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으로 돌봄에서 치유까지 잇는 '케어파밍(Care Far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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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으로 돌봄에서 치유까지 잇는 '케어파밍(Care Farming)'
라이프인 주제가 있는 대화, '돌봄과 농업이 만날 때' 진행
  • 2023.02.28 15:30
  • by 정화령 기자

이제 도시에서 흙을 밟는 건 특별한 일이 됐다. 어린이 놀이터는 흙과 모래 대신 우레탄이 깔려있고, 어른들은 텃밭의 향수를 도시농장에 가서 달랜다. 그만큼 농업과 도시의 삶은 거리가 멀어졌다.

농업의 근본 목적은 농산물 생산에 있지만, 식물을 키우기 위해 매일 하는 행동들은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장애인, 치매 환자, 약물 중독자 등 사회적 약자가 격리되지 않고 동물을 돌보고 식물을 재배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힘을 키우고 관계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이러한 '케어팜'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라이프인은 2월 '주제가 있는 대화'에서 농업과 돌봄의 만남을 주제로 '케어파밍(Care Farming)'에 대해 바흐닝언케어팜 연구소 조예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 김찬호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찬호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행사를 진행한 라이프인 김찬호 이사장은 "한국은 오랫동안 농경 국가였지만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도시에 살기 시작하며 우리에게 농업‧농사가 낯설어졌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 귀농하며 다시 농업에 관심이 조금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어파밍'이라는 새로운 농업과 농사의 형태를 배워 보고자 한다"고 배경을 이야기했다. 

케어파밍은 일상적인 농업 관련 활동을 통해 신체‧정신적 웰빙이 증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치유농업법)'을 제정하고, 치유농업의 날을 기념하는 등 그 개념이 확산하고 있다. 조예원 대표는 "치유농업이나 사회적농업의 개념과는 달리 생산적 기능보다는 인간의 삶과 건강에 도움이 되게끔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건강이나 사회적 환경 조성, 보건, 복지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조예원 대표
ⓒ조예원 대표

소셜파밍, 케어파밍 등 용어는 조금씩 달라도 유럽에서는 이미 많이 확산해 있으며, 특히 네덜란드에서 가장 활발하고 체계적으로 발달해있다. 네덜란드에서 보건사회학을 전공한 조 대표는 "여러 나라 상황에 따라 지향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 뿌리는 같다"라며 농업에 참여할 때 발생하는 효용을 강조했다. 유럽에서도 시설 수용 정신장애인의 복지 영역에서 먼저 제안되어, 농업 분야와 협업으로 발달하게 됐다. 그녀는 "농가의 또 다른 소득 활동으로 볼 수도 있고, 일자리 문제 개선방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더 나은 복지서비스나 사회통합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는데,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걸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 조예원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조예원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케어파밍이 단순한 체험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에게 도움이 되려면 지속적인 운영도 중요하다. 네덜란드 케어팜의 가장 큰 특징은 돌봄 시설의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간호 자격을 가진 인력과 사회복지사 등이 농장에 상주해야 하며, 전문시설로 인정받아 공공으로부터 보건복지 급여를 지원받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발달장애인이나 노인뿐 아니라 번아웃 증후군이나 우울증 등 일시적인 질환을 앓는 사람들도 많이 이용한다. 그리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함께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렇게 다양한 케어팜 이용자가 농장에서 모든 활동을 함께 한다. 그 결과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작은 농장 일에 성취감을 느끼고 그곳의 평등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사회성을 기른다. 또한 대부분 실내 활동을 하는 노인 요양 시설에 비해 활동량이 많다는 장점도 있다"라며 참가자의 삶에 도움을 주는 케어파밍의 효과를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치유농업법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국한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치유산업의 한 부분으로 육성하고 있어, 치유 효과를 검증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개발하는 일이 많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농업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돌봄 교육 고용과 같은 서비스를 공급한다'고 정의하는데, 치유농업과 내용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설명을 마친 후 "케어팜은 어느 정도 규모가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조 대표는 "네덜란드에서는 비교적 소농에서 많이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인원은 꼭 소규모여야 한다. 개인적인 관심과 돌봄이 있어야 정서적 효과가 나타나고, 유지가 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3~40명이 방문해도 그룹 활동으로 진행하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사례를 묻는 질문에는 경상북도 경산의 '바람햇살농장'과 충청북도 진천을 소개했다. 대추를 생산하는 바람햇살농장은 치유농업을 하는 경작지를 따로 마련해서, 시각장애인‧지적장애인‧특수학급 학생‧치매안심센터 등 매일 다른 그룹이 체험 방문하고 있다. 방문층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수확물을 지역 장터에서 판매도 하는 등 성취감을 높이고 치료의 측면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진천군은 복지과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케어팜을 연계하여, 군의 농업기술센터 내 농지를 활용하는 특이한 사례라 설명했다. 
 

ⓒ바람햇살농장 홈페이지
ⓒ바람햇살농장 홈페이지

또한 "국내나 해외의 케어팜에 방문하는 경우 그곳은 관광지가 아니고 장애가 있는 분들이 많으므로, 대규모 방문해서 투어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 방문했으면 한다"라는 당부의 이야기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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