은 기후변화 취약성의 일반적인 개념(기후노출+민감도-적응력)을 탄소중립 전환에 맞춰 재구성하며 '탄소중립 전환 취약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탄소중립 전환 취약성은 △지역배출량이 많으며 △탄소중립 전환의 영향과 지역 부담이 크고 △탄소중립 전환에 대한 지역 대응이 약한 지역을 뜻한다. 안 연구위원은 이 개념을 활용해 토론 주제를 제안하고,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보령, 단양, 제주, 전주의 지역사례를 분석했다.
먼저 '탄소중립 목표는 지역에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질문으로 보령시 사례를 살펴봤다. 보령시는 국가 주도의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는 도시로, 시 정부와 민간 협력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신산업에 대한 지자체 및 지역주민 간 시각차가 존재하며, 인구 및 세수 감소와 열악한 교통 여건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안 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기회로 활용하는 신안군의 사례를 소개했다. 신안군은 전국 최초로 2018년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하고, 조례에 따라 섬당 1개의 주민조합 설립, 발전 지역에서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일수록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11월 기준, 9,503명의 주민이 분기별 22만 원에서 240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으며, 7년 만에 인구수가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보고됐다. 안 연구위원은 이를 "에너지 시설로 인한 특정 영향의 공간적 범위를 명확히 구분한 다음, 인센티브와 연계했기 때문에 수용성을 제고하고 지역 쇠퇴에 대응할 수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의로운 전환은 국가 주도인가, 지역 주도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국가의 사회적 의제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크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단양군의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시멘트 산업이 핵심 산업인 단양군의 경우 폐기물산업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향후 영향에 대한 조사가 미흡할뿐더러, 소멸 위기 지역이 전국 단위의 폐기물 처리장화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안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정책에 있어 환경적 영향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지만 소외 시 되는 경향이 있다"고 첨언했다.
다음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선제 대응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제주도의 사례를 살펴봤다. 관광업이 주를 이루는 제주도는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보급함으로써 정의로운 전환 시범 지역으로 주목 받아왔다. 하지만 렌터카로 인해 수송 부문 에너지 배출량이 많아 감당하기 어려우며, 교통 체증이 증가해 오히려 에너지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었다. 안 연구위원은 정의로운 전환에 있어 내연기관차 산업은 이른 대응이라 판단했으며, 오히려 주유소 업계에 총량제 정책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또, 지역사회나 시민사회의 경우 대중교통 체제 개편 및 도시 공간 구조 재편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며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지역 기반의 정의로운 전환이 다룰 적절한 부분과 범위'에 대해서는 어떤 이슈를 제기해 볼 수 있을까? 안 연구 위원은 전주시의 사례를 언급했다. 안 연구위원은 현재 지자체 지역 부담 대응 범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어려워하는 부문으로 건물과 수송 부문을 말하며 "건물 부문이 지자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 전환 논의에서 빠져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에너지 감축 부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지역 산업과 연계돼야 하지만 지자체의 예산 및 인력 부족으로 사업 계획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부연했다.
안 연구위원은 발제를 마무리하며 "탄소중립 전환은 범위가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다"며 실제 지역 산업 종사자, 기업체, 지역 주민,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대가 모두 다르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전체적으로 지역 현안이 무엇인지, 탄소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들의 이해가 공통으로 증진될 필요가 있다"라고 부연했다.
발제 후에는 안 연구위원이 제안한 토론 주제와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패널의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