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기후위기, 커뮤니티 중심의 다양한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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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기후위기, 커뮤니티 중심의 다양한 접근 필요
기후위기, 범상치 않은 수다(秀多)회
  • 2021.01.08 12:00
  • by 이진백 기자
18:40

 

우리 사회에는 해결해야만 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좌절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고, 그를 위한 논의는 계속된다. 라이프인은 2021년 소셜솔루션 미디어로서의 개편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다룰 이야기가 어떤 방향을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따라 지난 연말, 우리 사회에 솔루션이 필요한 세 가지 분야 ▲사회혁신 ▲기후위기 ▲지역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눠보는 '수다회'를 마련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한몫을 했던 이날치밴드의 '범내려온다' 속 호랑이의 발걸음처럼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를 기대한 이 행사에서, 우리는 '범상치 않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자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초청해 우리 사회의 문제와 그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라이프인의 수다회 '범 내려온다'에는 본지를 후원하는 후원독자들이 사전 신청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도 해 더욱 뜻깊었다. [편집자 주]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입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죠?"

그레타 툰베리는 유엔(UN)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 앞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기성세대를 질타했다. '당신들이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망치냐', '이런 권리가 당신들에게 없다'고. '기후위기 운동의 얼굴'이자 '미래 세대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17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유엔기후행동 정상회담의 연단에 서서 이렇게 외쳤다.

2018년 스웨덴을 강타한 200여 년 만의 폭염과 기근은 당시 중학생에 불과했던 어린 그레타를 환경운동가로 나서게 했다. 이후 탄소 배출량 감축을 주장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을 진행했는데, 이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되며 기후변화 행동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등교 거부 시위로 이어졌다. 미래 세대는 불안하고 절박하다. 이들의 외침에 기성세대는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회적경제 미디어에서 소셜솔루션 미디어로 새롭게 변신하는 라이프인은 지난달 2일 본사 회의실에서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는 집담회 '범내려온다, 범상치않는 수다(秀多)회'를 개최했다. 수다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방역수칙을 엄격하게 준수하며 진행됐다.

김아영 소비자의정원 대표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날 수다회는 박원정 러쉬 코리아 이사, 송성희 십년후연구소 대표, 이미옥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수다회에서는 기후위기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 분야 현장의 캠페인 활동 및 대응사례와 본인의 경험담 등을 공유하고, 기후위기 문제 해결의 참여 방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 기후위기 시대 문제해결의 주체(시민·기업·정부)의 역할,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참여자들은 "기후위기는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이다. 기후문제를 위기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상생활 속에서 매칭(matching)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문제해결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해결방법이 있다. 수많은 문제해결 방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특히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정부나 기업을 한시라도 빨리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데 공감했다.
 

▲ 기후위기 수다(秀多)회에 참여한 참석자들. 사진 왼쪽부터 김아영 대표, 박원정 이사, 송성희 대표, 이미옥 이사, 오기출 상임이사.   
▲ 기후위기 수다(秀多)회에 참여한 참석자들. 사진 왼쪽부터 김아영 대표, 박원정 이사, 송성희 대표, 이미옥 이사, 오기출 상임이사.   

기후위기 수다회의 시작은 사회를 맡은 김아영 소비자의정원 대표가 열었다. 참여하고 행동하는 소비자의정원은 아이쿱생협의 자원활동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이 사업의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협동조합을 넘어서 시민운동의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 보자는 취지로 설립된 시민운동 단체이다. 소비자정원은 지난 2년 동안 GMO 완전표시제, 공정무역, 플라스틱 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가지고 활동해 왔다. 현재는 생산자, 소비자, 기후위기 연구자, 혁신기술자 등 모두가 모여 지구를 더욱 '쿨하게' 만들기 위해 '소비자기후행동'이라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향후 캠페인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조언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 박원정 러쉬 코리아 이사.
▲ 박원정 러쉬 코리아 이사.

"동물과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동참"

친환경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 코리아의 캠페이너이자 총괄이사인 박원정 이사의 별칭(別稱)은 폭스(Fox)다. 러쉬 코리아는 서로 닉네임으로 호칭하는데, 닉네임은 러쉬의 제품명을 따서 짓는다.

본인을 '러쉬 덕후'라고 소개한 박원정 이사(Fox)는 기업의 사회적 미션을 기후위기의 해결 방법으로 제시했다. 박 이사는 "사회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윤리적 의무와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위한 이윤 추구는 서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러쉬는 하나의 기업이기 이전에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일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브랜드 창립 이래로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동물과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러쉬 비즈니스가 정말 중요하다는 브랜드 미션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1994년 영국 남부의 풀(Poole)이라는 항구도시에서 시작된 러쉬는 '동물과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이란 철학과 신념을 고집스럽게 이어온 브랜드로, 신선한 자연 성분을 원료로 사용하고, 포장 없이 제품을 판매하거나 과대포장을 줄이고 재활용되는 지속가능한 포장(재활용이 가능한 용기 사용과 수거 후 재생산)으로 포장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등 모든 사이클에 있어서 지구 환경문제를 중요시한다. 

러쉬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러쉬는 '네이키드'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입시다'라는 메시지를 외쳐왔다.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고 네이키드(GO! NAKED!) 캠페인이다. 2007년 영국에서 포장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줄이려는 노력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09년 지구의 날에 맞춰, 앞치마만 두른 채 대학로 주변을 행진하며 첫 '네이키드'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외에도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플라스틱 줍깅(PLASTIC GRAP, '줍깅'-조깅과 줍다의 합성어) 등 지구 환경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러쉬는 광고를 진행하지 않는다. 광고비용을 아껴 원재료를 수급하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거나, 풀뿌리 비영리조직과 활동가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 대표적 사례가 '채러티팟(Charity Pot) 후원'이다. '채러티팟' 제품의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금 전액을 환경보호와 동물보호, 인권 등을 위해 활동하는 소규모 비영리단체 후원에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시작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재시행 법안 통과에 앞장선 '여성환경연대', 비치클린을 통해 제주바다를 보호하는 '세이브제주바다', 분리배출 이후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을 추적하는 '쓰레기여행' 등 67개 단체에 10여억 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박 이사는 "러쉬는 작은 것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일단 해보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액체형 제품에 사용하는 블랙 팟(Black Pot) 용기(100% PP 소재)를 매년 28만 개에서 30만 개를 회수하는데 이는 5.3톤의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고 2.5톤의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있다"라며 "이 모든 것이 고객과 함께 만드는 변화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이미옥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 이미옥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부터,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힘"

과거 공정무역 아름다운커피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었던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미옥 이사는 '기후위기 시대의 푸드솔루션'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농업과 축산업으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솔루션에 관해 연구소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미옥 이사는 "농업과 식품체계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영역이기도 하다. 지속적으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고 지구의 땅과 숲, 강과 바다를 파괴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변화해야 할 때"라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농업과 축산, 식품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식습관과 삶의 방식을 서서히 또는 과감하게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1/4을 배출하는 농업(24%) 부문의 대부분은 축산업(18~20%)에서 발생한다. 이는 교통 부문의 총량보다 높아 UN에서도 전 지구적 육류 생산 및 소비 방식의 변화 없이 기후위기 극복은 불가능함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초 베를린에 3개월간 체류하면서 비건에 관해 학습하였다는 이미옥 이사는 "기후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은 비건(채식)"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이냐를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 푸드솔루션을 이야기하는 기업들이 생산하는 식품이 좋은 식품인지, 그리고 미래를 위한 우리 먹거리 생산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논의를 거쳐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각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포장재다. 이미옥 이사는 독일의 경우 포장재의 유통, 회수, 고품질 재활용에 책임을 지고 있으며, 기업들은 사용한 패키지에 대해 얼마나 사용하고 저감하고 있는지 등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도입 이전에는 생산자가 제품을 생산해 이를 판매하는 시점까지만 책임을 지고, 제품 사용 후 발생된 폐기물은 소비자와 지자체가 처리했다. 지금은 생산자가 발생되는 폐기물 회수와 재활용까지 주도하도록 생산자의 책임이 확대됐다. 이는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효과적 규제와 효율적 관리를 위해 제품의 설계, 포장재의 선택 등에서 결정권이 가장 큰 생산자가 재활용 체계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이미옥 이사는 플라스틱은 최소한으로 포장하고 나머지는 종이로 포장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좀 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포장하도록 소비자가 압력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 송성희 십년후연구소 대표.
▲ 송성희 십년후연구소 대표.

"바꿀 것인가, 바뀔 것인가(Change or to be changed)"

송성희 십년후연구소 대표는 극단적인 환경 변화가 우리 삶에 위협이 되기 시작하면서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십년후연구소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연구소다. 지속가능한 삶과 관계성 회복을 고민하던 2012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현장에서 연구되면서 위기상황이라 인식, 기후변화에 관한 활동을 집중하게 됐다.

십년후연구소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쿨루프 프로젝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쿨루프 프로젝트'는 옥상에 흰색 차열 페인트를 도색하는 활동으로 이를 통해 태양광의 복사열을 반사해 실내 온도를 낮추고 유지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열섬현상 완화 등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활동이다.

송 대표는 "기업이나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재생에너지) 사업은 아주 큰 규모나 대단한 기술, 또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지만 페인트를 칠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라며 "쿨루프는 인구가 주거하는 도시 공간에서 지구 알베도(지표면이 태양열을 반사하는 정도)를 높이는 아주 긴급한 활동이고 또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우리집도 시원해지지만 지구도 쿨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와 연결된 아주 큰 문제이다. 십년후연구소는 DIY형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CAC라는 업체와 함께 논의해서 '은하수' 공기청정기를 만들었다. 재료, 제조 과정 등을 최소화해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헤파필터 위에 컴퓨터에 쓰이는 쿨링팬을 올린 게 전부다. 필요없는 것은 과감히 생략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케이스도 없앴다. 송 대표는 "크고 심각한 위기일수록 같이 해결해야 풀리는 일이 많다. 지구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해결의 대안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은하수를 많은 사람들과 같이 쓰게 되면서 세상에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덜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고, 그 위로의 힘으로 또 다른 일을 찾아 나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기가 필요없는 자연 여과 방식의 정수기인 브리타 정수기를 소비자는 일회용 생수 페트병의 '대안'으로 찾았다. 그러나 브리타도 활성탄·이온교환수지의 성능이 떨어질 때쯤 플라스틱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네 칸의 검은색 바가 모두 사라지면 필터를 교체할 때다. 독일·영국 등 해외에 있는 브리타는 1992년부터 필터 수거·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사용한 필터를 각국 브리타 본사에서 회수해서 재활용한다. 회수 방법도 간단하다. 매장에 있는 회수함에 다 쓴 필터를 집어넣거나 헌 필터를 모았다가 착불로 브리타 본사에 보내면 된다. 하지만 브리타코리아는 수거·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다. 필터는 플라스틱 케이스와 내용물을 분리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플라스틱을 버리지 않으려고 브리타를 쓰는데 왜 또다시 버려야 하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필터 알맹이만 바꾸면 되는데...' 송 대표는 고민 끝에 행동에 나섰다. 십년후연구소는 지난해 8월7일부터 12월5일까지 '브리타 어택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정수기 업체 브리타코리아는 올해부터 '플라스틱 폐필터 수거·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다 쓴 필터를 모아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송 대표는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이다잠시의 관심이 아닐 것이다. 지구 단위의 문제가 개인의 삶의 지속성, 연속성, 구체적인 계획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정부도 기업도 개인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며 "능동적으로 바꿀 것이냐, (강제로) 바뀔 것이냐의 갈림길에 있다.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주어진 것에서 선택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이제는 요구까지 하게 된다. 기업도 접근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어떤 가치를 얻고자 하는지 가치 목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로 지구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기후문제 해결의 초점은 공동체(community) 접근이 중요"

(사)푸른아시아는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아시아를 만들기 위해 지난 22년 동안 몽골·미얀마 사막화 지역에 축구장 1,500개 규모의 나무를 심어 사막화 방지에 일조했다. 푸른아시아는 나무만 심는 단체는 아니다. 푸른아시아는 기후변화에서 안전한 아시아와 지구를 만들어 가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사업, 사막화·황사 방지사업, 국제개발협력사업, 글로벌 컨버넌스 모델사업, 시민외교사업 및 국제지역개발,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기후위기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공동체(community)'이다. 오 상임이사는 "공동체의 어원은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함께 하는 것'이라며, 푸른아시아의 관심사는 기업이나 정부보다는 공동체에 있다"고 말했다. 

오 상임이사는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7년 5월 출간된 이 책은 몽골에서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유목민들이 대대로 살아왔던 초원이 사막으로 변해 황폐화된 후,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오랜 세월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통해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초원이 사막으로 황폐화되면서 몽골 유목민들이 초원 대신 대도시 쓰레기장 근처의 난민촌으로 몰려들며 어떻게 환경 난민이 됐는지, 또한 어떻게 '푸른 아시아'와 함께 극복하고 있는지, 생태 회복에 관한 NGO 활동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푸른아시아는 지난 2014년 기후위기 대응 NGO 활동으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에서 수여하는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The First Prize of Land for Life Award)을 받았다. 이 상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2012년부터 매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토지관리(SLM)에 관련된 활동을 하는 정부, 기업, 개인 및 단체에 주는 상으로 세계 3대 환경기구(지구환경기금(GEF),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유일한 환경 분야 상이다. '생명의 토지상'을 푸른아시아가 수상한 것은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어서가 아니라 주민역량개발을 통해 사람의 삶을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푸른아시아가 관심있는 영역은 공동체 영역이다. 오 상임이사는 "22년을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봤는데 에이즈 활동가들과 함께 일을 해본 적이 있다. 기후위기 문제의 대응도 에이즈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에이즈는 걸리고도 죽는 병이 아니라 관리만 잘하면 죽지 않고 치유가 되기도 한다. 핵심은 침묵하면 죽는다는 것이다. 시민, 유권자들이 침묵하면 죽는다. 시민들이 똑똑해져야 한다. 

오 상임이사는 뉴욕시의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공동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욕주는 313개의 커뮤니티 공동체(1900만 명 중 870만 명, 46%)가 그린뉴딜에 참여하고 있다. 결정은 주정부가 하지 않고 뉴욕주 커뮤니티가 한다. 뉴욕주와 의회는 '기후리더십과 공동체 보호법'을 만들어 공동체가 사업을 결정하도록 보장하고, 그린뉴딜에 소요되는 총 사업비의 약 40%를 공동체에 배정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했다. 정부가 바뀌어도 정책이 지속되는 이유다. 

오 상임이사는 "한국 이명박 정부의 그린뉴딜은 지속되지 않고 실패해 없어졌지만, 미국 오바마 정부의 그린뉴딜은 트럼프 정부로 바뀌었어도 지속되고 있다. 연방은 반대해도 뉴욕주는 10년 동안 그린뉴딜을 진행하고 있다. 이유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민들과 공동체가 주도했기 때문"이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은 힘이 없지만 모여서 연대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면 막강한 힘이 생긴다. 그 힘으로 함께 나아갈 때 새로운 길이 열리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김아영 대표는 "기후위기 대응은 한 가지의 답만이 있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라며 "누구는 캠페인 활동으로, 누구는 정수기 어택으로, 누구는 비건으로 이것들이 자유롭게 유지될 수 있는 공동체의 건강성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 기후위기 수다(秀多)회에 참여한 참석자들.
▲ 기후위기 수다(秀多)회에 참여한 참석자들.

수다회 마지막 논의는 소셜솔루션 미디어로 변신하는 라이프인에 당부하고 싶은 것에 관해 이야기해봤다. 

박원정 이사는 "문제해결의 관점이 중요하다. 문제해결 관점에서 잘하고 있는 사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소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과제를 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후위기를 불타는 지구에 비유한 송성희 대표는 "문제도 지구인이 만들었으니 그에 따른 솔루션도 지구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플러스 에너지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플러스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은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옥 이사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꾸준히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긍정적인 것을 보여주고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통찰(insight)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기출 상임이사는 "기후위기 중 가장 큰 위기는 온실가스보다 무관심"이라며 무관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례를 통한 리더십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아영 대표는 '소비자기후행동'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의 적극적 참여가 기후위기 대응의 열쇠를 쥐고 있다. 라이프인은 올해가 기업과 정부 그리고 시민이 기후위기 시대의 해법이 될 수 있도록 사고와 정책, 행동의 대전환이 일어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올해 소셜솔루션 미디어로 거듭나는 라이프인은 기후위기 현황과 대안에 관한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더 많이 전할 예정이다. 당신이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함께 논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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