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아온다. 라이프인은 '범상치 않은 수다회-범 내려온다', '대전환을 위한 발상의 전환, 대환(換)장 수다회'에 이은 세 번째 수다회 '더(The) 괜찮은 수다회'로 2023년의 포문을 열었다. '잠깐, 우리 얘기 좀 할까?'라는 주제로 진행한 이번 행사에는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좌장),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서동재 리워크컨설팅(ReWork) 컨설턴트, 이경원 사회투자지원재단 연구원, 이예나 HBM사회적협동조합 연구원(이상 패널, 이름 가나다순)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적경제조직의 조직문화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했다. [편집자 주]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강력한 팀을 만들고 기업이 생존‧성장할 수 있는 비결로 '심리적 안정감'을 제시했다. 대부분 조직에는 침묵이 만연해 있다. 아이디어를 내거나 문제를 제기했을 때 조직은 장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목소리를 낸 개인에게는 혜택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위계적‧관료적 조직문화는 빠르게 변하는 불확실한 시장에서 조직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리적 안정감은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에이미 교수는 ▲업무 프레임을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존중하고 그로부터 학습하기 ▲토론의 구조와 절차를 만들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문제 제기의 가치를 인정하고 생산적으로 반응하기로 실천 방안을 정리했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목소리가 중시되는 조직을 만들어 구성원 간 기대와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영리기업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대안경제 영역에서 태어난 사회적경제는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이 주체적인 일터를 만들며 성장했다. 경제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하는 사람들의 ‘내적 동기’와 ‘만족감’이 중요한 태생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은 일터에서 SOCIAL을 실감하고 있을까?' 이 질문을 던지면서 라이프인은 올해 새롭게 사회적경제의 조직문화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조직문화는 소속된 사람의 생애 진로와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 크게는 삶의 방식과도 연결된다. 사회적경제의 자생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건강한 문화에 대해 꾸준한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한 해 동안 지속가능한 삶과 지속가능한 활동이 가능한 조직문화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걸 목표로, 그 시작을 2023년 라이프인 수다회로 열어보았다. 건네는 사람은 편하지만, 막상 들으면 부담되는 말 "잠깐, 우리 얘기 좀 할까?" 이 질문이 누구에게나 편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가능성을 듣고 싶었다. 나눈 이야기의 일부 내용을 기사로 소개하며, 수다회 영상은 유튜브 "잠깐, 우리 얘기 좀 할까?"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잠깐, 우리 얘기 좀 할까?" 1부｜더(The) 괜찮은 수다회
[참가자 소개]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 : 학생운동을 거쳐 시민사회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을 하다 협동조합 분야에 몸담았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와 쿱비즈협동조합을 거쳐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까지 비영리 조직과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서동재 ReWork컨설팅 컨설턴트 : 한살림생협에서 11년 동안 근무하며 조합원 교육과 인사관리 등 설립지원 업무를 맡았다. 주로 물 밑에서 일해왔다고 생각하며 현재도 조직 관리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경원 사회투자지원재단 연구원 :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였고, 학문으로 접한 사회적경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하는 중이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네트워크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예나 HBM사회적협동조합 연구원 : 몬드라곤의 MTA 프로그램을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변화를 느끼고, 새로운 조직문화를 확산하는 중이다.
(좌장)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 : 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로 사회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글쓰기와 강연을 하고 있다. 과거 서울시대안교육센터와 교육센터 마음의 씨앗 부센터장을 맡아 5년 동안 운영했다.
사회적경제의 가치, 일하는 우리는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을까?
조직이 바람직하고 사회에 필요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과 구성원이 만족감을 느끼는 건 다른 문제이다. 김찬호 이사장은 구체적으로 "조직문화가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참가자는 공통으로 '도움이 되지만, 민주적 의사결정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극복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 컨설턴트는 "전략을 명확하게 세워야 구성원의 기여도를 파악하기 쉽다. 많은 사람이 경영에 참여하여 민주적으로 운영하지만 전략적 의사결정은 어려워한다"라며 사경 조직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를 이야기했다. 이경원 연구원도 "많은 회의가 피로도를 높이고, 새로운 제안을 관철하기 어렵기도 하다. 민주적 의사결정의 틀은 있지만 내용이 그만큼 녹여져 있지는 않다"라고 지적했다.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경제적 보상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념과 가치를 우선해서 유입된 사람이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가치 지향적인 부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예나 연구원은 "조직은 개인에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데, 민주적인 문화가 항상 성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돈보다 다른 가치를 찾으러 온 곳인 만큼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금전적 보상보다는 정확한 피드백과 소통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강 센터장은 "사회를 혁신하려면 조직문화도 다른 곳을 따라가는 게 답은 아니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치열하게 논의하고, 정체성을 영리기업에도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목표로 모인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적게 받아서 적게 일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이윤을 추구하는 곳은 오히려 구성원의 욕구를 맞추기 쉽다"라며 구성원의 욕구가 다양한 만큼, 민주적인 운영을 재정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빨리 가야"
그러면서 강 센터장은 조직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은 최대한 민주적으로 하되 사업의 집행은 효율적으로 해야 함을 강조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만 방향을 잘 잡으면 사공이 많으니 빨리 가야 한다. 이런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앞으로 경영 관점에서 연구와 논의가 더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 주제에 대해 서동재 컨설턴트는 "개개인이 권한을 행사하는 게 효과적이다. 회의에서 의견을 모아도 담당자가 최종 판단을 할 수 있는 문화라면 성과를 더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성과를 단순 실적으로 오인하지 않고 우리 조직만의 성과 판단 기준을 만드는 게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열쇠가 될 것"이라 말했다. 성과에 대해서 이경원 연구원도 동의하며 "사경분야의 사회적 가치를 정리해달라는 요구가 있다. 성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부분에서 심적으로 불편함을 느낀 적도 있지만, 시장과 소통하고 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성과 점검은 꼭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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