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의 즐거움] 채식은 나·동물·환경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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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의 즐거움] 채식은 나·동물·환경의 '사랑'입니다!
'채식'의 즐거움
권빛나리 채식평화연대 사무국장, 박상진 비욘드넥스트 대표, 박승희 kt alpha 채크인사업팀 대리, 이의철 LG 기술연구원 부속의원장, 전범선(밴드 양반들 보컬) 인터뷰
  • 2023.03.06 18:30
  • by 이새벽 기자

무언가에 몰두하고 집중하여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 새로운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 친구들과 함께하는 운동의 즐거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곳을 찾는 여행의 즐거움 등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우리는 매일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완벽한 삶속에서 어떤 절망감도, 고민거리도, 단점도 없을 때만 즐거움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순간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라이프인은 시작을 즐기면서 열자는 의미로 'OO의 즐거움'을 올해 첫 기획 주제로 정했다. 즐거움을 원한다면 기다리지 말고 찾아나서 보자. 즐겁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 [편집자 주]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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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가 되면 연간계획에 빼놓지 않는 것이 다이어트다. 다이어트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과 함께 채소 위주의 식단을 병행하며 체중을 관리한다. 비건(Vegan), 락토(Lacto), 오보(Ovo), 페스코(Pesco) 등 채식을 단계적으로 구분하는 용어가 알려질 정도로 요즘 채식이 유행하고 있다. 그중에는 건강 이외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사람의 고기 섭취를 위해 동물을 도살하지 말자는 동물권 보장의 입장에서 채식을 하고, 소와 같은 반추동물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를 줄이자는 취지의 기후행동으로 채식을 하기도 한다.  

나의 건강을 비롯해 동물과 환경 보호를 위해 채식은 고려할만 하지만 치킨과 삼겹살을 사랑하는 한국인이 채식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채식을 꾸준히 유지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을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채식 리더들로부터 채식하게 된 동기와 채식을 하면서 느낀 즐거움, 채식 관련 조언 등을 청해 들어봤다. (성명 가나다 순)

 

"모든 생명이 평안한 세상 함께 만들어요!" 
권빛나리 채식평화연대 사무국장 

▲ (왼쪽부터)채식평화연대, 권빛나리 채식평화연대 사무국장. ⓒ채식평화연대
▲ (왼쪽부터)채식평화연대, 권빛나리 채식평화연대 사무국장. ⓒ채식평화연대

비영리단체 채식평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빛나리(Narita)입니다. 어릴 때는 고기를 먹는 것이 흔치 않기에 고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고기를 먹고 나면 복통 등 불쾌한 신체증상이 뒤따랐어요. 

어머니의 영향으로 아힘사(ahimsā, 불살생을 의미하는 인도 종교의 기조 사상)’의 개념을 알게 되면서 생명을 먹지 않는 식생활로 연결됐어요. 그러나 당시 재학 중인 학교에서 단체 급식을 시행하고 있어서 채식을 선택할 수 없었고 우유급식도 따라야만 했습니다. 이후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야식으로 치킨과 치즈가 늘어나는 피자를 먹는 와중에 그 순간이 행복으로 느껴지지 않고 동물의 존재가 떠올랐습니다. 그때부터 진정한 채식의 길에 들어선 것 같아요. 
  
흔히 채식 및 채식주의자들을 여러 단계로 나눠 이해하고 구분하는데요. 이 방식은 유용한 면도 있으나 채식평화연대는 동기와 실천을 더 중시합니다. 환경, 동물, 건강, 신념 등 저마다의 이유로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커뮤니티 '평안이들(The Peaceful Vegans)'은 ▲채며들기(채식에 스며들기) ▲비건으로 깡총: 토끼처럼 하늘풀밥 한달살이 등 다양한 비건 챌린지에 도전합니다. 동물의 권리에 대해 사유하고 행동하자는 거리 캠페인 ▲진실의 큐브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채식을 실천하고 싶으시다면 자주 가는 카페에서 우유 대신 식물성음료(귀리유, 아몬드유 등)를 주문해 보세요. 또는 구내식당의 영양사, 조리사 선생님들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실천으로 채식을 한다고 슬그머니 말씀드려 보세요. 환경 가치에 공감한 분들로부터 당신의 목소리는 변화로 돌아올 것입니다. 채식 도시락을 준비하고 그걸 공공연한 자리에서 꺼내어 보세요. 손이 크거나 솜씨가 좋다면 넉넉하게 마련해 주변 분들과도 나누어 보세요. 맛있으면 다들 좋아합니다! 


"올바른 식사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껴보세요!" 
박상진 비욘드넥스트 대표
 

▲ (왼쪽부터)채식한끼 앱 화면, 박상진 비욘드넥스트 대표. ⓒ비욘드넥스트
▲ (왼쪽부터)채식한끼 앱 화면, 박상진 비욘드넥스트 대표. ⓒ비욘드넥스트

'채식한끼'를 운영하고 있는 박상진입니다. 채식한끼는 채식 식당 정보, 채식 레시피, 채식 콘텐츠 등 다양한 채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채식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서비스입니다. 

채식은 즐겁습니다. 나 자신이 건강을 위해 올바른 식사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고, 지구와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죠. 

저는 군대에서 '음식혁명'이라는 책을 읽고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먹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책을 통해 채식이 육식보다 더 건강한 식사라는 것과 한 끼의 식사가 지구 환경과 동물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 16년 동안 채식을 지향해왔습니다.  

채식을 하면서 직접 느꼈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채식한끼'를 만들었습니다. 외식하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채식이 어려워져서 식당의 채식 메뉴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품을 구매할 때는 성분표를 보고 채식에 해당하는지 한참 살펴보는 것도 불편했기에 순식물성으로만 구성된 상품을 찾아 큐레이션하고 판매하게 됐습니다.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신 고객 분이 "채식한끼 덕에 제대로 된 채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씀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 번에 모든 식사를 채식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일주일에 한 끼, 하루에 한 끼 이렇게 점차 채식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방식이 좋습니다. 

 

"고기 못 먹는 괴로움보다 환경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이 좋다!" 
박승희 kt alpha 채크인사업팀 대리

▲ 채크인 앱 화면. ⓒkt alpha.
▲ 채크인 앱 화면. ⓒkt alpha.

'채식을 쉽고 즐겁게!'라는 모토 아래 채식 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채크인사업팀입니다. 1년간의 베타테스트를 거친 끝에 올해 1월 채식 챌린지, 채식 모임 기능을 중심으로 한 채식 커뮤니티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흔히 까다롭다는 편견을 가지기도 하는데요. 고기를 안 먹어서 예민해진 거라고 오해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웃음) 하지만 저는 오히려 채식을 하게 되면서 나 자신만 생각하기보다는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공동체적인 관점을 가지게 됐어요. 예를 들어 메뉴를 고를 때 나 자신과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식단을 선택합니다. 고기를 못 먹는 괴로움보다는 나의 작은 실천 덕분에 건강하고 깨끗해질 미래를 꿈꾸며, 채식이 주는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오롯이 느끼고 있습니다.

저희 채크인사업팀은 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해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채식 신사업을 처음 발제한 PO(Product Owner, 제품 책임자)님은 빵을 너무 좋아하셔서 비건빵을 접한 이후 채식에도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마케터(Marketer)님은 평소에 가까운 거리 걸어 다니기, 배달음식 줄이기, 다회용기 사용하기 등 일상에서 환경보호 활동을 실천하고 계셨는데, 채식이 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하게 되셨다고 해요.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채소부터 유제품, 계란, 해산물 정도까지 섭취하는 채식주의자를 의미)이신 PO님을 제외한 채크인 사업팀원들은 대부분 플렉시테리언(Fexitarian, 플렉시블(flexible)과 베지테리언(vegerarian)의 합성어로, 상황에 따라 육식을 겸하는 유연한 채식주의자를 의미)으로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채식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던 본부장님께서도 채식을 실천하고 싶다고 하셔서 월요일 점심때마다 함께 샐러드를 먹었는데요. 오후 3~4시쯤이 되자 다들 허기져서 탕비실 내 간식을 모두 털어먹었던 일이 기억나요. 

아무래도 한국은 젓갈, 육수 등 전반적으로 고기를 활용한 식문화 때문에 생활 속에서 완전한 채식을 실천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불완전한 '비덩[비덩어리주의(非덩어리主義)]'을 실천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비덩'은 삼겹살, 제육덮밥 등 덩어리 고기 섭취를 지양하는 방식이에요. 눈에 확연히 보이는 고기는 먹지 않고, 잘 보이지 않는 고기만 먹는 것으로 타협하면서 조금씩 소소하게 채식을 실천해보세요.  

 

"만성질환, 채식으로 개선해보세요!"
이의철 LG 기술연구원 부속의원장

▲ 도서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표지. ⓒ니들북
▲ 도서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표지. ⓒ니들북

저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국제생활습관의학보도전문의며, 현재는 LG 기술연구원 부속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2년 전부터 자연식물식을 해왔고, 2021년 2월에는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채식이 주는 즐거움은 '깨달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람의 건강이 악화되는 원인은 대부분 잘못된 식습관에 있는데, 제가 채식하면서 현대인들이 왜 병드는지, 어떻게 하면 다시 좋아지는지 알게 됐어요. 

의사로 환자를 진료하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채식을 몰랐을 때에는 수치에 따라 약을 먹게 하는 것이 제 일의 전부였어요. ‘약을 먹어도 개선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나? 명색이 의사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의욕이 상실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채식을 하면 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사라진다'는 내용의 책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처음에는 납득이 안 됐지만 사례를 보면 효과가 있는 것 같았죠. 채식은 특별히 부작용도 없으니 '채식을 치료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내가 나에게 실험해서 확인해보자!'라는 생각으로 2011년에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채식이 처음에만 낯설지 아주 단순해요. 별도의 채식 음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요. 지금 먹는 음식에서 고기나 생선, 달걀, 우유만 안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차려진 음식에서 채소만 골라먹기를 먼저 시작해보면서 동물성 단백질을 안 먹는 것만으로도 몸의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식사하면 미각이 살아나요!" 
전범선(밴드 양반들 보컬)
 

▲ 전범선(밴드 양반들 보컬). 본인제공.
▲ 전범선(밴드 양반들 보컬). 본인제공.

저는 '양반들'이라는 밴드의 보컬이고, '동물해방물결'이라는 동물권 단체에서 철학 관련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철학자 피터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의 동물해방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인간이 다른 인간을 때리거나 죽이면 안 되는 이유는 고통을 느끼기 때문인데, 이점은 동물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비인간인 동물을 함부로 착취하고 학대하는 것은 생물학적 종(種)차별이다'라는 주장에 윤리적·논리적으로 설득돼서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채식은 식물이 재생산을 위해 퍼뜨리는 열매를 받아먹는 것으로 주는 사랑에 대한 감사로 이어지는데, 육식은 동물의 고통과 죽음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피하고 싶습니다. 현재 '동물해방물결’이라는 동물권 단체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제 주변에는 저와 비슷한 생각으로 채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채식하면서 식재료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됐어요. 몽골에서 살면 시야가 넓어지고 시력이 좋아지는 것처럼 말예요. 채식은 식재료의 향미를 살리는 방식으로 단순하게 요리하기 때문에 육식으로 과부하(過負荷)됐던 장기들이 살아납니다. 지금은 실수로라도 동물성 식품을 먹게 되면 속이 안 좋아요.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상태는 그만큼 과부하된 거죠.  

우리는 고기에 중독된 사회에서 태어나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각자 채식을 하는 목적이 있을 텐데, 저에게 채식의 목적은 '탈(脫)육식'입니다. 처음부터 아예 고기를 안 먹는 것은 쉽지 않을 거예요. 내 건강, 지구건강, 동물 건강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목표를 설정해 고기 섭취를 줄여나가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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